학산면 묵동리 돈사 결국 '허가'

군 계획위, '조건부 의결'…북극한파 속 릴레이 시위 주민들 염원 물거품
행정업무 처리에 정치적 입김 작용 최악의 결론 지적 사태 파장 일파만파
영암전역에 돈사 신축허가신청만 16건 접수 처리에도 심각한 악영향 우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9년 03월 31일(일) 22:44
학산면 묵동리 산 79-12번지 일대에 농업회사법인 승언팜스(대표 지범갑)가 낸 돈사가 결국 허가됐다. 지난겨울 북극한파에도 불구하고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던 묵동마을 주민들과 학산면이장단협의회의 간절한 염원은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저간의 사정을 잘 아는 지역민들은 이번 돈사허가를 '행정과 정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로 규정한다. 또 매우 좋지 못한 선례로 남게 된 이번 행정 처리의 폐해는 결국 지역민들의 몫이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아울러 승언팜스 외에 현재 영암 전역에 걸쳐 16곳이나 무더기로 접수된 돈사 신축 허가신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이제부터 영암군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었다. 사태의 일단락이 아니라 파장이 더욱 심각한 상황인 것이다.
영암군계획위원회 제1분과위원회는 지난 3월 21일 '학산면 묵동리 산 79-12번지 외 1필지 동식물관련시설(돈사) 부지조성 개발행위허가안'을 상정해 심의한 끝에 '조건부 의결'했다. 지난해 11월 29일 첫 심의에서 재심의 의결한지 3개월만이다.
군 계획위원회는 '착공 전까지 악취, 오폐수, 수질오염, 전염병에 대한 대처계획을 수립하고, 주민과 상생방안을 강구(소규모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 준수)할 것'과 '비탈면 안정성 기술검토서 내용을 준수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준수 여부는 이미 의결된 개발행위허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사실상 아무 조건 없는 돈사허가나 다름없다.
승언팜스의 돈사허가문제는 지난해 6·13 지방선거와 얽히면서 무수한 설이 나돌았다. 승언팜스는 특히 군청을 드나들며 자신들의 돈사허가 일을 봐온 지역신문 S사 대표를 경찰에 고소,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되게 함으로써 당시 전동평 후보의 강력한 장애물(?)을 깨끗이 정리해주며 특별한 관계(?)를 맺는다.
승언팜스가 돈사허가를 최초 신청한 것은 2018년 1월 19일이다. 하지만 군으로부터 주민 동의 미미 등으로 수차례에 걸쳐 보완요구를 받았고, 보완기한을 맞추지 못해 연장 신청을 거듭한 끝에 같은 해 6월 14일 건축허가신청을 자진 취하했다. 그 전에 지역신문 S사 대표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됐고, 공교롭게도 곧바로 6월 18일 건축허가 재신청이 이뤄졌다. 행정업무의 처리에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이때부터 군의 업무처리는 단순하고 정상적인 허가민원 처리라기보다는 '적극적인 행정지도'나 다름없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실례로 지난해 11월 29일 열린 첫 군 계획위원회 심의에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시 협의된 주민사전고시 및 주민설명회 개최, ▲학산면 묵동리 479-1번지의 가축사육 동의서 제출, ▲사면안정성 검토서 제출 등을 승언팜스에 요구하며 '재심의' 의결했다.
전문가들은 이 결정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인다. 가축사육 동의서 미비 같은 경우 돈사 신축허가에 있어 중대한 결격사유로, 일반적으로 당연히 부결 처리했어야 옳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은 반대로 '세 가지 조건을 보완하면 허가해주겠다'는 취지의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다급해진 승언팜스 측은 걸림돌이 된 주택 등을 매입해버렸다. 사채까지 동원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만일 군이 최종허가를 해주지 않으면 구상권을 청구하게 될 것이라는 설의 배경이다. 또 승언팜스의 허가결정이 임박해질 때쯤엔 전 군수가 정치적으로 도움을 받은 이상 허가를 해주지 않을 수 없다는 불가피론이 이곳저곳서 흘러나왔다. 결국 승언팜스의 이번 돈사허가는 행정과 정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물이라고 밖에 보기 어렵다.
승언팜스 외에 현재 영암지역에는 모두 16건의 돈사허가신청이 무더기 접수되어 있다. 학산면 묵동리에만 6건(축종변경 2건 포함)이 접수되어 있다. 삼호읍에도 간척지 3곳 등 모두 4곳이 접수되어 있고, 미암면 간척지에 2곳, 신북면과 도포면, 시종면 일대에 5곳 등이다.
군은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어 조성된 영산강간척지에 신청된 돈사 5곳 외에는 모든 허가신청이 개별적으로 접근할 경우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일단 판단하고 있다. 적극적인 행정지도를 했다는 지적까지 받을 정도인 승언팜스와의 형평성까지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렇다. 묵동리 돈사허가 후 군이 심각한 고민에 빠진 이유다.
군은 이에 따라 무더기로 접수된 돈사 허가신청에 대해 개별적 접근은 사실상 어렵다고 보고, 영암지역 전체를 놓고 접근한다는 방침을 일단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려 20여건에 육박하는 돈사 신축 허가신청을 모두 내줄 수는 없는 상황임을 감안해 과연 영암지역 전체를 놓고 볼 때 축사허가건수가 적정한지 전문가들의 검토나, 영암군의회 차원의 자문을 받아 정책적 차원의 결정을 내리겠다는 뜻이다. 승언팜스의 돈사허가문제에 대해서도 정치적 입김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이 같은 정책적 판단이 이뤄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묵동리 돈사허가에 대해 주민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재호 이장은 학산면이장단협의회 행사에 참여해 통곡했다 한다. "소규모 도로를 개설할 때도 마을주민들의 의견을 듣는데, 하물며 주민들의 생존권이 달린 돈사를 허가하면서 주민들 의견 한번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는 원망과 함께였다.
이런 소식을 전한 영암군의회 김기천 의원(정의당)은 3월 27일 열린 의회 경제건설위원회에서 열린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심의에서 "군이 시종면 악취문제에 대해 주민들의 편에 서서 전례 없이 적극 대응해 법적소송에서 승소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듯이 묵동마을에 대해서도 특별환경관리지역으로 지정해 난립해있는 축사와 공장시설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용의는 없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답변은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차원의 것이었다.
결국 승언팜스의 돈사허가로 묵동마을에는 대형 돈사가 하나 더 늘게 됐다. 사료업체의 지원을 받아 짓게 될 돈사공사는 무려 150억 규모로 알려지고 있다. 요즘 돈사허가에는 이처럼 막대한 이권이 걸려있다. 이로써 40여가구 주민 100여명이 사는 마을 주변에 축사는 무려 22곳이 넘어서게 됐다. 임계점을 넘어 폭발직전이다. 행정과 정치의 잘못된 만남의 결과가 어떤 파장으로 이어질지 속단하기는 어려우나, 그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 몫임은 지금도 분명해보인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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