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사학자 우재(愚齋) 이원형의 氣의 고장 靈巖을 말하다

"영암의 별미 중 으뜸은 '갈낙탕'…짱둥어탕, 어란도 지키고 가꿔가야할 전통음식"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19년 05월 17일(금) 14:06
월출산 국립공원이 있는 영암은 기(氣)의 고장이다. 호남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월출산은 예로부터 시인 묵객들의 절찬을 받아왔다. 복잡한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웰빙과 영암의 기(氣)는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영산강 물막이 공사로 생긴 간척지에 조성된 대불국가산업단지가 있는 영암은 호남지역에서는 보기 드물게 역동적인 고장이다. 기해년(己亥年) 새해를 맞아 수려한 자연환경 속에 유구한 역사와 찬란한 문화가 오롯한 기(氣)의 고장 영암을 소개한다.
Ⅳ. 영암의 먹을거리와 특산물
옛 명성 그대로 독천 낙지거리
우재 이원형
우재 이원형
사람 사는 곳에 음식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우리나라 처처에는 그 고장을 대표하는 나름의 먹을거리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유혹한다. 기(氣)의 고장 영암에도, 영암인은 물론 영암을 찾는 외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그 맛을 인정하는 음식이 있다. 바로 낙지 요리이다.
영암은 영산강 하구 둑이 건설되기 전에는 천혜의 개펄에서 나는 각종 수산물이 풍부하였다. 이들 수산물이 거래되는 학산면 독천의 5일장은 전국에서 상인들이 모여들어 성시를 이루었다. 특히 영암 미암면 문수포의 세발낙지(굵기가 가는 발을 가진 낙지)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였다. 전국 각지에서 몰려던 사람들로 붐빈 시장주변에는 많은 낙지 음식점들이 들어섰고 속칭 낙지거리에는 전국 미식가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지금 개펄은 사라지고 더 이상 낙지는 잡히지 않지만 그 명성은 오늘까지도 이어져 낙지요리는 영암의 대표음식이 되었다.
지쳐 쓰러진 일소를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는 타우린 등을 많이 함유하여 피로회복이나 기력보충에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조선 후기 흑산도에 귀양 왔던 정약전이 저술한 자산어보(玆山魚譜)에는 '낙지는 살이 희고 맛은 달콤하며 회, 국, 포 등을 만들어 먹으며, 사람의 원기를 북 돋운다'고 기록되어 있다.
남도에서는 살아있는 세발낙지를 머리에서 다리로 여러 번 훌터서 기를 뺀 다음 통째로 먹는 것이 낙지 맛을 제대로 보는 것으로 친다. 처음 먹어본 사람들은 입안에서 꼼지락거리는 낙지의 심상치 않은 저항과 심지어 낙지발이 코로 나오는 것에 기겁을 하기도 하지만 한번 먹어본 사람은 결코 그 오묘한 맛과 짜릿함을 잊지 못한다.
영암의 낙지요리 중에 소갈비와 낙지를 함께 요리한 '갈낙탕'이 영암 별미 중 으뜸으로 꼽힌다. 갈낙탕은 품질이 우수하기로 소문난 영암한우와 개펄에서 잡은 낙지를 주재료로 하여 만든다. 육수에 소갈비를 넣고 끊인 후 먹기 전에 산 낙지를 넣는다. 그 이유는 낙지는 오래 끊이면 질겨지기 때문이란다. 고소하고 진한 맛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갈낙탕은 여름건강식으로 소위 영양탕을 대신할 음식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이 되었다. 연포탕은 오직 낙지만으로 요리하는데 시원한 국물 맛과 부드럽고 쫄깃한 낙지의 식감을 느낄 수 있으며 그 담백하고 깔끔한 맛은 어디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산 낙지를 도마에 탕탕 두드려 참기름에 버무린 일명 '탕탕이'는 살아 꿈틀거리는 낙지가 접시에 달라붙어 젓가락질에 애를 먹고 사정없이 입술과 입천장에 달라붙어, 먹는 동안 좌중에 웃음꽃이 만발하는 이색적인 경험 속에 즐길 수 있는 낙지 요리이다. '호롱낙지꼬치'는 산 낙지를 짚 풀에 돌돌 감아 고추장 양념을 바르거나, 그대로 익힌 것으로 부드러우면서도 쫄깃함이 일품인 술안주에 제격이자 아이들도 좋아하는 음식이다. 요즈음은 짚 풀 대신 나무젓가락을 대용한다. 그리고 싱싱한 낙지를 살짝 대처 갖은 야채를 넣고 초고추장에 버무려 매콤새콤한 맛이 일품인 '낙지초무침'도 낙지를 소재로 하는 영암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다만 국내산 낙지만 사용하여 음식가격이 약간 부담스럽다.
다른 영암의 별미로 '짱뚱어탕'이 있다. 짱뚱어는 망둥어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로 깨끗한 개펄에서만 산다. 예전에 영암 개펄에는 짱뚱어가 지천이었다. 개펄에 뛰어다니는 짱뚱어를 홀치기 낚시로 잡아 손질하여 우거지를 넣고 된장으로 적당히 간을 하여 끓인 탕으로 국물 맛이 끝내준다. 추어탕과 비슷한 맛이지만 담백하고 진한 풍미가 보다 뛰어나 한 번 먹어 본 사람은 꼭 다시 찾는 속 풀이에 더할 나위가 없는 음식이다. 또한 짱뚱어는 아직 양식이 되지 않아 모두 자연산으로 짱뚱어 탕은 갈수록 점점 귀한 대접을 받아가고 있는 음식이다.
어쩜 영암에서 가장 이름난 음식은 숭어나 민어 알로 만든 '어란'일 것이다. 영암 어란은 조선시대 궁중 진상품으로 오래 전부터 명성이 대단하였다. 어란은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여 지금은 쉽게 접할 수 없는 음식이 되어 아쉽다. 영암읍 김광자 여사는 1999년 해양식품부 전통 수산식품 어란 제조 명인으로 지정되었는데 지금까지 국내 유일의 해양수산부 지정 명인이다. 이렇게 유명한 영암 어란의 전통이 이어지도록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천상의 과일 무화과와 금정 대봉감
무화과는 신비한 과일이다. 생소하거니와 정말 꽃이 없는 것인지 모든 게 베일에 가려진 과일로 그 달고 부드러운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무화과는 이름과는 달리 꽃이 없는 게 아니라 과일 속에 꽃이 있지만 우리가 보지 못할 뿐이라고 한다.
무화과는 아열대 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전남과 경남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북쪽지방은 온실에서 기른다. 1970년대부터 영암에서 재배되기 시작한 무화과는 전국 생산량의 90%가 영암에서 생산되었으나, 무화과의 과일로서의 여러 효능이 알려지면서 현재는 전국 생산량의 60%대로 떨어졌다. 하지만 무화과는 여전히 전국에서 영암을 대표하는 과일이다. 최근 영암이 무화과산업특구로 지정되어 영암 무화과의 비약적인 발전의 계기가 마련되어 귀추가 주목된다. 주로 8월부터 10월까지 수확되는 무화과는 항산화, 항균, 항염의 3항과, 소화·변비, 심혈관 질환의 완화에 도움을 주는 3협의 과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피부미용에도 좋아 여성에게 인기 있는 과일로서 단백질과 섬유질이 많은 알칼리성 과일이다. 또한 열매가 익으면 빨간 속살이 드러나기 때문에 재배과정에서 농약을 할 수 없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과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농촌에는 대다수 농작물의 과잉생산이 문제되어 생산량의 수급조절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러나 무화과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수확량도 부족하여 유일하게 재배면적의 확대가 필요한 미래가 밝은 과일이다. 영암 무화과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지리적표시 제43호로 등록되어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요즈음 영암을 대표하는 농산물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영암 금정의 대봉감이다. 대봉감은 기온 차가 큰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 당도가 높아 상품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영암 금정면은 대부분 산악지역으로 대봉감 재배의 최적지로 알려져 있다. 금정 대봉감은 전국 생산량의 11%를 차지하여 영암을 대표하는 과일이 되었다. 천혜의 자연환경 영암 금정에서 생산된 대봉감은 수분이 풍부하고 찰기기 많아 식감이 부드러워 품질의 우수성이 전국적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금정 대봉감은 산림청 지리적표시 제17호로 등록되어 명실상부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영암에서 생산 된 단감은 농림식품축산부가 주관한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등 영암 감의 품질은 그 우수성이 공인되었다. 대봉감은 지구의 온난화로 전국의 여러 지역의 많은 생산으로 가격이 폭락하여 농가에 많은 어려움을 주고 있다. 뛰어난 맛에도 불구하고 홍시나 곳감, 그리고 말랭이 등 가공의 한계와 보관의 어려움과 과잉생산으로 많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고 한다. 요즘에는 대봉감을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면 더운 여름철에도 감 맛을 그대로 즐길 수 있고, 반건시 등 곳감의 생산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하니 이에 모두의 지혜를 모아 절절한 대책이 세워지길 바란다.
매력한우, 영암배, 황토고구마
영암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중 뛰어난 품질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들이 있다. 영암 매력한우와 영암배 그리고 영암 황토고구마이다.
영암 매력한우는 영암의 한우 사육농가들이 모여서 만든 자체 브랜드다. 철저한 품질관리와 사육농가 간 활발한 정보교류를 통하여 길러진 영암 매력한우는 각종 한우 등급 품평회에서 대통령상과 국무총리 상을 연이어 수상하는 등 우수한 성적을 거두어 이미 그 우수성은 공인되었다. 이렇게 영암 매력한우는 전문가로부터 전국제일의 한우고기라는 것을 인정받았으나 소비자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아 안타까운 실정이다.
영암에서 생산되는 영암배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영암배는 농림식품축산부 주최의 대한민국 대표과일 선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각종 배 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거둬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이러한 영암배는 품질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인근 나주배의 인지도와 유명도에서 밀려 시장에서는 고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암배는 나주와 가까운 신북과 도포를 중심으로 재배되기 시작하여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하여 재배 농가들이 품질 개발 등 각고의 노력으로 품질에서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요즈음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고구마도 영암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다. 생산농가들의 피나는 노력으로 영암 고구마가 품질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일부 농가를 제외하고는 아직 시장에서 이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상의 영암 매력한우, 영암배, 영암 황토고구마는 품질에서는 우수하나 시장에서 밀리는 농산물에 대해 대한 실효성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구된다.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거나 유통센터의 건립 등 시장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안을 농민들과 관계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영암의 영산강 간척지에서 생산되는 쌀의 품질은 전국 어디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그 동안 영암군에서는 '달마지'란 브랜드의 쌀을 만들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이제 달마지쌀은 전국에서 그 풍미를 알아주는 명품쌀이 되었다. 더욱이 우리 영암지역에 국립종자원이 들어서 영암의 벼농사에 혁명적인 전기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우리 영암에서 생산되는 많은 나락이 높은 가격 속에 안정적인 판로가 확보되었다. 이는 쌀 개방으로 우리 농촌경제가 파탄위기 상황에서 우리 영암 농가를 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이자 엄청난 쾌거로서 우리 영암농업을 지탱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이를 널리 홍보하여 시름에 잠긴 농가가 희망을 갖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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