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민속씨름단 천하장하 등극 환영식 논란

창단 첫 '천하장사' 배출 축하 환영식은 필요 긍정론 속

추위 속 영암전역 카퍼레이드는 '코미디 같은 구태'비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19년 11월 29일(금) 11:15
군이 지난 11월 25일 오후 군청 앞 광장에서 '2019 천하장사 씨름대축제 영암군민속씨름단 천하장사 등극 환영식'을 개최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씨름단 창단 후 처음으로 천하장사에 등극한 만큼 대대적인 환영식 정도는 필요했다는 긍정적인 여론도 있었다. 그러나 환영식에 이어 카퍼레이드까지 열 정도로 군민들의 씨름에 대한 공감대가 그리 폭넓지 않은 상황인데다, 영암읍시가지 뿐만 아니라 군서면, 학산면, 삼호읍 등 영암의 거의 전역을 카퍼레이드 한 것은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이날은 때마침 기온이 뚝 떨어진데다 찬바람까지 불어 체감기온이 영하의 날씨여서 환영식에 참석한 공직자와 체육회 관계자들이 추위에 떨어야했고, 영암읍시가지는 물론 카퍼레이드가 벌어진 지역의 시가지에도 인적이 거의 없는 상황이어서, 전동평 군수와 조정기 의장, 씨름선수단 등이 무개차를 타고 이들 지역 시가지를 돌아다닌 것은 "한편의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는 비난여론도 있을 정도였다.
환영식은 이날 오후2시 군청 현관 앞에서 MC 서모씨의 진행으로 열렸다. 꽃목걸이 및 꽃다발 전달, 표창패 전달, 격려금 전달 등에 이어 전동평 군수의 축사가 길게 이어졌고, 기관사회단체장을 필두로 군청 실·과·소장 등과 씨름선수단과의 기념촬영이 계속됐다.
이어 열린 카퍼레이드는 무려 30여년 만에 다시 보는 행사였다. 군민들은 지난 80년대 중반 세계복싱선수권대회 밴텀급에서 대한민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영암 출생 '돌주먹' 문성길을 환영하는 카퍼레이드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라고 기억하고 있기 때문. 그만큼 카퍼레이드는 요즘은 좀처럼 보기 드문 행사다. 좀 더 정확히는 요즘은 별로 그 필요성을 느낄 수 없는 구태의연한 행사다.
실제 이날 카퍼레이드 행렬도 자랑스럽기는커녕 요즘말로 '웃픈' 현실 내지는, 한편의 코미디였다는 지적이 많았다. 경찰차를 앞세운 턱없이 큰 결혼식용 리무진에는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골동품'으로 자동차박물관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포니' 픽업 자동차 3대는 굉음과 함께 시커먼 매연을 내뿜으며 전동평 군수와 조정기 의장, 김기태 감독 및 장성우 천하장사 등 씨름선수단을 태우고 영암읍시가지를 자랑스럽게 내달렸다. 하지만 환영식 행사 참석자들 외에 이들 행렬에 손을 흔드는 주민들은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카퍼레이드는 영암읍에 이어 군서면사무소∼구림사거리∼상대포, 학산 삼거리∼학산면사무소∼낙지의 거리, 삼호읍터미널∼용앙 회전교차로∼대불산단, 현대삼호중공업∼현대삼호아파트까지 이어졌다.
이를 지켜봤다는 영암군의회 강찬원 자치행정위원장은 카퍼레이드 다음날인 26일 열린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정말 안타까운 일(행사)이었다. 군청 앞 환영식으로 끝난 줄 알았는데 삼호읍까지 와서 할 줄은 몰랐다. (거창하게 하려면)날 받아서 체육관에서 한판 할 일이었다. 삼호읍터미널에서 보니 군민들 숫자보다 선수단 숫자가 더 많더라. 박수치는 이들보다 손가락질 하는 이들이 더 많더라. 춥지도 않았느냐"고 질타했다.
김기천 의원도 이날 조례 및 일반안건 등을 처리한 뒤 별도의 현안질의를 통해 환영식과 카퍼레이드 진행에 따른 각계각층의 비난여론을 소개하면서, "카퍼레이드를 하면 오후7시만 넘으면 불 꺼진 듯 죽어가는 지역경제가 살아나느냐? 농한기 천원짜리 화투놀이가 유일한 소일거리인 농민들의 한숨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시절이 떠오른다. 군민들의 정서와 동떨어진 행사를 왜 여느냐? 공무원들은 계속 입 다물고 있을 거냐? 씨름대회가 열리자 과장 팀장 주무관은 닷새 동안 자리를 비웠다. 공무원 40명이 집단연가를 내고 응원을 갔다. 명단 제출을 요구했다 만류해 그만둔 것이 후회스럽다.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심의에서 씨름단 문제를 집중적으로 따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기천 의원이 요구해 군이 밝힌 환영식 및 카퍼레이드 소요비용 자료에 의하면 리무진과 포니 픽업 차량(3대) 임대에 143만원이 소요됐고, 행사진행 MC에 70만원이 지급됐으며, 꽃다발(9개)과 꽃목걸이(3개) 57만원, 현수막 57만원, 표창패(3개) 60만원 등 모두 553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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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영암군민속씨름단 예산은?
14억9천여만원 추산 전액 군비로 충당
2020회계연도 세입세출예산에 계상된 영암군민속씨름단 운영예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환영식 및 카퍼레이드를 계기로 의원들이 예산 심의에 적극적인(?) 관심을 갖겠다고 벼르고 있기 때문이다.
의회에 제출한 예산서를 확인해본 결과 영암군민속씨름단의 내년 운영예산은 대략 14억9천여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액 군비다. 창단 초기 국도비 지원이 있었으나 다음해부터 전액 군비로 충당해왔다.
운영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로 10억7천843만원이 계상됐다. 올 본예산 대비 9천843만원 증가했다. 선수 계약만료로 인한 계약금 지급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선수들은 연봉을 12개월로 나눠 매월 25일 월급형식으로 지급받고 있다.
씨름단 운영예산 가운데 두번째로 규모가 큰 것은 합숙비로 모두 1억296만원이 계상됐다.합숙기간은 월평균 20일이다.
이밖에 선수들의 4대 보험료 9천만원, 퇴직금 5천729만원, 훈련수당 1천560만원, 목욕비 1천248만원, 전지훈련비(연2회) 1천274만원, 대회출전비 7천644만원, 피복 및 운동복 3천만원, 씨름단 의무비 1천320만원 등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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