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0년 01월 03일(금) 13:50 |
조영욱 시인 |
법은 남녀노소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평등해야 한다. 드디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법이 통과되었다. 2019년 한 해 동안 가장 희망적인 소식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국회의원, 언론, 종교 등 법 위에 군림하는 세력이 많이 남아 있지만 법이 만인(萬人)이 아니라 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비판은 면하게 됐다. 대통령부터 판검사에 이르기까지 고위공직자는 누구나 성역 없이 수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전 대법원장 양승태씨와 우병우씨 등이 우롱한 사법농단이나 특권층이 그만큼 줄어들게 됐다. 법으로부터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약자인 서민층과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는 상대적 박탈감이 덜할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바로잡고 바로 세우면 억울한 사람이 그만큼 줄어 들 것이고,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해 질 것이다. 법이 있어도 법을 어겨 죄짓는 사람이 없어 법이 법으로만 존재했던 요순시대를 빼고 나면 어느 시대나 범죄자들로 넘쳐 났고, 법망에서 빠져나가 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던 무리들은 늘 존재했었다.
잘못이 있어도 책임지지 않고 벌 받지 않는 권력은 절대 권력이다. 절대 권력은 반드시 부패한다. 70년 동안 반성도 책임도 지지 않았던 권력은 검찰이었다. 국회는 아직도 법 그물에서 벗어나 쾌재를 부르고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사람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호소할 마지막 보루는 법이다. 그 법이 형평성을 잃으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된다. 우리는 지난 넉 달 동안 형평성에 어긋난 법이 얼마나 일방적이고 죄가 없는 아무나 범죄자를 만들 수 있는지 똑똑히 봐왔다. 특정인에게만 칼날을 들이대고 먼지가 나올 때까지 먼지를 터는 먼지털이식 또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는 인디언 기우제 같은 검찰 수사를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분노했다. 너무 저울추가 한쪽으로 기울어 편파적이었기 때문이다.
증거와 증인이 있는 나경원 자녀 입학 비리 사건은 7번이나 고소를 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국회의원 60여명이 국회선진화법 위반했지만 이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것이 권력남용이다. 공수처법이 통과 됐으니 검찰은 패스트트랙 수사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것이다. 검찰은 내 코가 석 자라 직무유기나 권력남용에서 비켜 가려면 자한당 국회의원들을 기소해야 할 마지막 벼랑에 몰려 있다.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범죄를 덮자는 것이 아니다. 형평성에 맞게 차별 차등 없이 공정하게 수사를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지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니다. 그렇게 된다면 박수치며 한없이 신뢰를 보낼 것이다. 70년 동안 검찰은 권력의 시녀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우리 현대사를 먹칠한 독재 권력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은 검찰과 군대였다. 그런 검찰에게는 기소편의주의와 기소독점주의라는 무시무시하고 막강한 권력을 주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공수처법으로 기소 독점주의는 깨졌다.
검사 마음대로 죄가 가벼워도 기소하고 싶으면 기소하고, 죄가 무거워도 기소하기 싫으면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을 기소편의주의라 한다. 이런 막강한 권한을 오직 검사에게만 주어왔다. 고문과 조작으로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를 만들어도 기소한 검사와 유죄를 선고한 판사는 처벌 받은 적이 없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한 적도 없다. 바로 법 위에 군림해 왔다는 증거이다.
조계종 초대 종정(宗正)이었던 효봉(曉峰) 스님은 일제강점기 판사였다. 속명이 이찬형이었던 이 판사는 독립운동가에게 사형을 선고한 뒤 잘못된 판결이었음을 깨닫고 죄책감에 판사를 그만 두고 엿장수로 3년 동안 전국을 떠돌다 출가해 스님이 되었다. 최소한 법과 양심에 따라 참다운 삶을 산 몇 안 되는 훌륭한 사표(師表)이다. 판검사 출신으로 지금 국회의원으로 있는 많은 이들과 판검사들 가운데 의혹덩어리들이 많다. 이들에게 법과 정의 그리고 양심이 있는지 묻고 싶다. 모든 의혹이 다 밝혀져 책임을 물을 수 있을 때 만인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