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事가 萬事라 했는데…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01월 10일(금) 16:32
전)영암군 신북면장 전)전라남도 노인복과장 전)완도부군수
인사가 만사란 말이 있다. 사람을 잘 쓰면 모든 일이 잘 풀린다는 말이다. 즉 사람을 잘 뽑아서 괸리를 잘하면 조직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반대로 사람을 잘못뽑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조직이 흔들려 위기를 초래하게 된다는 말이다.
이러한 인사관리는 행정, 기업, 군대, 학교 등 모든 조직에 다 해당되지만 특히 행정에 있어서 인사관리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왜냐하면 잘못된 인사는 공무원 조직의 일을 하고자 하는 동력을 떨어뜨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행정학에서 행정의 여러 기능중 인사관리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만 보아도 이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공무원들이 열심히 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인사를 잘해야 한다.
모든 공무원들은 누구나 다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가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열망을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처리하기 위해 법으로 엄격한 인사관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 조직은 9급부터 1급까지 계급을 설정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경쟁을 거쳐 상위직급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러한 계급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는 보수기준 설정 또는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수단도 되지만 계급을 설정하여 단계마다 상위직급으로 승진하기 위해 공무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도록 함으로서 일을 하도록 동기를 유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공무원들이 승진을 하기위해서는 우선 근무평정을 잘 받아야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를 고과(考課) 또는 고적(考績)이라고 하여 주로 관리들의 징계 목적으로 시행하였으나 오늘날에는 그와 같은 소극적인 목적이 아니라 공무원의 사기 진작과 근무능률 향상, 행정발전이라는 적극적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행 공무원 근무평정은 1년에 2차례로 나누어 6월 말과 12월 말을 기준으로 업무실적과 기획력, 협상력, 성실성, 조직헌신도 등 업무수행능력을 평가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승진 후보자 순위를 정하고 이를 토대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최근에 단행된 영암군 인사에서 승진후보자명부순위 최상위자가 2명이나 승진에서 탈락하고 이들보다 훨씬 늦은 순위자가 승진하는 이변이 있었다고 한다. 물론 인사권자가 승진후보자명부순위대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정한 배수 범위 내에서 재량으로 순위를 바꾸어 대상자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지나치게 순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하고 벗어나더라도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사유가 있어야 공정하고 올바른 인사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승진에서 탈락한 공무원들의 능력이나 자질이 어떠한지는 잘 모르지만 엄격한 평정절차를 거쳐 승진후보자명부 1,2순위에 올랐다면 크게 흠결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없이 탈락시켰다는 것은 스스로 근무평정을 잘못했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상위순위에 올라 당연히 승진을 기대했던 당사자들의 상실감과 박탈감이 얼마나 클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이를 지켜보는 공무원들이 열심히 창의적으로 일해서 승진을 하려고 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고 어떻게 하든지 인사권자의 입맛에 맞게 처신하고 줄을 잘 잘서야 한다는 그릇된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사권자가 정실이나 정치적 판단, 아니면 옳지 못한 생각으로 승진대상자를 결정한다면 조직을 망치는 일이다. 공감을 얻지 못한 인사는 공무원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리고 일하고 싶은 의욕을 좌절시켜, 시키는 일만 하는 복지부동 조직을 만들게 된다.
직업공무원제도의 취지는 공직이 유능하고 젊은 남녀들에게 개방되어 매력있는 조직으로 여겨지고, 업적과 능력에 따라 명예롭고 높은 지위에 올라 갈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는 일생의 보람있는 직업으로 생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승진순위를 무시하는 불합리한 인사를 지켜보면서 공무원들이 공직을 업적과 능력에 따라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일생의 보람있는 직업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오히려 가치관의 혼란과 함께 심각한 자괴감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사가 만사라고 했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인류가 고대 국가를 형성하면서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젊은 공직자들이 공직에 대한 매력을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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