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이 사는 영암교육을 위하여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02월 07일(금) 14:49
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새해 벽두부터 올해 관내 고등학교 신입생이 정원에 크게 미달되었다는 소식이 본지 사설에 실렸다. 비록 목포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필자에게는 안타까운 고향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객지 생활을 하다가 고향이 좋아 다시 돌아와 15년 째 살고 있지만 나날이 쇠락해 가는 고향의 모습에 언제나 가슴이 아팠는데 언제부턴가 초등학교부터 하나 둘씩 문을 닫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고등학교마저 존립이 위태롭게 되어간다는 소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불행하게도 재학생수가 줄어들면 학생들의 교육의 기회도 또한 악화되어 간다. 더군다나 2015 개정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것이 주요한 목표가운데 하나이지만, 각 단위 학교의 재학생수가 줄어들게 되면 교사의 정원이 또한 줄게 되어 학생들이 온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교과목 수에 제한이 가해지게 될 것이 뻔하다. 이는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이 대세인 대학입시에서 관내 고등학교출신 학생들이 불리해진다는 의미이고 실제로 해마다 대입 실적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교육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우리 영암의 후배들은 대한민국의 교육이 제공하는 공교육인프라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현재 농어촌지역의 학교들이 더 많은 관심을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재학생수 감소는 이런 국가적인 노력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은 앞으로 학령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미래에는 더욱 가속화 될 것이다.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가?
재학생수가 기준에 미달된다고 어느 날 갑자기 지역에 있던 학교가 폐교되거나 통폐합이 된다면 지역사회나 학교사회 모두 큰 충격에 휩싸이게 될 것이다. 그러니 가능하다면 차선책으로 이러한 충격을 완화하여 상황을 연착륙시키는 방법이 모색되어야 하겠고, 또 가능하다면 최선책으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아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교육의 질을 높여 외지에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정도로까지 관내 교육을 혁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는가?
필요하다면 관련된 교육법규를 개정해서라도 관내 학교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꾸어 볼 것을 제안한다. 관내 학교 전체를 하나의 교육시스템으로 통합하여 그 명칭을 ‘영암교육구학교연합(가칭)’으로 하고 지금 현재 각 단위 학교는 현상을 유지 하는 방안이다. 교육구학교연합은 영암교육지원청장이 총괄하고 ‘교육구 교육위원회’를 두어 지원과 견제를 하게 한다. 각 학교의 교육과정을 통합하여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고, 각 단위 학교는 캠퍼스 개념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교원정원은 단위 학교가 아닌 영암교육구 풀(Pool)로 정한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교과목 선택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학교 간 선택과목의 벽을 허물어 자유롭게 과목을 선택하도록 한다. 특히 사회탐구, 과학탐구, 외국어, 예체능 영역의 학생 선택권을 자유롭게 허용해주어야 한다. 평가는 공동출제하고 내신성적은 통합성적으로 산출하여 학생들의 내신등급을 확대해 주어야 한다.
이렇게 했을 경우 여러 가지 관내 교육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관내 교직원 정수가 더 이상 줄어들지 않고 현재인원을 유지하게 될 뿐만 아니라 심지어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관내 교육계가 힘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의 선택과목이 다양하게 확보됨과 아울러 원하는 교과목 선택으로 수업참여도가 높아 질 것이고 수능 선택과목 선정에도 유리해 질 것이다. 예를 들면 수능 사회탐구영역에서 생활과 윤리와 사회문화 같은 교과목이나 과학탐구영역에서 지구과학은 선택자의 수가 많아 상대적으로 등급을 높게 받을 확률이 높아짐에도 단위 학교에서 그런 교과목을 가르치는 교사가 없어서 그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들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이다. 내신성적도 각 단위학교별로 산출할 때보다 등급별 인원이 증가하여(특히 수도권 대학입시에 유리한 1등급과 2등급대의 학생 수가 증가할 것임) 대입전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관내 일반고 4개교와 특성화고 2개교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 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는 특색 있는 교육을 하면서 입시 성과도 크게 개선이 된다면 자연스럽게 관내를 이탈하는 학생수도 줄어들 것이고 우수한 교육을 열망하는 타지역 학생들도 늘어 전체적으로 관내 학교의 재학생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선순환구조의 시작이 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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