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기업체 운영방식 郡政추진 논란

뜬금없이 초·중·고 씨름부 창단에 '트로트아카데미' 국가사업 추진발표

타당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은 사업 잇따른 공표에 공직자·군민들 당혹감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0년 02월 14일(금) 10:05
"영암 氣찬랜드 일원에 씨름 역사관, 교육관, 전지훈련장을 만들어서 씨름의 발전과 지역경제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올해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씨름부를 창단해서 영암이야말로 대한민국 민속씨름의 맥을 잊고 전통을 발전시켜 나가는 이런 지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 힘찬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국민가요로 성장하고 있는 트롯이 이제 그 메카가 영암군이 되었습니다. 올해부터 2차 사업으로 트로트아카데미를 건립하고 대공연장을 만들고 또 영암아리랑가요제를 만들어서 트로트 인재를 발굴 육성해 스타로 키워가는 작업들을 계속해가게 될 것입니다. 2차, 3차 사업을 위해서는 최소 500억에서 천억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는데요. 이 사업은 얼마 전 박양우 장관께서 국가사업으로 추진해주시겠다, 트로트사업은 국가가 해야 될 사업인데 영암군에서 추진해왔기 때문에 이제 국가사업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기 때문에 앞으로 우리 영암군이 트로트 성지이자 메카로 발전함과 동시에 지역경제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10일 아침 한 지역방송을 통해 전해진 전동평 군수의 '올해 살림'(계획)이다. 군민들, 특히 공직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해 말 정리추경 심의과정에서 유일하게 타당성조사용역비 4천만원 전액이 삭감되는 등의 논란을 빚었던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초·중·고 씨름부 창단은 그야말로 뜬금없는 사업계획 발표였기 때문이다. 500억에서 1천억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트로트아카데미 건립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하게 될 것이라는 발표 역시 난감했다. 장관의 구두약속만 있을 뿐 타당성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사업인 것은 마찬가지여서다.
군민들이야 "군수가 씨름과 트로트에 역점을 두나보다" 쯤으로 여기면 그만이겠으나 공직자들, 특히 실·과·소장들은 처지가 다르다. 군수가 아침저녁 수시로 공론화의 장을 만들어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이끌어내는 일 없이 '나 홀로' 구상만으로 덜컥 지역방송 인터뷰를 통해 공표하면 난감할 수밖에 없다.
초·중·고 씨름부 창단이 좋은 예다. 최근 열린 제271회 임시회 군정업무보고에서 홍보체육과장은 김기천 의원의 사실여부 추궁에 진땀을 흘렸다. 김 의원은 "군수가 어린이민속씨름단 창단을 공공연히 거론하고 다닌다는데 사실이냐"고 따졌고, 과장은 '교육청과 협의해야 할 일' 운운하며 얼버무릴 수밖에 없었다. "민속씨름역사문화공원은 반드시 주민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야 한다. 부지가 적정한지, 사업내용은 뭔지, 무슨 효과가 있는지, 군민들은 어떤 부담을 떠안게 되는지 따져야 한다"는 김 의원의 지적에 과장은 "군수와 박양우 장관 면담과정에서 국비와 지방비 매칭비율을 7:3으로 조정하도록 검토할 것을 실무자에 지시해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혼쭐이 났다. 김 의원으로부터 "그것이 말이 되느냐. 법으로 정해진 매칭비율을 장관 지시로 바꿀 수 있다고 보느냐? 군수는 장관과 얘기할 것이 아니라 군민과 대화해야 한다"는 호된 질타를 들어야 했다.
따져보면 트로트아카데미도 마찬가지 처지다. 전 군수 지적대로 국비와 군비 등 110억원을 투입한 트로트센터는 지난해 11월 개관했다. 하지만 조명 및 음향시설 업체의 부도로 정상적인 활용은 아직도 불가능한 상태다. 트로트센터는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가 '조선업 밀집지역 관광산업육성사업'으로 최종 확정함에 따라 추진된 사업이다. 정부의 사업추진 목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다. 전 군수가 말하는 '트로트 메카'로의 육성은 영암군의 '기대'일 뿐이다. 그 실현은 오롯이 영암군 몫이다. 그렇다면 개관한 트로트센터 운영부터 활성화하는 일이 더 급하다. 이를 통해 '월출산 氣찬랜드의 한국트로트가요센터'를 전국에 부각시키는데 성공한다면 트로트아카데미의 국가사업 추진은 비로소 가능해질 일이다.
우리 고장 영암 출신 관료가 나라의 문화관광체육정책을 총괄하게 된 것은 분명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그가 고향을 도울 수 있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업구상을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수시로 실·과·소장들과 의견을 나누는 일은 가장 기본이다. 더 나아가 군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김 의원의 지적대로 사업의 가능성은 장관에게 물을 일이 아니라 군민의견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
한 주를 시작하는 군민들은 창궐하는 역병 소식만큼이나 개인기업체 운영방식의 군정추진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한번쯤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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