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취재 - 다시 始動 걸린 영암 中·高 통폐합 어떻게?

<중> 교육경쟁력 강화 왜 필요한가?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03월 20일(금) 10:53
영암지역 학부모들이 영암 남녀 중·고교 통합 및 중학교 남녀 공학 추진을 건의하고 나섰다. '영암의 중·고등학교 교육환경 변화를 바라는 학부모들'은 최근 영암교육지원청에 낸 건의서를 통해 "영암에서 계속 살며 아이들을 키우고 영암을 떠나지 않게 도와 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하며 이처럼 건의했다.
학부모들은 건의서 제출에 이어 요구를 실현시켜가기 위해 가칭 '영암교육경쟁력강화추진위원회' 구성과 각급학교운영위원회 및 학부모회 의견수렴 등에 나서기로 했다. 학부모들의 이번 건의는 '영암 교육경쟁력 강화'가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될 절박한 숙제로 급부상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또 무엇보다 교육 당사자인 학부모들이 먼저 공감대를 이룬 상태인 점에서 다시 시동이 걸린 영암 中·高 통폐합 논의는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영암군민신문>은 이번 논의마저 결실 없이 흐지부지된다면 영암교육의 미래는 암담해진다는 우려에서 다시 始動 걸린 영암 中·高 통폐합 논의의 배경과 과제, 그리고 그 방향을 타진해보기로 했다. <편집자註>
'떠나는 영암교육'서 '지키고 돌아오는 영암교육', '지속가능한 영암' 위한 필수과제
전남 거점고 육성사업 외면 후 학급구성도 어려운 상태…학교통폐합 요구 갈수록 절박
날로 줄어들고 있는 영암지역 학생 수 감소는 당연히 ‘교육 때문에 떠나는 영암’과 관계 깊다. 영암인구의 감소를 전적으로 교육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그러나 인구문제의 핵심 ‘키워드’인 청년층, 특히 결혼한 청년층에게는 ‘교육여건’이야말로 정착지역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영암 인구의 감소는 교육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그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은 고향을 지키며 농업에 종사하더라도 교육을 위해 인근의 교육여건이 좋은 대도시에 주거지를 마련하는 것은 그 좋은 예라고 할 것이다.
이렇듯 인구문제는 한 지역의 존폐가 걸린 중대한 변수로 인식되어가고 있고, 인구 감소에 있어 핵심적인 변수는 바로 교육경쟁력에 있다는 점에서 영암군의 인구대책은 어쩌면 영암의 교육경쟁력 강화대책이 전부라고 여겨도 되는 얘기일지도 모르겠다.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우승희 위원장(영암1·더불어민주당)도 영암의 교육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에 대해 “떠나는 영암교육에서 지키고 돌아오는 영암교육, 지속성장 가능한 영암을 위한 여건 마련을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우 의원은 아울러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 선택권 보장과 진로진학 선택폭의 확대, ▲거점 고교 방식의 교육과정 통합운영 및 지역자원 연계 공교육의 발전, ▲교육환경의 개선 및 재정지원의 효율성 확대 등도 그 필요성으로 지적했다.
우 의원은 우선 “빠른 시일 내에 통합 거점 고등학교 완성을 통해 영암읍의 교육복지를 실현하는 것이 영암읍의 질적 성장과 영암군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녀들의 교육여건을 감안해 직장(또는 고향)과 다른 정착지역을 따로 선택하는 것이 최근 청년층의 풍조임을 감안할 때 특히 결혼을 한 청년층의 정착지역 선택에 있어 가장 우선순위는 ‘교육복지’라는 지적인 것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지역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우선순위 역시 교육복지의 실현이라는 것이 우 의원의 지적이다.
“교육 때문에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의 학교를 선택하는 이유는 쉽게 말해 진학지도의 실력이 좋은 교사, 좋은 교육프로그램, 실력 있는 학생들이 있는 학습 분위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속적인 학생 수 감소, 도시권과의 교육격차 심화, 지역의 인구감소를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은 지역의 교육경쟁력 강화이고, 결국에는 여기에 지역의 미래가 달렸다고 보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우 의원은 “영암지역에서 쉼 없이 학교 통폐합 필요성이 거론된 것은 영암군에서도 학업과 재능이 우수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명문학교를 육성해야 하는 등 지역인재의 역외유출을 막기 위한 지역여건을 만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특히 절박한 학교 통폐합이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여러 납득하기 어려운 기득권(?) 때문에 번번이 실패하면서 현재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결국 영암교육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영암인구의 감소를 가속화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게 깔려 있기도 하다.
한 단계 더 들어가 영암 교육경쟁력 강화 필요성은 영암지역 학생들의 다양한 교과 선택권 보장과 진로진학의 선택폭 확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편에서 지적한 것처럼 인구감소는 학생 수 감소와 학급 수 감축으로 이어지고, 학급 감축은 교사 정원의 감축으로 연결된다. 또 교사 정원의 감축은 선택교과의 감소 또는 전공 불일치 교과과정 발생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특히 한 학년이 60명 선이면 1등급 1명, 2등급 1명 등으로 학생들을 심각한 경쟁에 내몰게 된다.
따라서 최소 한 학년 6학급 이상, 전체 18학급 규모 이상의 학교가 만들어져야 다양한 교과목이 개설되게 되고, 우수 교원의 확보는 물론 학생들의 교과 선택권도 확대될 수 있다. 또 1등급이 최소 6∼7명 정도 되는 적정규모의 학교가 만들어져야 학생들이 진학에 유리한 내신을 확보할 수 있고, 낮은 등급 한 과목 때문에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하는 결과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학교통폐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 의원은 “거점 고교 방식의 교육과정 통합운영 및 지역자원과 연계한 공교육의 발전”을 위해서도 영암군의 교육경쟁력 강화는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우 의원은 학교통폐합으로 “거점 고교 방식의 학교 간 통합교육과정 운영 및 교사 초빙, 학생 동아리 교류활동 등의 추진이 가능해진다”면서,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을 활용한 연계활동을 통해 농촌지역 학생부종합전향에 유리한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 의원이 네 번째로 강조하는 점은 ‘교육환경 개선 및 재정지원의 효율성 확대’다.
우선 학교통폐합이 이뤄지면 시설 개축 및 이설 신축 등을 통한 교육환경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학교통폐합의 경우 110억원의 교육부 인센티브가 있다. 또 이설 신축할 경우 학교 건축 등에 따른 시설비도 별도로 지원받을 수 있다.
학교통폐합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교육재정투자 지자체에 속하는 영암군의 교육경비 및 명문학교 육성지원의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 실제로 영암군은 매년 50억원이 넘는 교육경비를 영암교육지원청을 통해 각급 학교에 지원하고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명문학교육성사업 명목으로 지원하는 예산도 매년 3억원에 이른다. 이를 감안할 때 학교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보다 집중적인 재정지원이 가능해져 교육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은 자명한 것이다.
전남도교육감 취임 후 ‘전남지역 거점고교 육성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장만채 교육감은 지난 2015년 10월 영암군을 찾아 학부모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다.
"영암교육은 이대로 가면 오는 2017, 2018년 아주 위험한 상황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전국적으로도 드물게 분리되어 있는 영암중·고와 영암여중·고를 남녀공학으로 만들어 선택과 집중하는 일은 영암교육의 마지막 기회다.”
'영암교육 르네상스를 위한 교육감·군수와의 대화 - 영암교육 희망을 이야기 하다'에서 장 교육감은 영암지역 거점고 육성방안에 대한 학부모 질의에 대해 이처럼 밝히면서, 영암지역 학생 수 감소와 성적우수학생의 역외유출 등을 막기 위해 영암군과 영암교육지원청이 교육부문에 대한 적극적 지원 등을 통해 '내 고장 학교보내기'를 추진하고 있으나, 고교 통폐합 같은 자체적인 교육경쟁력 강화 노력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이처럼 지적한 것이다.
이에 앞서 열린 '제75회 21영암포럼'에 강사로 나선 장 교육감은 영암교육의 발전방향을 묻는 학부모의 질문에 "영암교육이 더 망가져야 변화가 있을 것이다. 교육의 중요성은 10년, 20년, 50년 후 영암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미리 대비하는 능력을 갖추는 일인 만큼 군민 모두가 그 중요성을 하루빨리 절감해야 한다. 우리의 자녀들이 영암과 영암사람임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교육시키는 일이야말로 영암군민 모두의 의무다"고 지적했다.
장 교육감의 이런 지적들에는 그가 임기 중 추진했던 거점고교 육성사업이 고향인 영암지역에서 실패한데 따른 진한 아쉬움이 묻어있다. 실제로 학교통폐합을 통해 거점고교로 육성된 무안고나 해남고 등은 명실 공히 지역의 거점고교이자 중심학교로 거듭 나 지역의 정주여건 조성과 교육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교육감이 추진했던 거점고교 육성사업은 학생 수 감소로 소규모로 변한 농어촌지역 고교의 교육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18학급 이상의 적정규모화를 이뤄, 교과교실제, 맞춤형 진로 및 진학지도, 수준별 방과 후 학습, 개별 학력 관리프로그램 운영, 기숙형 교육시설로의 현대화 등을 지원하려던 시책이었다. 이 시책을 통해 15개 고교가 폐지되는 대신 12개 거점고교가 지정된 바 있다. 특히 이 학교통폐합 과정에는 사립학교들도 포함되어 사립인 학다리중·고교와 역시 사립인 나산중·고교가 각각 공립으로 전환되어 함평학다리고와 함평중으로 통합되기도 했다.
현재 거점고교로 운영되고 있는 전남도내 고교의 학급현황(2019년 4월 기준)을 보면 2013년 거점고교(괄호는 폐지 고교)가 된 나주고(공산고)가 18학급인 것을 비롯해 보성고(조성고) 12학급, 해남고(북평상고) 27학급, 완도고(소안고) 20학급 등이며, 2014년 거점고교가 된 고흥고(나로고, 금산종고) 18학급, 벌교상고(보성정보통신고) 11학급, 영광공고(영광정보산업고) 17학급, 도초고(비금고) 10학급 등이다. 또 2015년 거점고교가 된 무안고(현경고, 해제고) 23학급, 해남공고(황산고) 29학급, 2016년 거점고교가 된 강진고(성요셉여고) 18학급, 2018년 거점고교가 된 함평학다리고(나산고, 함평여고, 학다리고)가 21학급 등이다
이처럼 운영되고 있는 거점고교 현황에서 보듯 공·사립의 차이가 거점고교 육성에 큰 걸림돌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영암지역에서는 그야말로 사소한(?) 이유들로 인해 의견일치를 이루지 못함으로써 장 교육감이 지적한 ‘마지막 기회’까지도 놓치고 말았다. 또 장 교육감의 예견대로 지금 영암지역 고교교육은 계획된 학급구성조차 어려워질 정도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위기상태이기도 하다. 학교통폐합은 해를 거듭할수록 절박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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