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 등 영암교육의 한계 공통의 문제 가진 학교통합이 해결책”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03월 27일(금) 14:04
안영웅
영암 제일교회 목사
‘콩나물교실’에서 공부하던 중·고등학교 시절이 생각납니다. 그때는 학생 수가 너무 많아 힘들었는데 이제는 정반대입니다. 학교마다 학생들이 없습니다. 더욱이 군 단위 학교들의 현실은 너무 심각합니다. 자녀를 고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하는 학부모로서 지난 한 해는 많은 고민과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 자신이 고등학교 때부터 부모님 곁을 떠나 타지에서 학교를 다녀야 했기에 내 자녀만큼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작년에 중3이 된 큰 아이가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던 중에 담양에 있는 ○○고등학교 입학설명회에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입학설명회에서 ○○고등학교 교무부장선생님의 첫 인사말은 이러했습니다.
“공교육으로 승부 보는 학교, ○○고 입학설명회에 오신 학부모님과 학생들을 환영합니다.”
그 한 마디는 학부모인 저의 마음을 흔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큰 아이가 중학교 과정을 사교육 없이 잘 마쳤지만, 학원 안다니는 학생들을 찾기 힘든 고등학교 과정을 앞으로도 사교육 없이 공부하고 대입을 마칠 수 있을지 고민 중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대학입시가 정시모집 비율이 확대된다고 하지만, 올해 고1이 수능을 보는 2023 대입은 매년 달라지는 입시정책들로 인해 재수가 가장 어려운 학번으로 벌써부터 예상되고 있으니, 공교육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자신감 있는 선생님의 말씀은 참 반가웠습니다. 큰 아이 역시 관내 학교와 다른 규모의 각종 활동 프로그램 등을 꼼꼼히 살펴보았고, 관내에서 진학했던 선배들의 조언도 들으면서 ○○고로 진학하겠다고 결정했습니다.
관외 학교로 진학하면 여러 가지 힘들고 불편함이 많습니다. 매주 주말이면 먼 거리의 학교를 오가야 하는 수고와 생각지 못한 이른 독립을 시켜야 하는 고충도 있습니다. 학교생활을 위한 비용도 부담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관외 학교를 선택하고 진학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관내 학교의 경쟁력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관내 학교와 관외 ○○고의 경쟁력 차이를 가져오는 근본적인 문제는 다름이 아닌 학생 수의 차이라고 생각됩니다. 학생 수 차이가 무슨 큰 이유냐고 하실 분도 계실 테고, 학생 수가 적으면 보다 친밀한 교사와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고, 작은 학교가 더 좋다는 운동처럼 작은 학교를 좋아하실 분도 계시겠지만, 대입을 준비해야 하는 인문고등학교에 있어 적은 학생 수는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현 교육체제에서 학교는 학생 수에 따라 교사를 충원할 수 있습니다. 교육부가 2019년 9월 11일 공개한 보도자료에 의하면 고등학교는 학생 13.2명당 교사 1인을 충원할 수 있습니다. 학생 수가 줄면 교직원 수도 감소하게 되는데 그 적은 수에 학교장과 교감도 포함됩니다. 교사가 줄면 효율적인 교수활동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교과별로 교사 1인이 전 학년을 가르치게 되거나 사회교사가 역사를 함께 가르친다거나 수학교사가 과학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전체 교육시수는 그렇다 하더라도 매주 작성해야할 교안이 많아질수록 교사의 업무가 가중되고, 전공과목이 아닌 비전공과목을 가르쳐야하는 교사의 수고와 이에 따른 수업의 질 또한 따져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또한 도덕, 기가, 예체능의 경우 교사 1인이 관내 여러 학교를 순회하며 가르치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또한 선택과목의 개설에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부모세대와는 다르게 문·이과는 통합되었지만, 그보다 더 세밀하게 구분된 선택과목이 있습니다. 진학하려고 하는 학과가 인문계열인지 자연계열인지에 따라, 또 진학하려고 하는 대학교가 원하는 선택과목이 무엇인지에 따라 학생은 원하는 선택과목을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학생 수가 적어 교사가 부족하면 학생이 원하는 선택과목이 아닌 학교에서 개설 가능한 과목을 일괄적으로 배워야 합니다. 이것은 향후 대입에 있어 진학 가능한 대학교의 선택이 매우 좁아지고 학생 개인의 적절한 내신과 대입준비에 있어 마이너스가 됩니다.
결정적으로 학생 수가 적으면 내신 등급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농어촌 고등학교의 상위대학 진학 통로는 학생부 전형 선발로 수시를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학생부 종합전형의 기본이 되는 교과 성적은 학생 수에 따라 등급 가능 인원이 결정되고, 등급에 따라 지원 가능한 대학교가 달라집니다. 학생수가 55명인 관내학교 1학년의 경우 과목별로 2등까지 1등급, 5등까지가 2등급이지만, 학기별로 석차가 바뀔 경우 1등급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2학년이 되어 선택과목으로 인원이 나뉠 경우, 경우에 따라서는 과목별 1등을 하고도 1등급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2021년 예비 고1인 현 중 3학년은 40명이 되지 않습니다. 특성화고 등으로 진학하는 인원을 고려하면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 가능한 예상인원은 30명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 내신 관리는 더 어렵게 됩니다.
학생 수는 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최소 학년 당 6학급, 전체 18학급이 되어야 탄력적인 교육과정 운영이 가능한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관내학교는 해마다 학생 수가 줄어 올해 3학년 78명(4학급), 2학년 84명(4학급), 1학년 신입생은 55명(3학급)으로 11학급을 유지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관외 유입 학생이 20~30명이 되지 않는 이상 전교생 169명, 9학급이 되고 맙니다. 예산 차이는 학교 시설이나 환경 뿐 아니라 프로그램 활동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은 단순히 동아리 활동만이 아닌 과목별 세특 기재사항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학생부 세특 기재사항은 학생들의 내신등급의 객관적 기준이 됩니다. 학교명을 블라인드로 처리한다 하더라도 세특에 어떤 활동이 기재되느냐에 따라 학생의 내신등급의 객관적 수준이 결정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방법은 공통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학교들의 통합이라고 생각합니다. 2011년 학생 수 격감에 따른 교육의 질과 경쟁력 강화 및 입시제도 대처 방안으로 진행되었던 전남의 다른 지역들의 거점고등학교(일반고 7개교, 특성화고 2개교)는 관내의 학교통합으로 이뤄졌습니다.
특히 가까운 강진과 함평은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를 통합하여 지역 거점고로 육성하였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는 범 군민추진위원회의 수고와 1만 4천여명이 참여한 범 군민 서명운동이 시발점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관내지역에서도 몇 번의 통합노력에도 여러 이유로 성과를 이루지 못했으며 지난 거점학교 선정에서도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신문보도를 통하여 급감하는 학생 수의 현실을 가슴 아프게 보았습니다. 이제 우리 지역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고민하는 관내의 학교들의 통합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여겨집니다. 고등학교들과 중학교들이 각각 고등과정과 중등과정을 담당하는 교육기관 통합을 이루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중3인 둘째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고등학교 진학 어떻게 하고 싶어?’ 아이의 대답이 이렇습니다. ‘이곳에 있고 싶은데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잖아요’ 이 대답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다닐 수 있는 학교, 다양함을 경험하며 경쟁력 있는 공교육의 장이 속히 펼쳐지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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