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예담은 규방문화원 이혜숙·서승용씨 부부

"대한민국 최고의 천연염색 명소 만들겠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2020년 05월 22일(금) 13:04
봄비를 몰고 올 듯 습기 가득 봄바람이 불던 날 오전. 군서면 도갑리에 자리한 (사)예담은 규방문화원의 인디고카페에서 이혜숙·서승용씨 부부를 만났다. 길모퉁이에 활짝 핀 야생화, 초록빛으로 막 물들기 시작한 가로수와 딱 어울리는 쪽빛 염색 천이 이들 부부가 하는 일을 짐작하게 했다.
영암읍에서 컴퓨터와 입시학원 등을 운영했었다. 하지만 농촌인구 노령화와 출산율 저하 등으로 학생인구가 감소하면서 학원운영에 어려움이 점점 가중되자 미련 없이 접고, 지난 2009년 회의촌마을에서 취미로 쪽빛염색을 시작했다. 원하는 색으로 눈부시도록 아름답게 염색되어 나오는 천연염색에 매료된 이혜숙 대표는 내친김에 관련 전문가과정을 수료했다.
2011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남편인 서승용씨와 함께 사회적기업 ‘(사)예담은 규방문화원’을 설립하고 영암군 전통천연염색 전시체험관을 마련해 운영하는 등 전국에 영암군의 전통천연염색기법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금은 천연염색 전통기술을 바탕으로 전문가 양성교육, 규방공예 강좌, 의류 및 원단 생산, 천연염색 판촉물 등 다양한 생활용품 생산 등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명실공히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일반인과 동호회, 학교 관련 단체, 사회단체, 직장인, 유치원생 등 체험을 원하는 지역민들로부터 예약을 받아 각종 의류 천연염색, 천연비누 만들기, 스카프 염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물론 이들 부부도 지금이 있기까지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전통천연염색체험관이 행정안전부의 인증기간 만료로 인건비 지원이 중단되면서 천연염색 체험 수입 및 제품판매 수입 등으로 턱없이 부족한 인건비를 충당하는 등 전시체험관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은 첫해부터 학산면 은곡마을을 시작으로 연간 20여개 마을을 찾아가 주민들을 모아놓고 천연염색기법 교육을 시작했으나 많은 시행착오도 겪었다.
“처음에는 장사꾼이나 돈 받고 교육하는 사람으로 오해해 거부당하는 일이 많았어요. 지금은 체험을 통해 직접 염색한 옷을 입어보고 만족해하며 다시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완전히 바뀐 상태지요. 400개 이상인 마을을 찾아가야하는 입장이라 다시 못 찾을 때 미안할 때가 많아요.” 이혜숙 대표의 말이다.
한편 이혜숙 대표는 지역사회에 대한 봉사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모두가 힘들어 할 때 천연 쪽 염색 천을 이용한 항균마스크 500개를 제작해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와 장애우들에게 전달해달라며 영암군에 기탁했다.
“영암군은 오래전부터 영산강 주변 평야인 금강, 태백, 시종 등을 중심으로 쪽 재배 최적지로 비옥한 옥토와 더불어 마, 모시, 면직물 등을 이용한 천연염색문화가 크게 발달된 도시였습니다. 든든한 아들과 함께 한국의 전통 쪽 염색기법을 널리 알리고 다채로운 천연염색기법을 개발해 대한민국 최고의 천연염색의 명소로 만들어가는 것이 우리 부부의 꿈입니다.”
이혜숙·서승용씨 부부의 꿈이자 다짐이다.
이승범 기자 stonetig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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