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공직생활 명예퇴직으로 마무리하는 문점영 군청 기획감사실장 “마을 어귀 변함없이 서 있는 古木 같은 선배로 기억되고 싶어”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20년 06월 26일(금) 10:53 |
39년 공직생활을 오는 7월1일 명예퇴직으로 마무리하는 문점영 영암군청 기획감사실장은 소회를 묻자 "더는 미련 없다. 시원하다" 잘라 말한다. 6개월 공로연수를 마다한 까닭이기도 하다. 그러나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물음에 내놓은 대답에선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영암읍 장암리 출생으로 영암종고(현 영암고)를 졸업한 이듬해(1981년11월) 지방행정서기보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었다. 도시계획담당, 서무담당, 행정담당 등 각 실·과·소 핵심 업무를 도맡았다. 2009년1월 지방행정사무관으로 승진해서는 서호면장과 영암읍장, 기업도시지원사업소장, 환경보전과장, 주민생활지원과장, 종합민원과장, 총무과장 등을 맡았고, 2019년7월 지방서기관으로 승진해 기획감사실장으로 재임했다.
40여년 공직생활 중 읍·면장으로 재직했던 3년을 포함해 7년은 읍·면에서 보낸 반면, 나머지 공직생활 대부분은 본청에서 지냈다. 관선 군수와 민선 군수 때 각각 2년씩의 비서실 근무경력도 도 이채롭다. 총무과장은 두 번에 걸쳐 4년 동안이나 맡았다. 이만하면 40년 영암군정의 산 증인이자, 후배공직자들에게는 든든한 '맏형'이었다.
재직 중 일군 업적이 많다. 지난 2015년 월출산국립공원 주변 야생동물보호구역 해제는 지금 돌이켜보아도 돋보이는 성과물이다.
영암군이 야생생물보호구역 재조정에 나선 것은 1996년 최초 지정 이래 도면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그야말로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할 정도로 현실과 전혀 동떨어지게 지정된 곳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토지 등을 소유한 군민들의 재산권행사를 제약하는 요인이었을 뿐 아니라, 군관리계획 변경업무에 차질을 빚게 하고, 국민여가캠핑장 건설도 지연시키는 등 수년 동안 군정 발목을 잡은 현안이기도 했다. 더구나 당시 군정조정기능까지 상실되면서 관련 실·과에서 이를 방치하다시피 하면서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누구도 적극 나서 이를 정리하고 해결하려하지 않았던 '큰 숙제'였다. 더구나 상급기관의 징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기꺼이 추켜들었고 땀과 노력으로 끝내 해냈다.
"재정비를 통해 야생생물보호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은 국립공원구역에서 해제된 지역과 주택 등이 일부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등 불합리한 지역까지 모두 포함돼 군민들의 재산권행사에 대한 부당한 침해 등이 대부분 해소됐지요. 뿐만 아니라 군관리계획 변경업무에 차질 빚게 하고, 氣찬묏길 오토캠핑장 건설도 지연시키는 등 5년여 동안 군정 발목을 잡았던 걸림돌까지 치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이 일로 정부합동감사를 받게 되고 그 결과 징계처분을 받아야 했다. '야생생물보호구역으로 보존할 가치가 있는 지역에 캠핑장 조성사업 등 개발행위를 위해 환경부 협의 의견과는 다르게 보호구역을 임의로 축소, 해제, 지정하는 등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자체의 책무를 태만히 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여기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헝클어진 실타래와 같았던 야생생물보호구역 문제를 책임감을 갖고 해결해냈을 뿐 징계까지 받아야할 일은 결코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이듬해인 2016년 전남도인사위원회로부터 정부합동감사반의 감사결과 조치사항인 '징계처분'은 과중한 것으로 판단되며, 관계정황 등으로 볼 때 비위정도가 경미해 징계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불문' 의결을 받아냈다.
월출산국립공원의 다섯 번째 등산로인 '산성대 탐방로'도 문 실장이 일군 업적이다. 영암읍장으로 재직하면서 갈수록 침체되어가는 고향 영암읍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영암읍에서 출발하는 탐방로 개설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氣체육공원∼산성대∼광암터∼천황봉'까지 새 등산로 개설을 시책사업으로 채택했고, <영암군민신문>의 보도와 당시 황주홍 국회의원의 지원을 받아 2015년10월29일 새 탐방로가 개통됐다.
산성대 탐방로 인근에 계획된 교동지구개발계획도 실은 기획감사실장으로서 강한 애착을 보였던 사업이다.
"담양군 관광단지인 메타프로방스나 남해 독일마을과 같은 성공사례를 참고해 영암군의 특성을 살리고, 특히 영암읍 활성화 차원에서 꼭 필요한 시설을 갖춘다면 영암읍은 군청소재지로서 위상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퇴임 후에도 교동지구개발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늘 관심을 가져볼 작정입니다."
마땅히 지방행정의 달인(達人)으로 부를만한 그다. 하지만 후배공직자들에게는 늘 "똑똑한 상·하급자 보다 인성, 인연, 신의가 가득한 사람이 되라"고 말하곤 한다. 조직은 어느 한 사람 특출한 모습보다도 직원 상하 간 상호 소통과 존중, 배려문화가 더욱 중요하다는 경험에서다.
"특히 지금 영암군정은 한 사람의 특출한 직원보다는, 전 직원이 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정으로 똘똘 뭉치는 조직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업무 성과가 중요합니다. 주어진 업무를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처리하는 직원에 대한 인사상의 배려와 예우를 위한 투명한 기준도 꼭 있어야 합니다. 보직도 직급과 경력, 능력을 감안해 적정하게 배치해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직원이 한 가지 목표를 향해 열정으로 똘똘 뭉쳐 일하게 될 것입니다."
지난 40여년 몸담았던 영암군정을 위해 쓴소리를 해달라는 요청에 정색을 하며 서슴없이 고언(苦言)을 내뱉는다.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그가 가장 좋아하는 시구(詩句)라며 들려준 '알프레드 디 수자'의 시(詩)는 가슴 따뜻한 선배공직자가 후배들에 주는 애정가득 한 당부처럼 들렸다.
■ 문점영 기획감사실장은?
1961년 영암읍 장암리 출생
영암종합고, 대불공대 행정학과 졸업
1981년11월 영암군 지방행정서기보 신규채용
2009년1월 영암군 지방행정사무관 승진
2019년7월 영암군 지방행정서기관 승진
서호면장 영암읍장 주민생활지원과장 환경보전과장 종합민원과장 총무과장 등 역임
국가사회발전 유공 국무총리 및 대통령 표창
지방행정혁신 유공 행정자치부장관 표창
가족은 부인 황경미 여사와 2녀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