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면 묵동리 돈사 불허가처분 취소청구 기각판결 내용과 의미

기업형 돈사 인허가 신청 중 유일허가 ㈜승언팜스 인근 돈사 불구 불허는 타당 판결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회피 목적 분할 '꼼수'에 제동 환경보호 중요성 거듭 강조 눈길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0년 09월 18일(금) 10:38
충효사에서 본 묵동리
광주지방법원 제1행정부가 지난 9월 10일 내린 학산면 묵동리의 돈사 건축불허가처분 취소청구에 대한 기각판결은 지난 8월 13일 내려졌던 삼호읍 망산리의 돈사 건축불허가처분 취소청구에 대한 기각판결에 연이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구나 이번 판결은 영암지역에 한때 봇물을 이루며 20여건이 넘었던 ‘기업형’ 돈사 건축허가 신청 가운데 유일하게 허가된 ㈜승언팜스와의 비례평등의 원칙에 비춰 원고 측이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을 깬 것이어서 남은 10여건의 재판결과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또 이번 판결은 지난 판결처럼 기업형 돈사 건축허가에 있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고의적으로 회피하기 위해 대지면적을 기준 면적 이하로 쪼개 허가를 신청하는 관행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고, 무엇보다 돈사 건축을 하지 못해 입게 되는 손해보다도 환경오염의 방지 및 쾌적한 생활환경의 조성이라는 공익(公益)적 가치가 더 앞선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해 향후 영암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의 유사 인허가 처리에도 중요한 지침이 될 전망이다.
■ 소송 개요
원고 박모(보성군 보성읍)씨는 지난 2019년 3월 27일 학산면 묵동리 79-1번지 외 1필지 1만6천509㎡ 중 3천910㎡에 동·식물 관련시설(돈사)을 신축하기 위해 개발행위허가신청, 가축분뇨배출시설 설치허가신청 등이 포함된 복합민원 형태의 건축허가신청을 영암군에 냈다.
이에 대해 군은 같은 해 9월 5일 영암군계획위원회를 개최해 ‘부결’ 결정이 나왔고, 이를 토대로 같은 해 9월 26일 박씨에게 불허가 통보했다.
군은 불허가 사유에 대해 ▲당초 박씨가 2018년 11월 21일 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영산강 수계에 부여된 수질오염 총량 할당 부하량 초과의 사유로 협의가 불가했던 점에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대상지 대지면적을 축소해 2019년 3월 27일 재 접수한 것으로 보았다.
군은 또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개정(2019년 4월 11일) 전 묵동마을 인근에 7건의 돈사 건축허가신청이 접수되어 향후 대규모 돈사가 건립될 경우 집단화에 따른 환경오염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되고, 마을 내 기존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민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점도 불허가 사유로 꼽았다.
군은 이어 ▲신청지가 율치저수지와 대단위 친환경농업단지 상류에 위치하고 있어 우천 시 축산폐수 유출 및 전염병 예방에 따른 소독제 살포 등으로 저수지의 수질오염이 우려되고 돈사의 집단화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으로 영농활동에 막대한 지정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되는 점도 거론했다.
또 ▲신청지가 인접 시·군에서 영암군으로 진입하는 관문이며, 남해고속도로와는 이격 거리가 350m로 대규모 돈사 설치로 인한 악취, 자연훼손, 주변 환경과의 부조화 등 청정 영암의 이미지 훼손 및 도로변 미관을 저해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군은 이어 ▲돈사 설치지역의 주민에게 미치는 생활환경권, 쾌적한 정주여건 보장과 관련해 군정조정위원회 심의, 영암군의회 의견 청취, 신청지 소재 읍면 주민의 의견청취, 영암군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해충, 토양, 수질오염 등으로 주민들의 생존권에 막대한 피해에 따른 반대의견 및 불허가 의견이 제출된 점도 불허가 사유로 들었다.
군은 이밖에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정주생활권을 보호하며 군민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군정방침과 상충되는 등 대규모 돈사 건축으로 인한 지역민간의 집단갈등 및 반목현상 해소를 위해서도 불허가 처분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원고 측 주장
이에 대해 원고 박씨는 군의 불허가 처분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비례·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공사비 등을 고려해 사업규모를 2천500평에서 1천500평 규모로 축소한 것이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규모를 축소한 것이 아니고, 설령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사업규모를 축소했다고 하더라도 이는 건축허가 신청의 동기에 불과하므로 불허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강변했다.
박씨는 또 ▲신청지 인근 토지에 7건의 돈사 건축허가신청을 모두 불허가했으므로 이에 따른 환경오염 우려는 사실을 오인한 것이고, 기존 돈사로 인한 주민들의 고통이나 민원은 그 근거가 없으며, 적법한 처분사유로 삼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역주민들의 반대민원은 관계 법령에서 정한 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신청지는 개정되기 전인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상의 가축사육 거리제한 구역 외에 있고, 분뇨처리 및 악취 저감을 위해 액비순환시스템을 도입한 현대식 축사여서 환경오염의 우려도 없으며, 자연경관 및 미관이 훼손될 우려도 없다고 지적했다.
박씨는 또 ▲바로 전인 2019년 3월 영암군이 신청지 인근에 다른 돈사(승언팜스) 신축을 허가했음에도 불허가 한 것은 평등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 재판부 판단
재판부는 판결에서 “국토계획법이 정한 용도지역 안에서의 건축허가는 건축법 제11조 제1항에 의한 건축허가와 국토계획법 제56조 제1항의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며,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 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의 영역에 속한다”면서, “이에 대한 사법심사는 행정청의 공익판단에 관한 재량의 여지를 고려해 원칙적으로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사실 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된다”고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특히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에 대해서는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의 내용이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했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와 대비해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런 원칙에 비춰볼 때 군의 불허처분이 사실을 오인하거나 재량권을 일탈 또는 남용했다고 볼 수 없어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신청지는 율치저수지 상류에 위치하고 있고, 율치저수지 하류에는 친환경농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돈사의 특성상 악취, 분진, 해충, 토양 및 수질오염 등으로 인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환경오염, 생활환경 등에 대한 피해는 일단 발생한 이후에는 사후적 규제만으로 그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며, 이 사건 처분의 공익상 필요로서 장래 발생할 수 있는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군의 예측이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려운 이상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더구나 학산면 묵동마을 인근에는 이미 효신목장, 묵동농장, 학신농장, 시목농장, 성은목장 등 다수의 축사가 존재하고 있어 이 사건 돈사가 추가로 신축될 경우 악취, 수질오염 등 주민들의 생활환경 오염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건축허가를 신청하기 직전인 2019년 2월 13일 송모씨가 해당 신청지에 인접한 묵동리 77-11번지에 약 1천113평 규모의 돈사를 신축하기 위해 건축허가 신청을 했고, 군은 2019년 9월 26일 원고와 송씨의 신청을 모두 불허했다”면서, “원고가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사비 등을 고려해 2018년 11월 21일자 건축허가 신청 당시의 건축규모(약 2천500평)보다 축소해 신청(건축규모 약 1천500평)했다 하더라도 원고와 송씨가 신축하려고 하는 돈사의 총 건축규모가 2천500평을 초과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군으로서는 원고의 신청과 송씨의 신청을 검토함에 있어 원고가 당초 2천500평 규모의 돈사 건축허가 신청을 했다가 수질오염총량 할당 부하량 초과 등의 사유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던 사정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원고 측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는 신축하려는 돈사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설계된 친환경 현대식 돈사여서 악취나 해충으로 인한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전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돈사 운영과정에 발생하는 악취나 해충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원고의 돈사 건축허가 신청 무렵 묵동마을 인근에 여러 건의 돈사 신축을 위한 건축허가신청이 접수됐고 군이 이를 불허가한 것은 사실이고, 군이 2019년 3월 29일 ㈜승언팜스에 대해 묵동리 79-12번지 외 2필지에 돈사 신축을 허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돈사가 밀집되는 경우 분뇨 및 오수 등으로 인한 수질오염, 악취 등 환경상 위해의 위험성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면서, “군으로서는 새로운 축사에 대한 허가여부를 결정하는데 있어 주변지역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기존보다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이미 인근에 다른 축사 신축허가가 있었다는 이유로 무분별하게 돈사 건축허가 신청을 받아들이는 것은 국토와 환경의 보호라는 공익상 필요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않은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군의 불허가 처분이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고, 환경오염 우려에 대한 군의 판단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재판부는 또 ▲“원고가 돈사 건축허가를 신청한 곳은 남해고속도로로부터 350m의 거리에 있고, 율치저수지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돈사 신축으로 자연경관이 훼손되고 미관 저해 우려가 있다는 군의 판단은 현저하게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원고가 묵동리에 돈사를 신축할 수 없는 경제적인 손해를 입게 됨을 고려하더라도 군이 불허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환경보호 등의 공익이 원고의 손해에 비해 더 중대하다고 보인다”고 기각의 이유를 덧붙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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