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향 미암면 2천300여명 주민 얼굴에 웃음꽃 활짝 피었으면…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09월 18일(금) 11:41
김만태 미암면장
그땐 다 그랬을 테지만, 미암에서 독천 가는 신작로도 도라꾸가 지날 때마다 온통 먼지 가득했습니다. 비라도 내리는 날엔 황톳길 수렁에 신발이 빠져 걸을 수도 없었지요. 하지만 장날이면 미암면 사람들 모두 농지기 갈아 입고, 그 길 따라 오일장에 가 서로 안부를 전하며 막걸리 한 사발에 거나하게 취했던 정겨운 길이기도 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문수포 앞 바닷가 뻘바탕에선 낙지를 파고, 산비탈을 일궈 수확한 서숙 목아지를 도리깨질하며, 힘들고 모질게 살아야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도 봄이면 앞산에 오색 꽃들이 만발했고, 뻐꾸기도 반가워서 소리 내어 노래하던 모습 정겹기만 했습니다. 내 고향 미암면은 바로 그런 곳이었습니다.
이런 추억도 있습니다. 그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부족하고 힘들게 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웃 간엔 늘 다정하고 형제같이 살며 애경사가 생기면 내일 같이 달려들어 상부상조했던 시절로 기억합니다. 인상 깊은 일은 또 있습니다. 군민의 날인가요, 축구대회 씨름대회 열릴 때면 면세(面勢)가 턱없이 작은 지역임에도 면민 모두 하나로 똘똘 뭉쳤지요. 계란으로 바위 치기처럼 보이던 면세 큰 지역을 거뜬히 이기고 우승 트로피 들고 와 면사무소 앞마당에서 저녁 내내 면민 모두가 축하 잔치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내 고향 미암면에 근무하며 새삼 꺼내 본 옛 추억은 이리도 마냥 그리움입니다. 정겹던 미암면 사람들의 옛 모습을 떠올리면 목이메입니다. 아마 지금은 옛날과 너무도 다른 지역 정서와 지역사회 분위기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생계 터전이었던 문수포 앞바다는 흔적이 없어졌습니다. 간척사업으로 만들어진 영암호 주변의 광활한 농경지는 왠지 황량합니다. 뻐꾸기가 노래하던 앞산은 숲이 울창해졌습니다. 저녁노을 빨갛게 물들어갈 때면 아궁이에 불 지피던 모습 다 사라졌으니 당연하지요. 그래서 오색 꽃이 만발하던 앞산 모습은 찾을 길이 없으니 아쉽기만합니다.
독천 가는 신작로도 아스팔트로 포장되어 정말 편리해졌습니다. 정겹게 만나 막걸리 한 사발로 회포 풀었던 독천 오일장도 현대식이 됐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간난(艱難)을 자식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고 정말 열심히 산 우리네 부모님들 덕분입니다. 면세나 면민들 형편도 한결 나아졌으니 정말로 자랑스럽고 감사해야 할 일인 것은 자명합니다.
그래서 어깨는 더욱 무겁습니다. 아스팔트 포장된 독천 가는 길엔 정겨움은 간데없습니다. 독천 장날 막걸리에 취했던 정취도 찾아볼 길 없습니다. 더군다나 요즈음 핵가족 시대다, 농촌의 초고령화 시대다 해서 젊은 사람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듭니다. 이웃 간 정 나누고 상부상조하며 면민 모두 협심하고 하나 되어 자긍심 높이며 자존감 가졌던 그 시절은 이젠 다시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요즘 들어 몹쓸 역병 '코로나19'까지 퍼져 우리 지역에서도 마을회관과 노인정이 폐쇄되었습니다. 화합과 단합을 도모할 작은 모임조차도 방역 당국의 예방수칙 준수를 위해 모두가 자제합니다. 강산은 변했으되 조상 대대로 이어온 이웃 간의 정만큼은 돈독하기 그지없었던 미암면 사람들이 더욱 안타깝고 가슴 짠해지는 요즘입니다.
그래서 간절히 소망해봅니다. 내 고향 미암면이 옛날처럼 윗사람 공경하고 아랫사람 사랑하며 이웃 간 인정 넘치고 작은 일에도 내일 같이 달려들어 똘똘 뭉치는 그런 고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문수포 앞바다는 간척으로 사라졌지만 조상님들이 물려준 청정 미암면을 면민들 모두가 솔선수범해 아끼고 가꿔가는 그런 동네였으면 좋겠습니다. 이 번 추석에는 '코로나19'로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가는 대신 텅 빈 집 쓸쓸히 지키고 계시는 우리네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여기고 작은 선물 꾸러미라도 정성껏 만들어 찾아뵙는 그런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2천300여명의 면민들께서 작은 정이라도 나누고 화합해가면서 밝은 웃음꽃이 활짝 피는 그런 미암면을 만들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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