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돈사 인허가 잇단 제동 判決 의미와 전망

주민 생활환경권 보호의 '공익' 우선, 인허가 재량권도 폭넓게 인정

악취 문제 심각성에도 공감, 기업형 돈사 편법행위에는 엄격한 잣대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0년 09월 25일(금) 09:36
광주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이기리)는 문모(광주시 북구)씨가 삼호읍 동호리에 돈사 신축허가를 냈다가 불허되자 영암군을 상대로 낸 건축불허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지난 9월 17일 또다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 8월 13일과 9월 10일에 이어 벌써 세 번째다. 최근 영암지역에 잇따랐던 이른바 '기업형' 돈사 신축 허가 신청에 잇따라 제동을 건 것이다.
법원은 이번에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한 허가면적 분할 등 신청자의 편법에 대해 엄격하게 제동을 거는 등 적극적 해석을 내놓았다. 또 무엇보다 돈사 신축으로 인한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그 파급효과를 심각하게 우려했다. 특히 신축할 돈사가 아무리 무창형 및 밀폐식이어도 악취 유출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신청지로부터 2㎞ 떨어진 곳에 있는 세한대학교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보았다. 법원은 더 나아가 영암군이 불허가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환경보호 등의 '공익'이 허가신청자가 입을 손해에 비해 더욱 중대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다시 내렸다. <관련기사 4면>
<영암군민신문>이 이번까지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 '기업형 돈사 인허가 잇단 제동 판결'의 취지를 종합하면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에 대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주민들의 생활환경권 보호에 적극적인 판단을 내렸으며, ▲최근 농어촌지역의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악취'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도 적극 공감하는 입장인 것으로 요약된다. 또 ▲허가신청자들의 편법 내지 탈법에는 적극적 해석을 통해 제동을 걸었고, 심지어는 ▲무창형 또는 밀폐식 등 현대식 돈사시설이라도 악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함으로써 축산농가들의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고 할 수 있다.
행정청의 허가에 대한 재량권 문제는 최근 동·식물 관련 시설을 비롯한 각종 개발행위가 포함된 인허가 신청이 쇄도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시사하는 바 크다. 즉 행정 처리 자체에 불·탈법 또는 업무미숙, 더 나아가 정치적 이해가 개입되는 등의 문제없이 주민들의 생활환경권 보호라는 공익적 차원에서 내린 행정적 결정은 법원이 폭넓게 인용하는 추세인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나온 세 차례 판결에서 법원이 모두 영암군의 손을 들어준 것은 돈사 신축 불허가가 현저하게 합리성을 결여했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와 대비해볼 때 형평성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삼호읍 망산리 사건에서 법원은 우량농지의 잠식 우려, 주민들 영농활동 지장 초래 가능성, 영암호 보호 필요성 등을 불허가 처분 사유로 삼은 영암군의 판단을 정당하다고 보았다.
학산면 묵동리 사건에서도 하류에 율치저수지와 친환경농업단지가 있고, 주변에 이미 수많은 축사가 있으며, 심지어 인근에 최근 새 돈사 신축허가가 났더라도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은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고 보았다.
역으로 삼호읍 망산리 사건에서 법원은 영암군이 농지법 적용을 잘못한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 사유 9가지 중 재판부가 유일하게 원고 측 주장을 인용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보다 중대한 사유에서 영암군의 불허가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행정 처리에 있어 현저한 위법성이 있는 경우가 아니므로 재량권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반면 현재 남아있는 소송사건 가운데는 이처럼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기 어려운 행정 처리의 사례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재판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근 농어촌지역의 심각한 환경문제로 떠오른 악취를 비롯한 주민의 생활환경권 보호에 대해 세 판결 모두 적극적 입장을 보여줬다.
삼호읍 동호리 사건에서 법원은 "무창식 밀폐형 돈사이고, 그 시설 내에 가축분뇨 등을 액비화 하는 설비를 설치하고 위탁처리업체를 통해 배출할 예정이더라도 악취 유출 가능성이 있고 수질 및 토양오염의 위험이 존재한다"고 적극적으로 판단했다.
학산면 묵동리 사건에서는 "신축하려는 돈사가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는 공법으로 설계된 친환경 현대식 돈사여서 악취나 해충으로 인한 인근 주민의 생활환경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전혀 없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돈사 운영 과정에 발생하는 악취나 해충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법원의 이 같은 판결은 ▲악취 등 심각한 환경문제를 유발하는 인허가를 처리함에 있어 행정청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생활환경권 보호에 역점을 둬 처리해야 한다는 점과 함께, ▲축산농가들의 경우 동·식물 관련 시설을 허가받기 위해서는 보다 철저한 악취 저감 대책과 수질 및 토양오염 우려를 불식할 수 있는 대책도 함께 내놓아야 한다는 점을 주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법원은 더 나아가 허가신청자들의 편법 내지 탈법에 적극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실제로 법원은 세 가지 사건 모두에서 "환경영향평가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당해 신청의 사업계획면적만이 아니라 그 개발사업의 실제 사업주체를 파악해 그 사업주체가 실제 개발 사업을 하려는 면적을 기준으로 파악함이 상당하다"고 영암군의 손을 들어줬다. 이로 인해 일단 허가를 받으면 큰 이권으로 인식되면서 '신청해놓고 보자' 식이었던 기업형 돈사 허가 신청이 제동이 걸리게 될지 주목되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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