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과 멸종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0년 11월 13일(금) 13:11 |
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한 한 가문의 비극적인 예가 있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는 혈통의 순수성을 유지하기 위한 근친혼으로 유명했다. 합스부르크 왕가는 제1차 세계대전으로 패망하여 왕국의 문을 닫을 때까지 600여년을 이어갔고, 전성기 때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계승하는 등 유럽의 명문 가문이었다. 하지만 심한 근친혼에 의한 유전병인 주걱턱으로 인해 왕가의 후손들은 많은 고통을 당해야 했다.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해 죽으로만 연명해야 했고 평생 침을 흘리고 살아야 했으며 심지어 말할 때 발음도 정확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공무를 보아야 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질병에 시달렸고 급기야 카를로스 2세 때에는 불임으로 인해 왕가의 대가 끊기고 말았다.
사람이든 자연이든 다양성을 상실하면 곧바로 멸종위기에 처하게 된다. 국가든 사회든 조직이든 개인이든 생리적, 문화적 다양성을 상실하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았다. 서아프리카의 가나 공화국은 1957년 당시에 대영제국의 식민지 중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초대 대통령이 인종적으로 순수한 가나를 만들겠다고 국경을 폐쇄한 결과, 불과 7년 후에 군사 쿠데타가 일어나 국가가 와해 되어 버렸다. 미얀마도 1962년에는 아시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국경을 폐쇄한 지금은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에 한 나라가 되었다. 명나라 때 콜럼버스의 탐험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위용을 자랑했던 정화의 함대를 아프리카에까지 파견하였던 중국도 이후 쇄국정책을 고수한 결과 19세기에 와서는 서양 열강의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한 전례가 있다.
그렇다면 결국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답은 쉽게 나온다. 교육의 다양성이 최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의 내용과 형식 모두 다양해야 하며 선발도 다양하게 이루어져야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가 융성해질 수 있다. 세계 정치와 경제적인 면에서 보아도 소련 붕괴 이후 미국과 소련의 양극 체제가 급속하게 붕괴되면서 G1인 미국을 제외하고 모두 다극 체제로 전환이 되었다. 21세기 들어와서는 중국과 EU 등 올망졸망한 세력들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미시적으로는 각 개인들의 욕구도 다양해 지면서 사회가 더욱 복잡한 양상을 띠고 그에 수반되는 문제들도 너무나 복잡하여 쉽사리 해결책을 찾기가 어려워져 가고 있다.
우리 교육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2015개정교육과정을 출범시키며 학교 교육이 지역, 학교, 개인 수준의 다양성을 동시에 추구하면서 학교와 교육청, 지역사회, 교원·학생·학부모가 함께 실현해 가는 것을 이상으로 하고 있다. 학생 선택교육과정을 핵심으로 하여 학생들에게 내용이나 형식에서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해주려고 하지만 일선 교육현장에서는 여기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단위 학교는 여러 가지 현실적 제약으로 인해 학교가 가진 자원만으로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생들에게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고교학점제나, 인근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운영, 학교 밖 전문가를 통한 교육 등을 적극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학교 교육의 다양성이 보장될 수 있다. 학교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 학교의 존속 여부가 우려스럽고, 학교의 실패는 곧바로 지역사회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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