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그린뉴딜시티 '지역지원사업' 현실성 있나?

영암군·전남도 등과 사전논의 전무한데다 일부 사업은 실현가능성도 희박

2GW 발전설비가 주목적…전시용 아니려면 SK그룹 차원 의지 표명은 있어야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0년 11월 20일(금) 10:50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 영산강 간척지 3-1지구의 초대형 태양광발전사업인 '영암그린뉴딜시티'의 파장이 지속되고 있다. 총 예상 사업비가 3조원을 넘을 전망인데다, 발전설비가 2GW 규모로 원자력발전소 2기를 건설하는 것과 맞먹기 때문이다. 또 발전설비 건설과 함께 SK E&S가 제시한 '9대 테마 마스터', 즉 지역지원예정사업도 민선7기 전동평 군수의 역점사업인 '4대 핵심발전 전략산업'까지 망라하고 있다.
영암그린뉴딜시티의 태양광발전설비가 들어설 삼호읍 서호·망산리와 미암면 신포·호포리 일원 500만평(16.5㎢)의 부지확보 여부는 그야말로 지역사회에 '초미(焦眉)'의 관심이다. 평당 임대료가 6천원이다. 수만평씩 소유한 이들에겐 가만히 앉아서 매년 수억원을 벌어들이게 될 돈방석이다. 게다가 SK E&S는 부지 소개료로 평당 1천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호읍과 미암면 일대는 크게 술렁이고 있다. 노다지를 캐게 될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는가 하면 채비하는 거간꾼들도 보인다.
영산강 간척지 3-1지구는 SK E&S에 앞서 다른 업체들이 이미 태양광발전사업을 진행해왔다. 호반산업·서부발전·마을주민협동조합 등이 미암면 남산리 일원 한국농어촌공사 부지 45만평에 1천202억원이 투입될 80㎿ 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 중이고, 퍼시피코에너지·한국수력원자력·현대일렉트릭 등도 같은 곳에 690억원이 투입될 50㎿ 규모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SK E&S는 뒤늦게 뛰어든 입장이다. 이로써 영산강 간척지가 바야흐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태양광발전사업자들의 각축장이 된 셈이다. 이는 임대료를 부풀리거나 지역사회에 대한 장밋빛 지원사업 남발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누구보다 지역민들 스스로의 경각심이 필요한 대목이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 가장 고민이 깊은 쪽은 영암군이다. SK E&S가 제시한 지역지원사업이 진정성이 있고 계획대로 구체화되기만 한다면 영암그린뉴딜시티 프로젝트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지역지원사업에 사전협의한 바 없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3㎿ 이상 대규모 전원개발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어 인허가 관련 권한도 없다. 지역지원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강제할 여지는 더군다나 없다. 결국 지켜볼 도리밖에 없는 것이다.
SK E&S는 주민설명회를 통해 ▲주민 참여에 의한 공적기금을 조성하고, ▲반경 1㎞내 인근 마을의 도로 및 주택정비를 비롯한 영암의 미래형 산업클러스터를 조성하며, ▲1만개 이상의 지역 일자리 창출 및 복지영암 구현, ▲30만평의 스마트팜을 통해 태양광단지로 인해 일터를 잃게 되는 자경농과 임대소작농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사회와의 이익 공유를 위한 지역지원예정사업으로 ▲영암 스마트팜 센터, ▲무화과연구유통가공센터, ▲세계자동차박물관, ▲자동차 튜닝샵, ▲특수선박 클러스트, ▲드론 클러스터 밸리, ▲야생화 꽃길, ▲빛의 거리, ▲실버스토리 조성 등 9개 사업을 제시했다.
기업 차원에서 시도할 수 있는 일부 사업도 있지만 대게가 정부 또는 지자체의 정책방향 아래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다. 일각에서 태양광발전사업을 진행하다 지역사회의 반발여론을 감안해 지역지원사업들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SK E&S가 제시한 지역지원예정사업들은 제대로 실천에 옮겨질까? 이와 관련해 영암지역사회는 이미 활성산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에서 교훈을 얻은 바 있다.
군은 2012년 당시 신재생에너지 분야 선도기업인 대명GEC와 1천2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단지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금정면 연소리 산 340번지 일대에 2㎿급 풍력발전기 20기를 건설해 매년 2만세대가 사용 가능한 전력을 생산함은 물론 지역주민 우선 고용과 자격을 갖춘 지역 업체 시공 참여, 장학사업과 오토캠핑장, 승마장 건설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풍력발전에 이어 국내 최대 규모라는 100㎿ 태양광발전시설까지 들어선 지금 지역사회와의 약속은 거의 실천에 옮겨지지 않았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일출과 일몰이 장관이어서 군민들은 물론 관광객들이 즐겨 찾았던 명소였던 활성산을 신재생에너지 기업에 통째로 빼앗겼을 뿐이다.
지금 상태로라면 영암그린뉴딜시티 역시 광활한 면적의 태양광전지판만 남을 뿐, 한때 삼호읍과 미암면 어민들의 생계 터전이었고, 막대한 국비를 들여 조성한 영산강 간척지 3-1지구는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이곳저곳에서 나온다. 드넓은 간척지를 소유한 이들은 매년 막대한 임대료를 챙기면 될 뿐이니, 지역지원예정사업의 이행에 관심을 갖거나 강제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생계 터전을 잃은 소작농이나 소규모 영농인들, 그리고 지역사회가 약속이행을 촉구할 순 있겠으나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 이후라면 활성산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별 도리가 없다.
따라서 SK E&S가 제시한 영암그린뉴딜시티가 제대로 추진되려면 지금이라도 전남도와 영암군 등과 지역지원예정사업에 대한 구체화 계획을 내놓고 논의에 나서야 한다. 실현가능성이 없거나 타당성이 없다면 다른 계획을 내놓고 협의해야 한다. 그런 다음 SK그룹 차원에서 전남도, 영암군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거나 추진계획을 공표해야 한다. 적어도 군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움직임이 있어야 '영암그린뉴딜시티'는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여론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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