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골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11월 27일(금) 13:53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우리나라 골프인구가 700만명을 넘어섰고 이들이 골프활동으로 1인당 지출하는 비용은 월평균 35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골퍼들에게 왜 골프를 치는가 물으면 너무 재미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비슷한 상황은 있더라도 똑같은 일은 없기 때문에 라운딩을 할 때마다 긴장과 갈등의 연속이라서 골프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다는 것이다.
골프의 기원은 스코틀랜드의 양치는 목동들이 지팡이로 돌을 쳐서 구멍에 넣던 것이 골프로 발전되었고, 골프라는 용어도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언어인 '치다'의 '고프(Gouf)'에서 유래 되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현재와 같은 골프는 15세기 중엽에 시작되어 20세기 초까지는 주로 영국에서 성행하다가 이후 미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과 한국, 일본 등지로 보급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 골프는 1900년 세관관리로 일하던 영국인들이 원산 바닷가에 있는 세관 구내에 6홀의 코스를 만들어 경기를 한 것이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 여자골프 선수들의 세계무대에서 활약은 눈부시다. 박세리 선수가 1998년 'US여자오픈대회'에서 맨발의 투혼을 발휘하여 우승을 한 이후 우리나라는 골프 강국으로 급부상하여 2020년 11월기준 세계랭킹 20위에 든 선수는 9명이나 되고 10위안에 드는 선수도 1위 고진형 프로, 2위 김세영 프로, 5위 박인비 프로, 8위 박성현 프로, 10위 김효주 프로 등 5명이나 된다.
이처럼 우리나라 선수들이 세계무대에서 이름을 날리는 이유는 부모들의 헌신적인 뒷바라지, 선수들의 강인한 의지와 피나는 노력의 결과라고 말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남자 선수들은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외국선수들과의 체격조건 차이라고 한다. 외국선수들은 키가 커서 아크가 크고 체력이 강해 빠른 스윙스피드를 낼수 있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장타에서 밀린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운영중인 골프장은 467개소에 내장객은 3천600만명에 이른다. 1988년 39개소에 내장객 260만명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인데, 이처럼 증가하게 된 것은 골프 마니아였던 노태우 대통령이 재임 중 청와대에서 갖고 있었던 골프장 인허가권을 시·도지사에게 넘겨주면서 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골프는 호화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무원들의 공직기강 확립의 표적이 되어왔고 역대 대통령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었다.
이승만 대통령은 골프를 애국 스포츠로 육성하였다. 대한민국 정부수립 직후 남북 간장관계가 심각한 상황에서 미군들이 주말마다 자리를 비우고 골프를 치러 일본 오사카로 간다는 소식을 듣고 북한 위협에 대비하고 외화벌이를 위해 지금의 서울 어린이공원 위치에 18홀 규모의 '군자리 골프장'을 만들도록 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골프 애호가였다. 당시 시대적 상황은 재계인사, 주한미군, 주한 외교관들과 로비가 필요한 시절이었는데 이러한 로비 수단으로 골프만큼 좋은 것이 없음에도 박정희 대통령은 골프를 치지 못하자 한장상 프로에게 골프를 배워 하게 되었다. 박대통령은 평소 한국의 엘리트들이 활동하려면 골프는 필수라고 역설할 정도로 공무원들에게 골프를 적극 권장하였다.
문제는 이처럼 국익차원에서 순수한 목적으로 활용되었던 골프가 전두환, 노태우 정권에서는 정·관계와 재계의 검은 로비창구로 전락하면서 '귀족 스포츠'라는 비난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민정부로 새롭게 출발한 김영삼 대통령은 공직자들에게 처음으로 골프금지령을 내렸다. 김영삼 대통령은 청와대에 입성 하자마자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선언한데 이어 청와대 경내 골프장도 없에 버렸고 공직자들에게도 골프를 못하게 했다.
김대중 대통령은 골프를 전혀 치지 못했지만 공직자들의 골프를 반대하지는 않았고 노무현 대통령은 부인 권양숙 여사와 자주 골프라운딩을 나갈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건 등 안보위기가 계속되자 사실상 골프를 금기시 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박근혜 정부까지 이어졌다.
요즘은 골프가 대중스포츠로 자리 잡았다고 하지만 여전히 골프장 이용료는 일반 서민들이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현재 골프장 이용자들은 한번 라운딩을 할 때 마다 그린피와 더불어 개별소비세 1만2천원과 개별소비세에 연동되는 부가세인 교육세 3천600원, 농어촌 특별세 3천600원 등 약 2만원의 세금을 내고 있는데 골프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별소비세가 폐지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골프를 시작한지 8년정도 되어감에도 아직도 90타대에 겨우 진입 할까 말까 할 정도의 실력이다. 골프처럼 어려운 운동은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실력이 늘지 않은 이유를 운동신경이 없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위안을 해왔는데 운동신경 보다는 연습을 게을리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퇴직 동료들 골프모임에 가입하여 매월 한차례씩 라운딩을 하고 있는데 매우 좋은 모임이다. 실력과는 상관없이 라운딩을 통해 서로 얼굴도 보고 대화도 나누고 식사도 함께 하면서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어서 좋다.
선배 회원 한분은 연세가 80이 다 되셨는데도 세월의 흐름을 잊고 젊은 회원들과 건강하게 라운딩을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 노후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후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어 서로 만나 어울리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기에는 골프처럼 좋은 운동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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