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와 무릎의 인과율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0년 12월 18일(금) 12:03
열두 개의 건반을 오르내린다
건반과 건반 사이는 가깝고도 멀다
하나의 건반에서 울리는
음의 미세한 울림과 떨림
소리가 음악적 화음으로 들릴 때까지
피아니스트의 손은 보이지 않는다
간혹 발이 밟는 페달의 무게를
손이 감지 못하기도 한다
사흘 전 미에서 파열음이 났다
오늘은 파찰음
소리가 앓는다
건반이 앓는다
손과 소통이 끊긴 페달을 밟는
발이 중심을 잃는다


최연숙
영암 출생
시인
수필가
문예춘추 알베르 카뮈상 현대시부문 최우수상
시집 '기억의 울타리엔 경계가 없다'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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