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터전 나의 둥지, 영암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1년 01월 08일(금) 13:51 |
조성남 1960년 영암 출생 세한대학교 디자인학과 교수 한국소상공인컨설팅 부회장 한국산학협동연구원 부원장 전라남도문화재위원회 위원 전라남도청년창업몰 심의 및 자문교수 |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께서 저희 사남매를 데리고 나들이를 하셨습니다. 역리 백년동 고개를 넘어 배날리 가까운 곳의 옹기막 두 군데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던 것입니다. 옹기막을 보고 군서로 걸어간 일이 저에게는 잊히지 않는 추억입니다.
영암읍에서 해창을 거쳐 군서로 가는 길이 아이들 걷기에는 꽤 먼 거리입니다. 그러나 60년대 당시에는 영암읍에서 시종, 구림, 금정, 덕진 등을 도보 거리로 여겼기 때문에 우리도 소풍 가듯 걸었습니다. 저는 그 산길에서 옹기 만드는 물레를 보고 옹기장이 노인도 만났습니다. 그 경험들은, 제가 대학에서 도시공공디자인을 가르치면서 동시에 한반도 도예를 연구하는 단초가 되었을 것입니다.
도시에 사는 분들을 만나면 의외로 고향이 없다는 분들이 꽤 많습니다. 개발로 인해 탯자리를 잃었거나 고향은 있지만 떠난 지 오래 되어 낯설다는 분들입니다. 그 중 다수가 귀촌을 원하는 마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그분들을 보면 제 처지가 참 행운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진학과 직장 초년병 시절 잠시 떠나 있었지만, 지난 26년간 영암에 있는 대학교를 직장으로 삼아 부모님을 가까이 뵈면서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내 고향, 내 둥지인 영암'을 지켜보며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늘 있습니다.
추석날 밤이면 영암초등학교 운동장에 몇 개 마을의 남녀노유가 모여 강강술래를 뛰고, 고샅에 아이들 노는 소리가 북적였던 때를 그리워합니다.
경제적으로 자립도가 높아지고 인구가 늘어야 그 시절의 번다함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효율이 모호한 도로들로 쪼개져 아담함을 잃은 마을들을 보며 아쉬움과 함께 빼어난 자연 유산을 적극 활용하는 관광 정책 등을 저절로 고민하게 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영암에 더 생기가 돌고 윤택해질까,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영암으로 귀촌해서 들어올까? 골똘하게 생각하는 적이 많았습니다.
"제가 전국의 많은 지역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퇴직하면 이곳에서 살고 싶다고 생각되는 곳이 딱 세 군데 있었어요. 거창, 함양, 영암입니다."
경기도 고양시의 향토사학을 담당하는 공무원이 하신 말씀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기뻤고 자부심도 느꼈습니다. 우리 영암은 그런 곳입니다. 외지인들이 부러워하는 환경을 잘 보살펴서 내 고향 영암이 더 좋은 고장이 되는 일에 손을 보태야 하겠습니다.
기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요청이 높은 시대입니다. 기후위기는 농업위기를 포괄하기 때문에 많은 학자들이 식량전쟁이 가깝다고 예고한 지 오래 되었습니다.
2021년, 금년에도 저는 몇 번 월출산에 올라가 산 아래 펼쳐진 마을들과 논밭을 바라보려고 합니다. 영암의 농업이 건강함을 잃지 않고 식량위기를 이기는 한 축이 되면 좋겠습니다. 저 들판을 일구는 청년 인재들이 많아지고, 그들이 뿌리내리도록 우리가 후한 인심으로 함께하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설렐 것 같습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