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에게 환경입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1년 01월 15일(금) 14:20 |
정찬열 시인 군서면 장사리 출신 미국 영암홍보대사 |
'BIKE LIGHT FOUND. See me at the basketball court. Between 7:00AM to 7:20AM. Until right owner found!'
이 작은 안내문 하나가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내가 사는 동네에 이렇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뿌듯합니다. 저런 모습을 보면서 자란 아이들은 저렇게 이웃을 배려하면서 살아갈 성싶습니다. 그래서 환경이 중요하다고 하는 모양입니다.
그렇습니다. 누구나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갑니다. 자라온 환경을 감사하거나 탓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보면, 우리는 서로에게 환경입니다. 내 이웃에게 나는 어떤 환경이었을까. 내 어머니에게 어떤 아들이었고, 아내에게, 아이들에게는 또 어떤 남편이고 아버지였는가를 반추해봅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것은 크고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저렇게 사소하고 작은 것들입니다. 시시하고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는 것들이 가슴을 잔잔히 물결치게 합니다.
하긴, 우리의 일상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던가요. 사소한 것들의 반복이지만, 그 시시한 것들이 어느 날 되돌아보면 큰일이었다고 깨닫게 되지 않던가요.
샌타애나 강둑을 따라 걸어갑니다. 햇살을 받아 강물이 반짝거립니다. 물결이 파르르 떨며 물주름 너울너울 여울져갑니다. 바람이 강물을 간지럼 태우며 강을 건너는 중입니다. 저렇게 아침 햇빛에 빛나는 윤슬을 보면 출렁이는 잔물결 이랑을 따라 나도 강물을 건너고 싶어집니다.
저만치 리커스토어 간판이 보입니다. 주인이 특정 나라 출신입니다. 작년 어느 날, 저 가게에서 물건을 산 후 깜박 지갑을 놓고 온 적이 있습니다. 현금이 제법 담기고 그쪽 사람에 대해 좋지 않은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터라, 잃어버렸구나 생각하며 가게로 달려갔습니다. 기다렸다며 주인이 지갑을 내주는 게 아닙니까. 어찌나 감사하고 미안하던지. 편견이 얼마 잘못된 것인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학교를 다니고 책을 읽고 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기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그것은 문명사회의 기반이자 척도의 하나입니다. 이웃을 배려하는 모습은 그 사람의 인격은 물론 그가 속한 커뮤니티의 품격, 그리고 국가와 국민의 수준을 나타내주기도 합니다.
1970년대에 홀트 고아원에서 근무했던 분의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양녀를 입양하려고 방문한 미국인 부부가 한참을 둘러보더니, 제일 병약하고 못생긴 여아를 데려가더랍니다. 양녀를 키우는 긴 세월 동안의 어려움을 감내하겠다고 결단했을 터입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부끄러워졌습니다. 나라면 그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그 사람이 사는 나라에 대한 더한 신뢰가 내 속에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산책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입니다. 유모차에 쌍둥이를 태운 한 엄마가 조깅을 시작합니다. 아이들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더니, 쌍둥이도 엄마도 환하게 웃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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