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업 우리 지역에서도 추진해달라"

선거 임박 '지역구 이기주의'에 현안사업 발목 우려

도시가스 전선지중화 등 막대한 사업비 소요 순차적 추진 협조 절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1년 08월 20일(금) 09:27
내년 지방선거가 임박하면서 '표'를 의식한 이른바 '지역구 이기주의'가 순차적 추진이 불가피한 각종 현안사업 진행에 발목을 잡는 일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방자치제 실시에 따라 각 선거구 주민들의 대표를 선출한 이상 지방의원들의 지역구 이익 대변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는 하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현안사업의 경우 일시에 모든 지역에서 추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영암 도시가스 공급' 사업은 그 대표적인 경우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사업비 127억여원이 투입되는 영암 도시가스 공급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의 '1지자체 1수급지점'의 원칙에 따라 삼호읍에만 도시가스가 공급, 정작 군청 소재지인 영암읍에는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아 영암읍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12년 무렵부터 10여년 동안 그야말로 한해도 거르지 않고 건의해온 영암군의 최대 숙원사업이다.
특히 군은 지난해 5월 자체적으로 영암읍 도시가스 공급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타당성조사 용역을 통해 경제성 등을 확인한 뒤 10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목포도시가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함으로써 천신만고 끝에 지난해 말 공사가 시작됐다.
영암 도시가스 공급사업에 난데없이 군서와 학산면까지 포함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부터다.
지난 2월 의회에 대한 군정 주요업무계획 보고 자리에서 전동평 군수는 오는 2022년까지 영암 도시가스 공급을 마무리한 뒤 학산면과 군서면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하겠다는 담당과장의 발표를 정정하면서, "사업비 127억원을 들여 오는 2022년까지 영암 도시가스 공급을 마무리한 뒤 학산면과 군서면에도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추진하겠다. 사업비 127억원은 영암읍 중심의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예산이고, 학산면과 군서면의 경우 지선만 연결하면 되기 때문에 여기에는 각각 20억원씩 40억원의 예산만 있으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학산·서호·군서·미암을 지역구로 둔 조정기 의원은 지난 6월 의회에 대한 군정 주요업무 추진상황 보고 자리에서 담당과장이 "군서면과 학산면에도 내년 말 영암읍 도시가스와 동시 공급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안되면 2023년 상반기까지라도 공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데 대해 "군수 말하고 과장 말이 다르다. 군수는 영암읍과 학산소재지, 군서소재지 똑같이 완료하겠다고 했다"며 동시 추진을 거듭 요구하며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조 의원은 이에 앞서 영암 도시가스 공급사업이 확정된 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시가스 공급배관이 통과한다는 이유로 군서와 학산면 소재지에 대한 동시공급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렇다면 영암 도시가스 공급과 동시에 군서와 학산 도시가스 공급도 이뤄질 수 있을까? 이는 당연히 예산 확보에 달린 문제다. 수백억원에 이르는 예산만 제때에 확보된다면 세 지역에서 동시에 점화식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군은 부족한 예산은 목포도시가스가 선부담하고 추후 예산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결코 녹록치가 않다.
우선 영암 도시가스 공급 사업에 필요한 총사업비 127억원(도비 9억원, 군비 93억원, 목포도시가스 25억원) 가운데 현재까지 확보된 사업비는 모두 40억원(도비 9억원, 군비 31억원)에 불과하다. 목포도시가스 부담분인 25억원을 제외하고, 내년에 영암읍에 도시가스가 공급되려면 군비 62억원을 추가확보해야 한다. 또 군서와 학산에도 동시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려면 40억원도 새로 확보해야 한다. 도시가스 공급에만 당장 1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구나 예산 부담은 이것이 끝이 아니다. 도시가스 공급을 위한 관로매설이 끝난 뒤 각 가정에서 이를 수용하는데 소요되는 자부담이 만만치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동주택의 경우 23만8천원∼34만9천원선으로 추산되지만, 단독주택의 경우 161만7천원이 소요된다고 목포도시가스 측은 밝히고 있다. 공동주택 입주자들의 경우 큰 부담이 되지 않을지 모르나 단독주택 소유자들의 경우 소요비용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한 군비 지원이 없으면 도시가스 공급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 될 공산이 크다. 영암읍의 도시가스 공급만이라도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이는 군서와 학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군서와 학산면 소재지에도 도시가스를 동시 공급하자는 것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보여주기에 불과한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암읍 일원 전선 지중화' 사업도 같은 논란에 휩싸여 있다.
영암읍 전선 지중화 사업은 영암읍 일원 2.73㎞를 모두 3개 구간으로 나눠 올해부터 2025년까지 총사업비 70억원을 투입하는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군과 한전·통신사가 각각 50%씩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군은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9월 한국전력공사에 영암읍 지중화 사업을 신청한데 이어 한국전력공사의 사전평가 및 심의를 통해 지난해 말 총 35억6천여만원이 투입되는 영암읍 낭주로 지중화 사업 추진이 확정됐다.
군은 이에 따라 한국전력 및 통신사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영암읍 낭주로 지중화 사업 추진을 위한 사업비 8억원을 2회 추경을 통해 확보해 하반기 실시설계 및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종합운동장∼영암여중∼영암터미널에 이르는 1.23㎞의 지중화 사업이 완료되면 영암터미널∼영암오거리 0.8㎞ 구간과 영암읍 오거리∼종합운동장 0.7㎞ 구간에 대해서도 추가 공사를 진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 6월 의회에 대한 군정 주요업무 추진상황 보고에서 이같은 계획을 접한 삼호읍 출신 고천수 의원은 "삼호읍도 전선 지중화 사업 추진이 절실하다. 함께 검토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전선지중화 사업 역시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되는 만큼 연차적인 계획을 수립, 영암읍에 대한 지중화가 완료된 뒤 삼호읍에 대해서도 추진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밖에도 실내수영장과 게이트볼장 등 각종 체육시설의 경우도 특정지역에 시설했으니 우리 지역에도 건설해달라는 요구가 봇물을 이루면서 예산 과다 소요 및 시설 낭비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합리적인 판단이 절실하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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