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훼손 우려 개발행위 허가 재량권 폭넓게 존중해야"

광주고법, 삼호 동호리 돈사 불허처분 취소청구 2건 원심 이어 모두 기각

무창형 돈사라도 악취 완벽한 통제 불가 인근 새한대에 퍼질 우려도 지적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1년 08월 27일(금) 11:30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허가는 행정청의 재량권을 폭넓게 존중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이는 영암지역에 한동안 붐을 이뤘던 ‘기업형’ 돈사 건축허가 신청에 대한 불허가 결정에 불복해 업자들이 낸 잇단 법적 소송에 대해 원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이를 기각하는 주요한 판단근거여서 관심을 끈다. 역으로 해석하자면 주민들의 생활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각종 개발행위를 법적 요건을 갖췄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이 이를 허가하는 것은 재량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 결정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은 또 돈사의 경우 발생할 가축분뇨에 대해 전량 위탁 처리할 예정이고, 밀폐형 무창 돈사로 다양한 악취 저감 시설을 갖추었더라도 악취를 완벽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적극적인 판단을 내려 나머지 항소심 판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광주고법 제1행정부(재판장 최인규)는 지난 8월 19일 문모(광주시 북구 경양로)씨와 농업회사법인 Y사(담양군 용면)가 각각 낸 돈사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원심 판결의 취지를 그대로 인용하면서 2건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문씨와 농업회사법인 Y사는 2019년 5월 삼호읍 동호리 산59번지(대지면적 4천430㎡, 건축면적 2천104.8㎡)와 산50번지(대지면적 3천890㎡, 건축면적 2천104.8㎡)에 각각 돈사 건축허가신청을 냈으나 군이 같은 해 9월 이를 불허하자 이에 불복해 광주지법에 돈사 불허처분 취소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9월 17일과 10월 15일 각각 기각판결을 받고 항소했다.
특히 농업회사법인 Y사는 2019년 1월 삼호읍 동호리 산 50번지와 산59번지 일대에 대지면적 2만8천393㎡, 건축면적 1만2천49.86㎡ 규모의 돈사 건축허가신청을 냈다가 같은 해 5월 이를 취하했으며, 곧이어 문씨와 부지를 나눠 각각 돈사 건축허가신청을 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려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기도 했다.
광주고법은 항소심 선고를 통해 “국토계획법이 정한 용도지역 안에서의 건축허가는 개발행위허가의 성질을 아울러 가지며, 개발행위허가는 허가기준 및 금지요건이 불확정개념으로 규정된 부분이 많아 그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행정청의 재량판단 영역에 속한다”면서, “행정청의 재량판단에 대한 사법심사는 재량권의 일탈이나 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이 대상이며 그 판단기준은 사실오인과 비례·평등의 원칙 위반 여부”라고 적시했다.
재판부는 특히 “환경의 훼손이나 오염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개발행위에 대한 행정청의 허가와 관련해 재량권의 일탈·남용 여부를 심시할 때에는 해당 지역의 자연환경, 주민들의 생활환경 등 구체적 지역 상황, 상반되는 이익을 가진 이해관계자 사이의 권익 균형과 환경권의 보호에 관한 각종 규정의 입법 취지 등을 종합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면서, “자연환경·생활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같이 장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과 파급효과에 대한 예측이 필요한 여건에 관한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그 내용이 현저하게 합리적이지 않다거나 상반되는 이익이나 가치를 대비해볼 때 형평이나 비례의 원칙에 뚜렷하게 배치되는 등의 사정이 없는 한 폭넓게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행정청의 재량권의 일탈·남용에 대해서는 그 효력을 다투는 사람(원고)에 증명책임이 있다고 판시하며 “원고 측이 제시한 증거들은 돈사 건축불허가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1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했다.
재판부는 또 돈사 건축허가신청 규모가 “면적이 5천㎡ 미만인 4천430㎡이고, 군이 제출한 (원고들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회피하기 위해 허가면적 쪼개기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 증거들만으로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의 대상에 해당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하면서도, “돈사 건축허가신청지역이 자연환경보전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기가 곤란한 지역인 보전관리지역 및 생태자연도 2등급 권역으로 토지이용 및 개발계획을 수립할 때에 보존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지역이고, 신청지역으로부터 약 400m 거리에 영산강이 있고, 철새도래지인 영산호와 연결되어 있으며,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조성된 농지가 위치해 있어 돈사 신축으로 인한 환경오염 발생 우려와 그 파급효과를 엄격하게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어 “전남도지사가 2015년 수립한 ‘3단계 영산강 수계 수질오염총량관리기본계획’에 의하면 신청지역이 포함된 단위유역은 2018년 말을 기준으로 이미 2020년까지 부과된 할당부하량이 초과돼 배출시설이 추가로 신축될 경우 수질오염의 우려가 매우 높아진 상태”라면서, “돈사에서 발생할 가축분뇨의 위탁처리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사실만으로 폐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고, 가축의 분뇨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인 폐수발생량만으로 평가할 수 없으며, 동물의 종류에 따른 독성, 악취 등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점, 신청지역으로부터 400m 거리에 영산강이 위치해 있고, 대규모 우량농지가 조성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돈사에서 발생한 가축분뇨로 인한 토양오염, 수질오염 등 환경오염의 위험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환경오염, 생활환경 등에 대한 피해는 일단 발생한 이후에는 사후적 규제만으로 그 회복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판시하고, “밀폐형 무창 돈사이고 다양한 악취저감시설을 갖춘다고는 하나 객관적 과학적으로 악취를 완벽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단정할 수 없어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세한대에 퍼질 우려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편 군은 원고 문씨와 Y사의 돈사 건축허가신청에 대해 ▲최초 건축허가 신청을 낸 Y사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 사업으로 건축허가 신청을 했으나 영산강 수계에 부여된 수질오염총량할당 부하량 초과의 사유로 협의가 불가함에 따라 신청을 취하한 뒤 사업대상지를 2건으로 분리해 재 접수한 사안으로, 건축주만 다를 뿐 동일 사업장임을 감안, 연접개발에 해당하므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판단된다며 원고 문씨의 돈사 건축허가 신청을 불허했다.
군은 더 나아가 ▲사업대상지는 450m 인근에 철새도래지인 영산호가 위치해 있고,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 규정에 따라 장차 보전가치가 있는 지역으로 지정된 생태자연도 2등급 권역이며, 우천 시 축산폐수 유출에 따른 영산호 수질오염 및 인근 우량농지의 토양오염이 예상된다는 점도 불허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사업대상지로부터 2㎞ 인근에 2천여명이 재학 중인 세한대학교가 위치해 있어 대규모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로 인해 교육환경 저해 및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가 우려되는 점도 불허 이유로 꼽았다.
군은 또 ▲사업대상지 인근 간척지가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우량농지이며, 대규모 돈사가 건립되었을 경우 대형차량 출입으로 인한 농로 파손 및 영농활동에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되는 점도 불허가 이유로 들었으며, ▲돈사 설치지역의 주민에게 미치는 생활환경권 및 쾌적한 정주여건 보장과 관련해 개최한 군정조정위원회의 심의 결과, 영암군의회 의견 청취 결과, 신청소재지 읍면 주민 의견 청취 결과, 영암군계획위원회의 심의 결과 등을 통해 돈사에서 발생하는 악취, 해충, 토양 및 수질오염 등으로 주민의 생존권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는데 따른 반대 의견 및 불허가 의견이 제출된 점도 불허이유로 제시했다.
군은 이밖에 ▲주민들의 쾌적한 환경과 정주생활권을 보호해 군민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군정방침과 상충하는 등 대규모 돈사 건축으로 인한 지역민 간 집단갈등 및 반목 현상 해소를 위해서도 돈사 신축을 불허한다고 결정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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