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만 있으면 부지는 월출산 氣찬랜드?

공공도서관 이어 트로트아카데미 부지로도 선정 각종 시설 뒤죽박죽

8만8천36㎡→13만7천301㎡ 확장 불구 시설 포화상태 대책 마련 절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1년 09월 03일(금) 10:10
월출산 氣찬랜드가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신규사업만 있으면 부지는 당연히 월출산 氣찬랜드'일 정도로 각종 시설이 앞다투어 들어서거나 계획되면서 계속된 부지 확장에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氣찬랜드가 없었더라면 영암읍에는 아무 시설도 못 들어섰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지경이다. 교동지구 도시개발계획이 수립되어 추진되고는 있으나 예산 부족 내지 개발 의지 부족으로 더디게 진행되는 사이, 부지가 이미 확보되어 있다는 이유로 각종 시설이 氣찬랜드에 들어서면서 기형적 도시개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것이다.<관련기사7면>
2008년 7월 개장한 월출산 氣찬랜드는 故 김일태 군수가 각계의 비난을 무릅쓰고 조성해놓은 시설로, 당초 8만8천36㎡ 규모였다. 유원지(1만6천175㎡)와 수변공원(1만6천21㎡)이 가장 많은 면적을 차지했고, 가야금산조테마파크와 조훈현바둑기념관(원래는 氣건강센터) 등 문화시설이 2만8천880㎡, 주차장이 2만6천960㎡에 달했다. 이 정도 시설만으로도 氣찬랜드는 포화상태나 다름없었다.
이런 상황에 지난 2019년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개관하면서 부지 확장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 그동안 여러 차례의 문화시설 변경 결정을 거쳐 현재는 당초 면적보다 2배 가까운 13만7천301㎡까지 부지가 늘어난 상태다.
군은 그동안 트로트센터 입지 이후 영암읍의 공공시설 건설 부지로 줄곧 氣찬랜드 만 고집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전동평 군수가 역점을 둬 추진하다 실패한 '민속씨름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 부지도 氣찬랜드였다. 총사업비 470억원을 투입해 영암읍 회문리 421-1번지 월출산 氣찬랜드 일원 2만6천156㎡에 씨름경기장, 씨름전지훈련장, 숙소, 공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전 군수가 2019년 영암 출신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교감을 통해 추진된 이 사업은 행정절차를 거쳐 2021년 말 착공한다는 계획을 세웠으나 무산된 바 있다.
최근 들어서는 이곳에 영암공공도서관을 신축 이전하는 계획이 세워졌다. 총사업비 170억원을 투입해 6천600㎡ 부지에 연면적 3천900㎡, 지하 1층, 지상 3층, 열람석 570석 규모로 신축, 오는 2024년 3월 개관한다는 목표다. 군과 교육청은 氣찬랜드를 부지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행정비용 측면에서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군유지로 소유권 이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으며, 문화시설지구로 용도 변경없이 건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영암공공도서관 이용자인 학생들과 학부모, 군민 등의 여론 수렴 절차가 생략되었고, 무엇보다 양 기관 실무진 사이의 긴밀한 업무협조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은 채 부지 선정이 이뤄져 큰 논란을 빚었다. 또 논란은 지금도 잠재되어 있고, 사업 구체화 단계에서 언제든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조훈현바둑기념관 아래쪽에는 최근 전남도 공모사업으로 확정된 '영암트로트아카데미'가 들어선다. 총 사업비 110억원(도비 50억원, 군비 58억원, 민간자본 2억원)이 투입되어 영암읍 회문리 419-3번지(부지면적 1만4천182㎡) 현재 氣찬랜드 주차장 옆에 교육관과 기숙사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트로트아카데미 역시 공모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이미 확보된 부지가 필요했다는 이유에서 당연히 氣찬랜드로 그 부지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인근에 한국트로트가요센터가 있어 연계된 시설이므로 氣찬랜드에 입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으나, 좀 더 계획적으로 교동지구 등에 시설하는 것도 타당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주고 있다.
이처럼 氣찬랜드에 서로 연관되지 않는 시설물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물놀이 시설에, 가야금산조 교육장에, 트로트 가수들의 공연장 또는 교육장에, 어린 학생들의 도서관까지 자리한 그야말로 무계획적 시설 집합소로 전락할 우려가 커졌다.
도시계획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영암군의 랜드 마크이자 여름철 명품피서지인 氣찬랜드가 서로 연관되기 어려운 문화 및 공공시설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섬으로써 장기적으로 도시발전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당장 조훈현바둑기념관이나 가야금산조테마파크의 경우 제대로 된 활용방안이 없어 야간이면 인적이 없는 시설로 전락해 있는 상황에서 트로트센터나 트로트아카데미 역시 같은 길을 걸을 경우 걱정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氣찬랜드에 각종 문화시설을 집적화하려면 세밀한 종합계획을 세워야 했다"면서, "갈수록 쇠퇴해가는 영암읍의 재생 차원에서 도시계획을 다시 세우고 시설물을 적지에 입지하도록 하는 혜안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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