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잘 살아야 나라가 산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1년 09월 17일(금) 14:08
전동호 전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내 고향이 잘 살면 나라가 화평해진다는 뜻이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수도권 11.5% 지역에 전국 23,093천 세대 51,672천 명의 절반이 넘게 살며 부가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내 고향은 유소년이 줄며 초등학교 통폐합으로, 최근에는 중등학교와도 합치고 있다. 심지어 사립대학은 서울근처로 분교를 확대하며, 껍데기만 남을 판이다. 한 반에 68번까지 불리던 옛 시절이 그립다.
그 원인은 비혼과 저출산이다. OECD 37개국 중 가장 낮은 합계출산율 0.84명, 1인 가구 31.7%, 가구평균 2.34명, 평균연령 43.4세, 65세 이상이 16.4%나 된다. 2017년에 유엔기준 고령사회 14%에 이미 진입했고, 초고령 20%로 가고 있다. 전남은 더 심각하다. 평균 47.1세, 노인인구 22%, 출산율은 1,25명이나 15~49세 가임여성이 적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지방 공공기관들은 중앙 분소를 확대하고 있고, 2차이전은 아예 조용해졌다. 옛 제나라 관중의 유곽처럼은 아니어도, 이 시대 눈높이에 맞는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특별한 눈이다. 아직은 없다. 2006년부터 380조 원을 투입하고도 저출산 문제 하나를 해결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사람이 송아지만 못하냐?’던 때가 있었다. 애기는 5만원인데, 송아지는 10만원이던 출산장려금을 비꼬던 말이다. 그때도 ‘돈이 어디서 난데?’라는 염려가 있었지만, 오늘날을 보자.
출산장려금으로 다섯째까지 150~1,000만원, 20개월간 양육비, 대학학비 그리고 저소득 청년의 월세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도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이젠 선진 외국에서 미성년 양육비로 매월 300~500$씩 지원하는 파격을 우리도 생각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은 결혼도 늦고 애기를 안 낳아’가 해소될 수 있도록 혼인, 임신, 출산, 양육, 의료, 교육과 주거 문제까지... 애만 낳으면 나라에서 책임을 져주어야 할 시점이 됐다.
내 고향이 잘 사는 첫 번째 대책이다. 내 아들딸, 어린아이와 젊은이가 미래이고 그 반대는 모두의 소멸이기 때문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고, 외부에서 귀향과 귀촌을 희망하는 최고의 터가 되게 해야 한다. ‘거기 가서 뭐한데’라고 하면, 먼저 체험해 보라며 ‘00에서 한 달 살아보기’같은 프로그램을 석 달, 사계절까지 제공하면 된다. 보고 느끼며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알 수 없다. 예단할 수도 없다. 그래서 늘 도전이다.
두 번째 대책은 더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다. 집과 축사가 섞이지 않고, 전봇대가 경관을 가리지 않고, 칡넝쿨이 산림을 덮지 않고, 도로변에 적치물이 뒹굴지 않고, 이 빠진 가로수가 없고, 중앙분리대는 화단으로 전환시키는 일이다. ‘전망은 좋은데 축사가 전부 보여요.’ 귀촌을 희망하는 중년의 말씀을 해소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런 문화와 수천 년 역사가 깃든 산야의 농산물은 모두 특별한 이야기를 담게 된다. 그 브랜드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거기가 어디데?’라는 소리가 되어올 것이다.
세 번째 대책은 ‘인터넷 영암’이다. 사람이 들어오는(인) 땅으로(터) 촘촘하게(넷) 가꾸는 일이다. 월출산과 영산내해, 영암읍성, 온천 등 관광자원은 하나로 묶고 폐건물과 빈터 재생, 간척지 침수예방과 둑방길 연결, 다중이용시설과 산단 환경 등을 개선하면서 필요한 찻길, 자전거길, 사람길, 꽃길을 더해야 한다. 무화과, 멜론, 황토고구마, 대봉, 매력한우 등 먹을거리와 ‘밥맛이 너무 좋아’의 원천인 쌀의 품질과 고객관리도 잘 해야 한다.
네 번째 대책은 전국 네트워크를 가동시키는 일이다. 우리의 힘이 부대끼면 국가공모 참여, 공공 및 민간기관 유치, 명품 택지 공급을 통해 그 능력을 배가시키는 지혜다. 살아있는 김창조 가야금, 조훈현 바둑, 하춘화 트롯. 영암 참빗 등 문화와 전통도 팔아야 한다.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경연장을 계속 열면 된다. 국내외 프로골프 대회처럼 몰려오는 사람들을 상상해보자. 노인복지와 청년개발을 해결하는 힘이 되어줄 것이다.
다섯 번째 대책은 각종 개발 사업이다. 지역주민과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민간기업과의 협업, 농어촌 주택은 ‘1가구 2주택’에 포함시키지 않는 조치까지,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우리가 하면 된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내 가꾸어 가을 풍요를 이루어 내듯이 차근차근... 그렇게 고향, 가족, 친구와 더불어 행복을 나누는 겨울동화 같은 이야기가 늘 펼쳐지게 해야 한다.
이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수 있는 대표가 필요하다. 지난날의 약속, 신뢰와 믿음, 지속성을 보면 누군 줄 안다. 날마다 우리 터를 한 사람이 한 구간씩 한 주기로 담당하는 일자리가 되게, 일인 일 생각을 더하고, 마을마다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 여성이 더 좋아하는 곳이 되게 해야 한다. 고향, 가족, 친구가 더불어 행복한 이곳 영암의 새롭고 다른 변화다. 함께라면,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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