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민 온 개미와 배짱이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1년 11월 05일(금) 11:58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군 홍보대사
옛날이야기는 재미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쉬이 잊히지 않는다.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아시리라 믿는다. 뜨거운 여름날 개미는 땀을 뻘뻘 흘리며 일하는데 베짱이는 시원한 그늘에서 노래나 부르며 놀았다. 베짱이는 개미를 비웃었다. 개미는 묵묵히 일했다. 겨울이 왔다. 여름에 힘써 일했던 개미는 창고에 식량을 그득히 쌓아 놓고 식구들과 따뜻하고 배부른 겨울을 지낸다. 일하지 않고 놀기만 했던 베짱이는 춥고 배가 고프다. 견디다 못한 베짱이가 개미네 집에 구걸을 간다. 개미는 베짱이를 문밖에서 쫓아낸다. 베짱이는 얼어 죽게 된다.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 그렇게 된다는 교훈을 우리에게 주고 있다. 그러나 이 개미와 베짱이가 일본에 건너가면 스토리가 약간 달라진다.
전반부는 같은 내용이지만, 후반에 구걸하러 온 베짱이를 측은하게 생각하여 개미가 약간의 먹을 것을 주어 보낸다. 거지에게 자비를 베푼다는 이야기다. 베짱이는 굶어 죽는 것은 면하게 된다. 어려운 이웃을 보살피는 자비와 사랑의 정신이 첨가된다. 베짱이도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스스로 존재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이야기는 프랑스로 넘어간다. 그러면서 한 단계 비약한다. 여름철 힘들게 일하는 개미를 위해 베짱이가 노래를 불러주고 그 결과로 개미는 생산성을 높인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개미는 상당한 식량을 베짱이에게 보내준다. 이를테면 놀이도 노동의 범주에 끼게 되며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휴식과 오락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땀 흘러 일하는 것만 능사가 아니라는 논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각자의 영역을 인정하기 시작한다. 베짱이는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기 시작하고 개미도 베짱이의 역할을 존중해야겠다고 자각한다. 개미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에 눈뜨기 시작한다.
개미와 베짱이가 미국에 이민을 오게 된다. 각자의 소질과 창의, 그리고 개척자적 정신이 존중받는 이곳에서 베짱이는 천부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베짱이가 개미의 업소를 방문하여 노래를 부르면 손님이 몰려온다. 베짱이가 가는 곳마다 성황을 이룬다.
이제 더 이상 노래부르며 살아가는 것이 배고프고 서러운 일이 아니다. 다른 베짱이를 불러서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엔터테인먼트'가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베짱이는 개미로부터 선금을 받고 언제 어떤 형태로 공연할 것인가를 기획한다. 개미가 제시한 조건이 양에 차지 않으면 일언지하 거절한다. 베짱이는 그야말로 배짱을 튕기며 개미와 거래를 하게 된다.
미국에서 개미와 베짱이는 완전히 동등한 입장이 된다. 삶의 동반자로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게 된다. 타고 난 소질을 개발하여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모두에게 유익하고, 그렇게 할 천부의 권리가 서로에게 있다는 사실까지도 깨닫게 된다. 너 죽고 나 죽자는 공멸의 논리가 아닌, 너 살고 나 살자는 상생의 원리를 서로가 인정하게 된 것이다.
옛날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내용을 각색하여 들어도 여전히 재미있다. 재미만으로 그치지 않는데 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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