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꽃 내시경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1년 12월 03일(금) 14:31 |
동백의 저 높은 쪽
붉은색 꽃 핀 것을 보니
오래 묵은 봄 속에 출혈 있는 것 확실하다
나뭇가지들 모두 내시경 호스 같다
구역질하는 듯 흔들거리는 구부러지고 휘어진 가지 사이
화농처럼 맺혀 있는 꽃봉오리들
나뭇가지를 자르고 보던 그 속이 헛것이었다
단지 죽은 나무의 속을 본 것이었다
올봄 속상한 동백의 속을
꽃가지 하나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물끄러미 남쪽 하늘을 바라보는 내시경 화면
한겨울을 이겨 낸 이파리들이 오그라들고 빛이 바랬다
수년 묵은 몸통에 휘어지도록 매달린
출혈을 반겼었다
꽃이 짓물러지면서 떨어진다
제 병을 봄날에 걸어 놓고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백의 병석이 처연하다
꽃은 병을 떨구어 낫는다
출혈이 아무는 중인지 붉은 꽃잎들 떨어진다
혀를 내밀어 제 속을 진단하듯
나무는 서서 자신의 속을 본다
봄 햇살 한입 베어 물려 했던 입
또 잘못 보았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사임당문학 시문회 회장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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