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문화 세계유산 등재 노력 '주먹구구' 학술적 발굴조사 성과 축적 미진에 전남 연관 시군 공동노력도 미비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
2021년 12월 24일(금) 11:46 |
또 시종면 쌍무덤 등에 대한 세계유산 등재 작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절대 보존이 필요한 마한문화공원을 중심으로 한 일대에 파크골프장 조성을 위한 용역을 시행하기 위해 예산이 편성되는 등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업이 진행,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마한문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잇따라 열고 있는 국제학술세미나에서는 전문가들의 현실 진단 및 대안 제시가 없진 않으나, 일부 주제발표 논문의 경우 다른 학술대회 때 발표된 논문이 그대로 중복 발표되는가 하면, 마한문화와 무관한 남해신사 관련 연구까지 끼어 있어 연이은 학술세미나의 올바른 방향 설정부터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마한역사문화연구회(회장 유인학)가 주최한 '2021 마한문화권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국제학술세미나'에서 배기동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마한문화가 어떤 점에 세계유산 지정의 관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 Outstanding Universal Value, 국경을 초월할 만큼 독보적이고 현재와 미래 세대의 전 인류에게 공통으로 중요한 문화 및 자연의 가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어야 한다"면서, "대표성을 갖는 유적들을 선정하고, 그 보존상태가 적합한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배용 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세계유산의 OUV 기준 10개 항목 가운데 마한문화는 제3항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와 제4항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본다"면서 "마한문화의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하기 위해서는 마한문화의 보존현황과 원형 훼손 여부를 조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남수 전 국사편찬위원도 주제발표를 통해 "마한역사문화유적의 역사적 전거가 아직 모호하고, 그 정체성이나 계통성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지금의 연구현황에서 세계유산의 등재 과정은 쉽지 않다"면서, "마한역사문화권 내의 마한고분군 뿐만 아니라 이를 포함하는 유적에 대한 지속적인 발굴과 연구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자들의 지적을 종합하면 마한문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비단 영암군뿐 아니라 나주, 함평, 해남 등 전남도내 연관 시·군들의 마한유적 발굴조사가 공동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를 통해 학술적 연구 성과를 축적함으로써 세계유산 지정의 필수요건인 OUV를 충족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영암군 마한유적에 대해서만 세계유산 지정 운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결국 예산낭비일 수밖에 없는 지적인 것이다.
그럼에도 군은 새해 예산에 ‘마한연구 복원사업 마스터 플랜’을 짠다며 전액 군비로 2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또 마한문화유산인 옹관을 다른 나라 유물과 비교분석해 세계적 위상을 찾겠다며 '독무덤 해외유적조사' 예산 4천만원을 편성했다가 의회 심의과정서 전액 삭감됐다.
군이 마한문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차근차근 준비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이처럼 매년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유인학 회장의 '입김' 때문이라는 설이 파다하다. 전동평 군수와 '특별한 관계'로 알려진 유 회장은 최근 의회 새해예산안 심의 때도 의원들에게 특정예산의 통과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해양제사유적 연구서 발간 및 세미나 개최' 예산 2천만원은 당초 자치행정위 1차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으나 2차 심의에서 관련 실·과의 보충설명이 없었음에도 유나종 위원장에 의해 자동으로 되살려지기도 했다.
특히 해양제사유적(남해신사)의 경우 마한문화와는 전혀 상관없는데도 관련 심포지엄 등 학술대회 때마다 거론되면서 세계유산 지정 노력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오는 29일 영암문화원에서 이어질 '세계유산 등재와 영암' 주제의 국제학술세미나에서는 '해양신앙과 남해신사', '동아시아 해양문화와 와타쓰미 삼신' 등의 주제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또 지난 12월 10일 열린 1차 세미나에서는 '영암 내동리 쌍무덤 조사 성과와 국가사적지로서 가치'라는 논문이 주제발표문으로 제시됐으나 이미 다른 학술발표회 때 발표된 논문이었다. 그만큼 마한문화유적에 대한 발굴성과 및 학술연구가 빈약하다는 반증인 셈이다.
마한문화의 세계유산 지정 움직임과 동떨어진 개발행위도 계획되고 있다. 군은 새해예산에 '시종 마한문화공원 파크골프장 조성계획 변경용역'을 하겠다며 1억원을 편성했으나 의회 심의에서 전액 삭감됐다. 이 예산은 시종면 마한문화공원 내에 현재 파크골프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부지가 관광지여서 불가하다는 점에서 토지이용현황에 맞는 체육시설용지를 찾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세계유산 지정을 위해서는 시종면 일대 거의 전역에 대해 철저한 보존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생뚱맞은 개발계획이라는 지적이다.
군청 내부는 물론 지역민, 전문가 등은 "마한문화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상급기관인 전남도, 연관 시·군 등과의 유기적인 협조체계가 필수적이고, 유적 발굴 및 학술연구 등은 어디까지나 영암군이 주체가 되어 계획하고 시행해야 한다"면서, "마한역사문화연구회는 어디까지나 조력하는 단체에 그쳐야지 주도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