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 펴낸 영암군청 강평기씨

"오늘의 사진도 모으면 내일의 영암 역사…코로나19 아니었으면 방대한 작업 엄두 못 낼 일"

30년 홍보기록사진 담당 근무 60∼80년대 기록까지 찾아 2년여 디지털화 노력 끝 역작 펴내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2년 01월 21일(금) 13:35
"30년 공직생활을 2년 동안 정리해낸 느낌입니다.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추고, 군정 업무 또한 각종 행사가 취소 또는 중단되다 보니 여유가 생겼어요. 역설적이게도 코로나19 아니었으면 출판은 엄두도 못 낼 일이었습니다."
30년 공직생활을 오롯이 홍보기록사진 담당으로 일하며 모은 방대한 분량의 사진들을 정리해 디지털 자료로 전환하고,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고 편집해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로 펴낸 영암군청 강평기(58) 주무관의 설명이다. 밤낮 가리지 않고 벌어지는 영암군의 대소사를 카메라에 담는 일이 주된 업무기에 코로나19로 생긴 잠시의 여유라도 없었다면 책 발간 일정은 기약 없이 연장될 수밖에 없었으니 행운(?)인 셈이다.
"어제도 역사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나간 시절은 그 어느 것, 그 어떤 때이든 돌아보면 역사자료가 된다는 말일 것입니다. 특히 사진은 바로 볼 수 있고, 비교할 수 있으며, 회상할 수 있어서 어제의 자료로서 역사적 가치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사진 한 장이 중요한 역사문화의 현장을 고증하고 복원하는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사진은 근·현대사의 자료로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록사진의 의미를 이처럼 강조하는 강 주무관은 1991년 9월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이래 줄곧 홍보기록사진 업무를 맡아왔다. 현재의 공식 직위는 '영암군청 홍보체육과 지방기계운영주사(6급)'. 30년이 넘는 근무 기간 군청과 관련된 거의 모든 행사와 이벤트, 심지어는 각종 시위 등 사회단체들 움직임까지도 빠짐없이 카메라 앵글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1991년 이전 사진 자료들을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작업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그보다 먼저 홍보기록사진 업무을 맡았던 고 전판성씨 유족은 전씨가 평생을 카메라에 담아 소장하고 있던 60∼80년대 영암의 사진 자료들을 조건 없이 내주었다.
군청 내 각 실·과·소와 언론사 등에도 영암의 옛 사진 확보에 도움을 요청했고, 각 읍·면사무소는 물론 영암문화원, 영암향교, 각급 학교 등에도 통문을 보내 지원을 요청했다.
그 결과 몇몇 주민은 물론 출향민과 영암에 연고를 갖고 있던 이들의 도움이 이어졌다. 멀리 경상도에서도 사진을 보내오기도 했다.
"필름을 찾고 모으는 작업에서부터, 인화한 사진을 토대로 일시와 장소,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적어나갔습니다. 오래된 영암 사진이 있다고 하면 득달같이 달려가 모으거나, '접사(接寫)'방식으로 재촬영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름 '사진으로 보는 영암 근·현대사'의 얼개가 갖춰지더군요. 워낙 바쁜 일상 업무 도중 틈틈이 진행한 작업이라 일의 추진은 생각보다 더뎠지만 코로나19로 생긴 틈이 결과적으로 큰 도움이 됐지요. 아마도 주민들, 출향민들, 영암과 연고를 갖고 있는 분들, 특히 고 전판성씨와 그 유족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책 이름을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로 붙일 수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또 홍보체육과 직원 모두는 내 가족의 일인 것처럼 지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모두에게 정말 고맙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필름 형태로 된 옛 사진을 확보한 그는 이들 자료를 디지털 자료로 바꾸는 작업에 나서는 한편 사진에 담긴 이야기를 읽어내는 일에 매달렸다. 사실은 사진을 직접 촬영하는 일보다 사진에서 정보를 읽어내는 일이 더욱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디지털영암문화대전(http://yeongam.grandculture.net)과 영암문화원 발간 향토자료, 학술조사자료, 각급 기관사회단체의 누리집 등을 샅샅이 뒤져 참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오늘의 사진도 모으면 내일의 영암 역사가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번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 정리를 계기로 책에 담긴 사진에 대한 역사문화정보와 사회사, 생활사를 개관해본 것 같습니다. 책이 본격적으로 배포되면 시정되어야 할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이 분명 있을 것입니다. 또 추가적인 사진 자료, 특히 정말 희귀한 자료도 확보될 것으로 믿습니다. 이를 토대로 추가 인쇄 및 증보판도 발행할 예정입니다. 따라서 이번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는 시작이라고 보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제2, 제3의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가 발간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한편 강 주무관이 펴낸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는 개인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강 주무관이 공직생활을 시작하던 무렵인 1991년 당시 영암군수로 부임한 김광진 군수와의 '약속' 때문이다. 지난 2007년 62세를 일기로 타계한 김 군수는 1991년 1월부터 1993년 1월까지 고향 군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업적을 남겼다. 공직에 첫발을 내딛은 강 주무관에게는 '영암군 100년사'를 꼭 만들어보라고 제안했다. 영암군수 근무 후 내무부로 발령이 나 만났을 때도 '영암군 100년사'를 꼭 완성하라고 누누히 당부했다.
"김광진 군수님의 당부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어요.「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발간을 준비하면서 김 군수님의 당부대로 '영암군 100년사'를 만든다는 각오로 임했습니다. 비록 제목은 다르지만 김 군수님의 당부를 이제야 이행했으니 조만간 묘지를 찾아 책 한권 드릴 작정입니다."
김 군수의 애정어린 독려가「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를 펴낸 계기였다는 강 주무관의 말이다.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는 ▲기관 변천사 ▲11개 읍면 ▲문화분야 ▲교육분야 ▲군민의 삶과 생활사 ▲산업분야 ▲기타 ▲스포츠 인프라 ▲재난재해 등 9편으로 분류되어 있다.
'기관 변천사' 편에는 영암군청과 영암군의회, 영암경찰서, 대불대학교와 동아인재대학교 등의 변화상이 담겨있고, '11개 읍면' 편에는 읍·면민들의 생활상이 들어있다. 또 '문화분야' 편에는 도갑사와 천황사, 왕인박사유적지, 왕인문화축제, 도기박물관, 마한문화공원의 어제와 오늘의 모습이 들어있고, '교육분야' 편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현재까지의 교육현장 모습이 담겼다. '군민의 삶과 생활사' 편에는 관혼상제와 장례문화, 마을공동우물, 새마을운동, 주택, 농경사회, 군민의 날 모습 등이 생생하게 담겼고, '산업분야' 편에는 영산강 하굿둑 축조 모습에서부터 대불국가산업단지 조성, 현대삼호중공업 건설 모습 등 희귀사진들이 가득하다. 이밖에 월출산 기찬랜드, 해창다리 기공식과 준공식, 신금대교, 활성산의 변천사, 각종 체육대회, 재난재해의 극복 등도 사진자료로 담겨있다
*알려왔습니다*
영암군은 「사진으로 본 영암군 근·현대사」 발간과 관련해 이의 배포는 선거법에 저촉되므로 오는 6월 실시되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끝난 뒤 각급 기관사회단체와 학교 등에 공적인 목적으로 공식 배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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