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과 인생에 대하여(5)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01월 28일(금) 14:34
이길만 前 영암초교 교사
왕은 100명의 기사를 자신의 수행원으로 삼아 매달 딸들의 궁전을 차례로 찾아 가 기거하겠다고 했습니다.
첫째딸은 악마 같은 성품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왕과 100명의 기사를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그는 찡그린 얼굴을 했습니다. 그녀는 왕에게 행하기로 약속한 일을 게을리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종들마저 왕을 아무렇게나 대하고, 왕을 경멸하기까지 했습니다.
리어왕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이 냉담하게 떨어진 것을 보기 시작했으나 이제 딸은 100명의 기사를 계속 데리고 있겠다고 우기는 한, 자기 궁전에 머무는 것이 마땅 치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경비병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만 두시라고 간청했습니다.
왕은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딸이 공공연히 불만을 토하는 것을보고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딸의 배은망덕을 말하고 목석같은 심정을 지닌 마귀와 바다 괴물보다 더 극악무도한 그 배은망덕이 자식에게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배은망덕한 자식을 두는 것이 뱀의 이빨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을, 심한 배신감으로 인하여 바람에 날리는 구름처럼 상실해 버린 리어왕, 셋째딸을 생각하며 왕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영혼을 파고드는 폭포수 같은 눈물...
둘째딸이 살고 있는 궁궐로 갔습니다. 궁궐은 호사스럽고 화려하게 잘 단장되었다. 다 아버지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둘째딸 역시 가재 편이었습니다. 둘째딸은 아버지에게 언니와 함께 돌아가시고 시종을 절반으로 줄이며 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함께 잘 지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자 리어왕은 자기가 무릎을 꿇고 딸에게 음식과 옷을 구걸하다니, 그 얼마나 터무니없는 운명인가!, 그처럼 어처구니없이는 얹혀 살지 않겠으며, 네 언니와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100명의 기사와 더불어 둘째딸과 함께 지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둘째딸은 언니 못지않게 배은망덕한 태도를 보이려는 듯이 아버지를 시중드는데 50명도 너무 많다며 20명이나 5명, 아니 내 종들을 쓰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다그쳐 물었습니다.
왕의 신분에서 걸인의 처지로, 공주의 신분에서 악마의 처지로, 이중으로 당하는 푸대접에다 어리석게 나라를 나누어준 것이 너무 원통하여, 이를 갈며 세상이 벌벌 떨도록 복수하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의 연약한 팔로는 결코 실행할 수 없는 일을 하고 말겠다고 하고 있을 때, 밤이 찾아왔고 천둥과 번개 불을 동반한 지독한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왕은 말을 타고 배은망덕한 딸들과 한 지붕 밑에 머무르느니 차라리 무섭게 불어닥치는 폭풍우 속으로 말을 몰았습니다. 두 딸들은 괴팍한 사람들은 사서 고생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그런 역경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외면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바람은 드세 갔고, 비와 폭풍은 심해졌다. 노인은 자연의 세력들과 싸우려고 당당하게 나아갔다. 자연의 세력이 아무리 심해도 딸들의 몰인정보다는 덜 했던 것입니다.
어두운 밤 황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폭풍우에 노출된 채로, 리어왕은 떠돌아다니며 바람과 천둥에 맞서 싸웠다. 그는 미친 듯이 소리쳤다, 파도야! 일어나 땅을 삼켜 버려라, 광풍아! 땅을 바닷속으로 던져버리라고 외쳤습니다. 사람처럼 배은망덕한 동물의 자취일랑은 남아 있지 않게 말이다. 왕은 두 손가락으로 자기의 두 눈을 뽑고, 셋째딸의 이름을 부르며 폭풍과 천둥이 휘몰아치는 밤의 황야를 헤매다 쓸어저, 잠든 모습으로 그립고 그리던 셋째딸의 품에 안겼다고 합니다.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바람이 부는 날도, 비 오는 날도, 운명이겠거니 만족하라, 날마다 비만 내린다 해도, 그래도, 그래도...<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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