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03월 18일(금) 11:24
남자의 혀는 우화하지 못해
몸속에서 굵은 가시가 자랐다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허기진 배를 움켜쥘 때마다
하나 둘 졸업한 동생들
말간 소주는 구세주 같은 존재였다

문풍지 사이로 바람이 눅눅한 시간의 기척을 살핀다
골목을 휘감은 말들이 이리저리 휩쓸린다
청춘을 다 바친 뼈에서 가루 꽃이 필 때
엄지손가락을 집어 삼켰던 기계가 비릿한 향기를 토해낸다

어제라는 단단한 뿌리가 근육에 박힌 채
허리를 펴며
땀 닦는 햇살이 조곤하게 말을 건넨다

더운 입김을 토하는 아스팔트
길의 한숨이다

나이와 정비례, 좁아지는 골목 끝에
집에 다가갈수록 점점 비틀거리는 실루엣
그림자 꽃이 지천으로 핀
아득한 먼 지점의

촘촘히 가시를 매달고 피어있는 꽃

임영자
2016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전 솔문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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