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시간과 빠른 시간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06월 10일(금) 13:26
지구는 느린 시간과 빠른 시간을
하루에 다 지나친다
빠른 시간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 소나기가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피고 지는 꽃들이 있다
느린 시간에는 그리운 것들과 한숨이 있고
너무 빠른 시간이 독촉하는
초조한 순간들이 있다

시간은 너무 뜨거워서 빨리 지치고
또한 너무 차가워서 늦게 달궈진다
강물은 금새 불어났다 다시
제 모습으로 잦아든다
바다는 천천히 빠져나가고 갑자기 밀려온다
밀려온 시간들은
발이 푹푹 빠지는 砂丘를 만든다
느린 시간엔 아직도 부패하지 않는
무덤들이 곳곳에 숨어 있다
몇십 년 전에 죽은 사람이 그대로 누워 있고
빠른 시간에서 늙은 사람이
옛 시간을 정성스럽게 化粧한다

시간의 단위는
한 별에서 살고
서로 꼬리를 물고 돈다
빠르고 느림이란 인간이 정한
단어에 불과하지만
삶은 더 빨라지고 죽음은 더 느려진다


정정례
2020년 월간 유심 신인문학상
제26회 대전일보 신춘문예 당선
제5회 천강문학상 수상
제3회 한올문학상 수상
현 한국미술협회 이사
시집 '시간이 머무른 곳' 외 다수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이 기사는 영암군민신문 홈페이지(yanews.net)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yanews.net/article.php?aid=3766343996
프린트 시간 : 2024년 11월 01일 06:28: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