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중인 의회 경제건설전문위원 놓고 또 논란

토목직 6급 H씨, 직접 의장실 찾아가 의회사무과장에 전출동의서 서명 요구

부속실장 챙기려던 전 군수 측 수수방관 내지 동조…임기 말 기강해이 심각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2년 06월 24일(금) 10:54
공석중인 의회 경제건설전문위원(5급) 자리를 놓고 또다시 큰 논란이 벌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전동평 군수가 부속실장(6급)을 챙겨주려다 실패한 이 자리를 놓고, 이번에는 아예 토목직 6급 H씨가 직접 의장실 찾아가 상급자인 의회사무과장(5급)에 전출동의서에 서명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H씨는 "군수와 총무과장이 이미 결정을 내렸다"며 서명을 요구했고, 옆에 동석했던 강찬원 의장 역시 이를 제지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사전에 군수와 의장 사이에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H씨에 대한 집행부의 전출결정은 의회 내 해당 직급의 결원이 없는 상태여서 규정상 불가능하고, H씨가 염두에 둔 경제건설전문위원으로 승진을 위해서도 집행부의 승진의결을 먼저 득한 뒤 의회의 전출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H씨의 행위는 용납이 어려운 월권 또는 일탈이자 심각한 공직기강해이라는 지적이다.
군과 의회 안팎의 전언을 종합하면 H씨는 지난 6월 20일 낮 강찬원 의장실을 찾아가 면담하면서 의회사무과장을 동석하게 해놓고 "군수와 총무과장이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의회 전출동의서에 서명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강 의장은 H씨의 부당한 요구를 제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동조하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회사무과장은 이를 즉각 거부하고, 때마침 관련 사실을 전해 듣고 함께 있던 부군수와 총무과장, 행정팀장 등을 찾아가 이 같은 사실을 전달하며 그 부당함을 호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공직자가 상급자에게 자신의 인사를 위한 전출동의서에 서명해줄 것을 직접 요구한 것은 공직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해선 안 될 일임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군수는 이에 대해 인사규정상 의회에 6급 결원이 발생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같은 6급인 H씨를 전출시킬 수 없다는 점과, 공석중인 의회 경제건설전문위원은 5급이어서 그 인사권은 의회에 있고, 집행부에서 의회에 적임자를 전출시키려면 승진의결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민선8기 출범 후 인사권자(군수)가 결정할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32년 만에 이뤄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이 올 들어 지난 1월 13일부터 본격 시행됨에 따라 지방의회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임용권자는 '지방자치단체 장'에서 '지방의회 의장'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지방의회 소속 공무원은 의장이 임용권자이므로 해당 지자체 집행기관으로 인사 이동할 경우 '인사교류' 또는 '전·출입'을 통해야 한다. 특히 6급인 H씨가 5급인 경제건설전문위원으로 자리를 옮기려면 먼저 집행기관에서 승진의결을 거쳐야 가능하다. 따라서 H씨의 행위는 인사규정이나 상명하복의 공직체계를 깡그리 무시한 일탈행위로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H씨는 왜 이처럼 무모한 행동을 하게 됐을까? 이에 대해 군청 안팎에서는 그 첫 번째 이유로 H씨와 우승희 영암군수 당선자와의 '관계'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우 당선자가 전남도의원으로 활동하며 확보한 사업비를 다르게 집행하는 등의 이유로 매우 불편한 관계가 만들어졌고, 군수 당선에 따라 자신의 설자리가 없게 됐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설이다.
두 번째 이유는 전 군수와 강 의장의 적극적 또는 소극적 '동조'다. 이에 대해 군청 안팎에서는 숱한 소문이 무성하나 다 옮기기는 부적절하다. 강 의장은 결국 '없던 일'로 결정하기는 했으나, 의장실을 찾은 H씨가 상급자인 의회사무과장에 부당한 요구를 하는데도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의정활동 유공 공무원'으로 선정해 표창하기까지 했다. 또 H씨는 지난 지방선거기간 전 군수를 적극적으로 응원(?)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전 군수가 부속실장을 챙기려하면서 함께 거론된 이가 바로 H씨이기도 했다.
이번 논란을 지켜본 공직자들은 "임기 말의 공직기강 해이가 충격적인 수준"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공직자는 "선을 넘어도 분수가 있는 법인데 이번에는 막무가내식이어서 군민들이 알까 불안하기까지 하다"면서, "민선6,7기 내내 인사가 이뤄질 때마다 있어서는 안 될 온갖 행태 때문에 일할 의욕마저 잃은 공직자들이 많은데 이번 일로 더 많은 공직자들이 상처를 받게 되어 정말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민선8기 출범을 앞두고 인수위원회 활동이 한창인 가운데 이번에는 인수위 파견공무원 선발과 민선8기 첫 인사와 관련해 군수 당선자의 한 측근이 인사에 개입하고 있다는 설이 군청 안팎에 파다해 우승희 당선자가 취임 직후 단행할 첫 인사에 벌써부터 공직자들의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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