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커피를 끓이면서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06월 24일(금) 11:44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군 홍보대사
세상의 남편 여러분, 당신은 이른 새벽 아내를 위해 커피를 끓여본 적이 있으십니까. 모닝커피 한잔을 만들어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린다거나, 코끝에 번지는 커피향으로 아침을 깨웠던, 그런 경험이 혹시 있으십니까.
몇 분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이시고, 어떤 분은 빙그레 웃고만 계시는군요. 그렇습니다. 남편 여러분의 아내에 대한 그 갸륵한 심정을 몰라서 묻는 말이겠습니까. 스쳐가는 말로 한번 물어 본 것이지요. 그런데 몇 분은 그냥 쑥스럽게 머리만 긁적이고 계시는군요. 아직 한 번도 그런 경험이 없으시나 보지요. 괜찮아요, 나이든 남편들이야 다 그렇지요. 그렇지만 내일 아침 한번 실행해 보세요. 조금 쑥스럽더라도 큰 맘 먹고 한번만 해 보세요. 세상 모든 게 처음 한 번, 그 시작이 중요하다는 걸 선생님께선 이미 아시지 않아요.
다음 날부터, 당신은 세상이 달라져 가고 있음을 느끼게 될 것입니다. 하루 이틀에 느끼지 못하신다면 한 달만, 아니 반달만 그렇게 계속해 보십시요. 틀림없이 당신은 제 말을 이해하시게 될 것입니다. 커피 한잔 때문에 세상이 달라지다니 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느냐고 반문 하시는군요. 허긴 무리도 아니지요. 우리 모두 만져보고 나서야 비로소 믿게 되는 토마의 후예들이니까요. 속는 셈치고 한번 해 보세요.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침에 일어나 커피한잔 끓이는 그 일이, 커피향으로 아내의 잠을 깨우는 그 일이 말입니다.
당신은 해 봤나요? 어떤 분이 물으시네요. "이봐, 해봤어?" 생전의 정주영 회장처럼 다그치시네요. 해보지 않은 일을 이렇게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겠어요. 제 이야기 보다는 어느 시인의 시 한 편이 훨씬 더 선생님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 성싶네요. 조희영 시인의 <아침 커피>라는 시입니다.
'찻잔을 데우기 전에 / 먼저 / 마음을 데워야 하리 / 아침마다 떠나는 / 우리는 / 서로의 가슴만한 / 인사를 나눈다 / 이민의 세월만큼 / 쌓여 가는 / 커피의 향 / 조금씩 떨어지는 / 물방울 보며 / 성급해서는 안 되지 / 아침마다 전해주는 / 따스한 마음을 / 오늘도 마신다 / 그대와 내가 / 함께 사는 날까지 / 서로의 향기를 마신다'
그렇습니다. 커피를 끓이려면 우선 내 가슴이 따뜻해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이는 찻잔을 데울 수가 없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가 한 잔의 커피에 담겨 아내에게 전해집니다. 사실 나도 이 시를 읽기 전 까지만 해도, 아내의 마음을 그저 어림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시를 통하여 그 심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아침 커피 한잔을 마련하는 일은 나와 아내를 동시에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사소한 것처럼 보이는 그 일이 가정과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는 출발점이 되기도 할 것입니다.
아직 모닝커피를 끓여보지 못한 남편 여러분, 내일부터 아내를 위해 아침 커피를 끓여보지 않으시겠습니까. 껍질을 깨는 순간, 당신 앞에 새로운 세계가 펼쳐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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