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돌 모으기 운동을 시작합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07월 15일(금) 15:04
이영현 양달사현창사업회 사무국장 소설가
2015년 12월 19일 저녁, 필자는 공공자치연구원의 전국 지방자치단체장 시상식에서 수상자 중 한 사람인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의 인사 소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성돌 모으기 운동을 추진해서 대구의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말은 신선하면서도 가히 충격적이었다. 우리 영암에서는 그 당시에도 영암성을 함부로 방치하고 있었던 것이다.
2018년 영암군 도시개발과장으로서 달맞이공원 조성 사업(당초 오색스카이웨이 조성사업)을 맡게 된 필자는 실시계획 수립을 위한 정밀발굴 조사에서 수많은 성돌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동굴 속에서 햇살을 보는 듯 감격스러웠다. 일제의 훼철과 지역민들의 무분별한 개발로 사라졌던 성돌들이 100여년 만에 환생하는 그 순간, 달맞이공원 내에 조성키로 한 양달사 광장에 영암성 대첩을 설명할 수 있는 영암성의 골격이 자연스럽게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지난해 5월에는 뜻이 있는 분들을 중심으로 영암읍성보존회(회장 황용주)가 공식 출범하면서 영암성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크게 고조되었고, 7월 1일 취임한 우승희 영암군수와 영암군의회 박영배 운영위원장께서 영암성 복원을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조만간에 영암성 복원 중장기 정비 계획이 마련되고, 구체적인 예산 확보가 시작될 거라는 기대감을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래서 필자가 오늘 하고 싶은 말은 성돌 모으기 운동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군에서 주민들의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구체적인 복원계획을 수립하겠지만, 현재 발굴된 동쪽 성벽 보존과 무등아파트 주변 성벽 복원이 선행될 것으로 생각된다는 점에서, 경찰서 앞에서 무등아파트 뒤편까지 230여m를 1차적으로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내년부터 성돌 모으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영암읍 교회 주변과 영암성당 뒤편은 그곳에 맞는 보존 방안을 마련해야 하므로 길가에 박혀 있거나 남의 집 담벼락 등으로 사용되는 성돌들을 하나둘씩 모아서 성벽 복원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관련 조례 제정이다, 영암성 보존 및 복원에 관한 내용이 담긴 조례를 제정해서 성돌 모으기 운동에 필요한 기구와 예산을 마련해야 한다, 학술 세미나 등을 통한 기본 계획 수립과 예산 확보 노력도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그리고 영암군을 중심으로 각급 기관단체가 참여한 가칭 '성돌 모으기 운동 추진본부'가 출범하면 대대적으로 성돌 모으기 운동을 범군민 운동으로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영암읍성보존회나 우리 양달사현창사업회만 아니라 영암군 관련 사회단체, 영암읍 5개리(동무리, 역리, 서남리, 교동리, 남풍리) 이장단, 성터 부지를 소유하고 분들이 앞장서서 성돌 기부 문화를 정착시키고, 성돌을 직접 옮기는 작업 등은 순천시처럼 도시재생협의체 등이 맡았으면 한다. 기증받기 전에 군에서는 성돌을 모을 부지를 마련하고, 성돌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전문가를 임명하고, 크기와 규격도 정하여 성벽을 일부 보수하거나 남문을 세울 때 곧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구 중구청이나 청주시, 순천시 등의 사례를 참고하여 사라진 영암성을 우리 손으로 되살려야 한다.
성돌을 모으는 방식은 보통 두 가지다. 기부와 매입. 그러나 필자는 기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하고 매입은 최소한에 그쳤으면 한다. 이미 대부분의 성곽이 개인의 것이 돼 버렸지만, 그래도 성돌은 땅 주인의 소유가 아니다. 법적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우길지 모르지만, 그곳에서 나온 성돌은 우리 영암의 귀중한 문화유산이고, 우리 선조들이 피땀을 흘리면서 월출산에서 옮겨온 것이다. 대신 성벽이 일부 구간이라도 복원되어 준공식을 하게 되면 그곳에 기증자의 이름과 기증 내역을 새긴 기념비를 세워 그분들이 자부심과 긍지를 갖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곳에 적힌 기증자의 이름은 독립운동가 못지 않게 아름다운 이름으로 군민들에게 존중받아야 한다.
청일 전쟁 이후 굶주린 개떼처럼 쏟아져 들어온 일본인들에게 우리 영암의 성터는 단숨에 부를 긁어모으는 수단이었고, 성벽은 그들의 돈벌이를 막는 애물단지였다. 더욱이 자신들의 선조인 왜놈들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는 성이었으니 얼마나 보기에 꺼림칙했겠는가? 결국 그들은 제들끼리 거류민단을 조직한 후, 영암성 무용론을 주장하는 일부 토착민들과 함께 동문과 서문, 남문을 허물어버리고 3문로(三門路) 건설했다.
오늘은 2022년 7월 15일, 민선 8기 서막의 여운이 아직도 채 가라앉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벌써 보름이 지났다. 당장 지금부터 오로지 영암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성돌 모으기 운동을 공론화해서 영암성을 영암군의 위대한 랜드마크로 되돌려 놓자. 기(氣)의 고장다운 영암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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