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8기 우승희 군수 취임 100일 평가해보니…

'혁신'과 '소통' 군정기조엔 다수 군민 공감대 불구 공직자와 한몸은 '아직'

일부 사업 주민의견 들러리 전락…인사 및 조직 운용에 혁신의지 투영 절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2년 10월 07일(금) 10:54
민선8기 영암군정을 이끌고 있는 우승희 군수가 10월 8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관련기사 4,5면>
‘혁신으로 도약하는 더 큰 영암’을 군정 목표로 내건 우 군수의 취임 100일 행보를 두 단어로 요약하자면 ‘혁신’과 ‘소통’이다. 다수 군민도 이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반면 취임 100일 내내 군수가 혁신과제만 나열하다보니 공직사회 내부는 벌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취임 후 거의 매주 군수의 혁신 지시가 내려지다보니 이를 이행하느라 본연의 업무혁신은 엄두도 못 내고 있다는 푸념도 나온다. 혁신과 소통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 꼭 필요한 단계는 군수와 공직자가 한 몸이 되는 것. 그 단계는 아직 멀었다는 얘기다.
우 군수가 취임 후 내딛은 여러 행보에 대해 대체적으론 긍정적인 반응이나, 일부 부정적 의견도 새겨듣지 않으면 안 된다. ‘소통폰’이나 ‘공공앱’ 등을 활용해 군민과 직접 소통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나 우 군수가 주요 정책 지향으로 여기는 청년층 외에, 어르신들의 경우 이는 무용지물에 가깝다는 점에서 별도의 소통채널이 필요해 보인다. 각계각층 군민과 소통을 위한 목요대화를 사전준비 없이 강행하다보니 알맹이 없는 좌담회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있다. 목요대화를 군민과 격의 없는 소통채널로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나, 철저한 준비를 통해 대화에서 제기된 문제점과 대안 등을 전체 군민이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보완지적도 있다.
행정 혁신은 겉모습의 변화가 아니라 내실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읍·면장실을 주민소통공간 또는 직원휴게공간으로 활용하는 대신 읍·면장은 1층에서 직원들과 함께 근무하도록 한 조치는 일견 ‘혁신적’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읍·면사무소의 본질과 내실에서 이뤄지는 혁신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일부 주민들은 “원래 읍·면장실은 주민들과의 소통공간이었다”면서, “대민봉사행정은 사람이 하는 것이지 읍·면장실이 1,2층에 있는 것과는 무관하다”고 말한다. 우 군수가 1∼2개 읍·면을 골라 읍·면장을 공모해 주민들이 선택하도록 하겠다는 발상도 혁신적이기는 하나 공직사회가 이를 수용할 수 있느냐와 어떻게 내실을 기하느냐는 별개문제라는 우려도 있다.
우 군수가 군정기조의 또 다른 축으로 삼고 있는 ‘소통’ 역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으나, 일부 사업은 주민의견이 들러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암공공도서관 이설(신축)부지에 대한 의견수렴과 영암군민속씨름단 존치 여부 및 운영에 대한 공론화 방침이 그것이다. 영암공공도서관 부지의 경우 내심 교동지구로 정해졌고, 씨름단 공론화의 경우도 존치는 이미 정해진 상태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씨름단의 경우 존치여부에 대해 군민의견을 묻겠다고 해놓고 군수와 의장, 의원과 공직자들이 대거 응원에 나서는가 하면, 장사등극을 알리는 대형현수막과 플래카드를 군청 정면과 거리 곳곳에 내거는 등 지금도 이중행태를 보이고 있다. 주요 지역현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이 사전에 정해진 각본대로 이뤄진다면 이는 군민을 기만하는 일일뿐더러 혁신성과는 일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한 일이다.
9월 30일 의회를 통과한 조직개편과 관련해서도 홍보담당관, 인구청년정책과, 농식품유통과 등을 신설하는 등의 취지에는 공감하나 ‘자리 늘리기’에 치중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또 조직 개편보다도 정작 중요한 것은 내주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인사로, 팀장급에서부터 보직 찾아주기에 급급할 일이 아니라 군수의 혁신의지를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임 군수의 인사정책으로 굳어진 실·과·소장 및 읍·면장들의 적재적소 기용과 근무행태를 혁신하는 일도 우 군수의 숙제라는 지적이다.
원래 ‘백일’은 실제 ‘태어난 날의 수’라는 의미를 넘어, ‘많은 날’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산후 100일이 넘으면 어려운 고비를 잘 넘겼다는 뜻에서 특별히 이날을 축하하는 의례도 치르는 것이 동양의 문화이기도 하다. 우 군수 역시 고비를 잘 넘겼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많은 날’을 군민 공감을 얻기 위해 노력했고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문제다. 금명간 단행할 인사부터 시험대에 오를 수밖에 없다. 혁신과 소통의 4년 성적표는 백일의 회고와 반성에서 시작할 일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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