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창제의 큰 뜻을 생각한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10월 07일(금) 14:49
정찬열 군서면 도장리 출신 미국 영암군 홍보대사
10월이다. 576번째 한글날이 다가온다. '어린' 백성을 위해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의 숭고한 뜻을 되새겨본다. 그런데 최만리를 비롯 많은 신하들이 왜 한글 창제를 반대했을까. 서민들이 글을 알게 되어 유식해지고 똑똑해지는 것을 지배계층이 두려워했는지 모르겠다. 글이 곧 권력이기 때문이다.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은 선택된 자의 특권이었다. 양반들은 한자를 배워 권력을 얻어 누렸지만,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서민들은 글을 배우기가 어려웠다.
우여곡절 끝에 한글이 창제되어 반포되었다. 그러나 한글은 오랜 세월 '비루하고 상스럽고 무익한 글자'로 천대 받은 문자였다. 일제강점기는 말과 글은 물론 성까지도 빼앗긴 끔찍한 시절이었다. 문병란 시인은 '식민지의 국어시간'이란 시에서 말했다. "나는 국어시간에/ 우리말 아닌 일본말/ 우리 조상이 아닌 천황을 배웠다//...조상도 조국도 몰랐던 우리/ 말도 글도 성까지도 죄다 빼앗겼던 우리//... 오 슬픈 국어시간이여."
지식의 중심과 권력의 중심은 일치한다. 말과 글은 권력에 접근하는 효과적인 도구다. 일본어를 잘 했던 사람은 강점기에 누구보다 앞장서 이권을 챙겼다. 뼈에 사무친 시절이 지나고 해방이 되자 영어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영어를 잘해야 출세한다. 영어 열풍이 불었다. 도처에 영어가 넘쳐났다. 간판은 꼬부랑글씨로 채워지고, 영어를 섞어 써야 유식한 사람으로 인식됐다.
역사는 반전이 있다. 한글도 그랬다. 한국은 세계에서 문맹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배우기 쉬운 한글 덕택이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한글은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로 세계인의 찬탄을 받고 있다. 한국이 인터넷 강국으로 우뚝 선 바탕에는 한글의 우수성이 있다.
한반도에 갇혀 있던 한글이 이민자들과 함께 세계 각국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뿌리를 내렸다. 7백만 넘는 한인들이 각 나라에서 한글을 사용되고 있다. 일터를 찾아 한국에 오는 수많은 외국인들이 한글을 배우고 있다. 네팔에서 한국어는 '권력'이다. 금년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응시자가 9만2천376명이다. 이 시험에서 고득점을 얻어야 한국에서 일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올해 한국어능력시험 응시자는 31개국 16만명이다.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족은 고유의 말은 있지만 문자가 없어 한글을 수입하여 그들의 글자로 사용하고 있다. 벌써 10년 전쯤의 일이다.
국력과 언어의 힘은 비례한다. 사용자 수로 언어 순위를 매기는 세계언어목록 '에스놀로그(Ethnologue)'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6천912개인데, 한국어는 프랑스어보다 한 단계 높은 세계 13위다. 최근 우리가 사는 캘리포니아에서 10월 9일을 '한글날(Hangul Day)'로 제정했다. 소수민족 언어로는 미국에서 처음이다. 메릴랜드주에서도 한글날 추진위원회가 발족되었다고 한다. 한류와 발 맞춰 한글이 세계인의 글자로 빠르게 퍼져나가리라 믿고 기대한다.
한글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반추하며, 한글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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