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갈등과 그 해소방안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10월 28일(금) 10:09
정기영 세한대학교 교수
지난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발표 이후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특히 2020년 이후 1GW 이상 규모의 태양광 사업, 4GW 규모의 해상풍력 시설이 계획 되는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늘어나며 친환경 에너지전환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발전기 보급 확대에 따른 사회적 갈등도 늘어나고 있다. 설치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민원에 의해 인허가를 맡는 각 지자체에서도 쉽게 설치허가를 내주기가 어려운 상황이며 그 민원이 합당성과 관계없이 각종 조례를 통해 설치를 규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이러한 갈등과 규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한 방안이 절실하지만 지난 몇년간 이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우리 지역도 마찬가지다. 향후 태양광과 풍력 보급 확대에 따른 지역내 갈등의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해소해나갈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주민 수용성 확보이다.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해서는 가장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갈등의 원인을 찾는 것이다. 환경단체와 정부기관, 기업 등의 전문가들은 모두가 재생에너지 확산에는 찬성하지만 입지부지 선정 과정에서 각자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중재나 상생보다는 한쪽 입장이 강행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업자 측이 지역주민의 민원이 발생하면 무조건 비용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이나 주민의견을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하는 방식은 결코 올바른 갈등대응 해결책이 될 수 없고 또 다른 오해와 우려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항상 갈등당사자의 입장이 어떤 것인지 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하니 아니면 농사짓는 것 보다 수익성이 좋으니 무조건 참고 받아들이라 강요해서도 안된다. 이러한 일방적 문제해결방식이 실제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보다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먼저 했던 유럽연합의 제 국가도 비슷한 갈등을 겪었다. 유럽연합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08년 개발한 '에스팀'(ESTEEM)을 이라는 갈등해소 매뉴얼을 보면 의사소통 진행 과정을 전부 6단계로 나눠 단계마다 해야 할 일을 정해놓았다. 1~2단계는 프로젝트의 맥락과 이해관계자 파악, 상호 기대를 확인하는 단계이며, 3~4단계는 예상되는 갈등·쟁점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단계다. 마지막 5~6단계에서 공동의 합의점과 향후 행동계획을 도출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의 이해관계자 각각의 의견과 불일치 지점을 파악해 표로 만들고 쟁점 순위를 중요도와 긴급성에 따라 평가한 뒤 개선 방안을 찾는다. 프로젝트 자체나 프로젝트 내 맥락에서 수정 가능한 것들을 찾아가며 공동의 개선방안을 도출한다.
우리 농촌 지역의 갈등사례의 대립구도를 크게 살펴보면 기후와 에너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은 재생가능에너지의 중요성만 보고, 농업 진영은 식량안보 측면만 강조한다. 양쪽이 각자 평행선만 달리다 보니 갈등이 풀리지 않는다. 이걸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거나 반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개발이익을 배분하는 방식은 나쁜 사례가 될 수 있다.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에너지 문제, 식량문제를 같이 고민하는 과정을 생략한 채 민원 해결용의 이익 공유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것보다는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계하여 농업의 대안을 마련하고 그 과정에서 농업분야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 사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오히려 필요하다. 실제 국제적으로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가 언급되고 있고, 전력요금 개편도 조만간 현실화되면, 면세유나 농사용 전기요금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기후위기는 농민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농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절감해야 할 의무도 있다. 이럴 때 재생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대체농업과 전력생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방식을 사업자와 농민이 함께 구상하고 설계해나가야 한다. 농지부터 내놓으라고 하기 전에 탄소배출에 대한 책임을 공유하며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협의해야 한다. 하나만 더 보탠다면 농민들 중 친환경 농업을 오랫동안 해왔던 그룹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친환경 농업은 농업환경 생태계를 보존하는 것과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이 두 가지가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데 앞으로는 탄소를 땅에다 밀어 넣는 농업에 대한 고민을 하고 그 대안으로 재생에너지 생산과 연계한 농업방식을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이렇게 앞으로는 농민들이 좀 더 선도적으로 제안하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다.
지난 몇 년을 돌아봤을 때 제일 아쉬운 건 공론장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까운 시간을 까먹은 셈이다. 이 경직된 갈등과 오해의 분위기를 타파하지 않고서는 앞으로도 논의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다고 본다. 특히 정책 당국이 이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 지역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그 과정에서 주민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이러한 사업이 지역의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 또 향후 복원이 가능한지, 지역의 고용과 인구유입 등을 가져 올 수 있는 미래지향적인 사업인지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알 수 있다. 모든 준비 후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일방적 사업설명회가 아니라 사업계획의 타당성, 환경유해성, 농민과 농업에 대한 대안, 그리고 지역의 미래성장동력이 될지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토론하는 공론화의 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공론화를 토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데 농민들이 이렇게 기여할 수 있으니 사업자 및 정부는 이것을 도와달라’는 식의 논의구조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을 포함한 재생에너지발전사업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피해를 일으키는 불필요한 소모전보다는 환경보호와 지역발전을 위한 주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실현하고자 일관성 있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할 때라 생각한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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