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경찰서를 영암사람들의 공간으로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11월 04일(금) 14:43
조정현 영암읍도시재생주민협의체 위원장 영암학회 연구위원
영암경찰서는 '영암읍 남문로 19번지'에 위치한다. 경찰서 정문과 같은 방향 안쪽에 위치한 본관은 군서 쪽을 향하고 있다. 서쪽으로 더 치우친 서남향을 향하고 있으니 오후에는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곳이지만, 오전에는 햇볕이 잘 들지 않는다. 창문 너머 지근거리에 있는 영암의 상징 '월출산'이란 큰 그림을 한 폭 담아서 그 기(氣)를 온전히 누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새로 들어선 아파트와 군서방향으로 늘어선 산자락들만 겨우 들어온다.
본관은 1986년에 준공된 건물이다. 40여년이 다 되어가는 건물이다 보니 외관도 낡고, 체력 단련장 등 직원 복지시설은 거의 갖추지 못하고, 냉난방도 취약한 상태다. 복도를 지날 때마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던 70-80년대의 시골학교 같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작은 건물이 본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영암군의 치안을 총책임지는 '경찰서'라기보다는 규모가 좀 있는 지구대 같은 외양이다. 조선시대에는 저 멀리 추자도까지 관할하였던 영암군의 위용은 찾을 수 없다.
2019년, 낡고 좁은 현 청사를 좀 더 쾌적한 환경을 갖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180억여원이라는 예산을 확보하여 새로운 공간에 영암경찰서를 짓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나 주민들의 의견과는 배치되는 결과인 '경찰서 이전'이 아닌 현 경찰서 부지에 새 건물을 짓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3천여평 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 복지시설까지 포함한 신청사를 짓는다는 것은 설계 단계부터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반 조사를 하며 방향을 바꿔 빈 공간에 설계를 해보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느라 시간은 흘러갔다. 그러는 와중에 건축비 등의 상승으로 인하여 올해 추가로 90억원의 비용을 기재부에 신청해둔 상태라는 소식이 들린다. 추가비용에 대한 적합성 조사를 앞두고 있다.
현 부지에 다시 경찰서를 짓는다면, 현재의 좁은 공간에서 건축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영암경찰서를 상징하는 아름드리 고목들이 베여나갈 것이고, 경찰서 정문 쪽에 늘어선 아름다운 왕벚나무 꽃잎도 다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임시 청사를 마련하여 이사를 해야 한다. 한 건물에 경찰서의 모든 시설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없으므로, 경찰서는 2년 이상을 두 군데, 또는 세 군데로 쪼개져서 업무를 봐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임시 청사로 이사를 나갔다가, 신청사가 들어서면 다시 이사를 들어와야 하는 두 번의 이사가 필요하다. 거기에 2년여 동안의 건물 임대료도 추가된다. 주민들의 희망에 따라 경찰서 부지 이전이 추진되었다면, 들어가지 않아도 될 비용이 생긴 것이다.
지난 7월 1일자 <영암군민신문>은 "영암경찰서 신축에 대해서는 교통과 치안, 도시 확장 등을 감안할 때 영암군이 적절한 부지를 제공해 이전, 신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영암읍성 복원 및 관광자원화 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서 현 위치에 공사가 시작되면 다른 사업으로 인해 언제 끝날지 예상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유로 꼽았다."라고 우승희 영암군수의 영암경찰서 이전에 대한 의지를 보도했다. 민선8기 우 군수의 새로운 의지를 확인한 영암군과 영암경찰서가 이전 부지 확보를 위해 긴밀히 논의하면서 협조해 나간다면, 두 번의 번거로운 이사도 생략하고, 비용도 절감하면서 보다 더 쾌적한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찰서 이전'의 결과로 남게 될 부지는 옛 영암성터가 지나가는 곳과 맞물려 있으니, 그곳은 주민들이 주인이 되어 영암의 역사를 기억할 수 있는 '역사문화공원'이 되어야한다. 2∼3년 전부터 영암성 복원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현재 남아있는 공간만이라도 제대로 발굴, 보존하면서, 옛 남문 터 가까운 곳에 '남문'을 복원하고, 경찰서부지에 월출산 영암산성, 영암성, 그리고 1555년 을묘왜변 당시 나라의 운명을 구한 양달사 장군과 영암성 대첩 등의 역사에 대한 안내공간이 될 '영암성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한다면, 영암 역사의 상징물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다.
왕벚꽃이 피는 새 봄에도, 정자의 그늘이 그리운 한 여름에도, 키 껀정한 감나무가 빨간 홍시를 만드는 가을에도, 그리고 흰 눈이 소복이 마당을 덮는 한 겨울에도, 영암사람들의 혼(魂)을 담고 있는 월출산을 향해 늘 자리 잡고 있을 한 공간을 그려본다. 커다란 창이 있을 것이고, 찻잔 하나 받쳐 놓을 탁자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공간과 함께할 영암사람들은 영암의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고, 또 영암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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