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하는 민족 지배당하는 민족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2년 11월 25일(금) 14:35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인류는 약 250만년 전 아프리카 동부지역에 그 모습을 드러낸 이후 오늘날 6개 대륙에 약 79억여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 태초에 인류는 어느 대륙이나 마찬가지로 원시의 수렵 채취 생활을 하면서 같은 여건에서 출발하였으나 문명 발달의 차이가 벌어져 유럽인(북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인 포함)들이 부와 힘을 독점한 반면에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자기네 땅을 모조리 빼앗기고 유럽인들의 식민통치를 받으면서 어두운 역사를 이어왔다.
태초에 동일 선상에서 출발했던 인류가 왜 어떤 대륙의 민족들은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켜 다른 민족들을 지배했고 그렇지 못한 민족들은 피지배를 받게 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이야기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재래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저서 '총·균·쇠(Guns, Germs, Steel)'에 설명이 되어 있다. 저자는 대륙마다 민족들의 문명 차이가 벌어진 것은 민족 간 타고난 유전적 지능의 차이가 아니고 환경의 영향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기 시작한 것은 수렵 채취 생활을 벗어나 야생식물을 직접 재배하는 '작물화' 야생동물을 주거지에서 기르는 '가축화'를 하게 되면서부터였다. 수렵 채취 생활을 했던 인류는 그날 먹을 식량을 그날그날 자연에서 야생의 열매를 채취하고 사냥을 해서 얻어야 했기 때문에 누구나 다 먹거리를 얻는 일에만 매달릴 수밖에 없었으나 '작물화', '가축화'를 시작하면서부터 자신들이 먹고도 남는 식량의 잉여생산이 가능하게 되자 인류는 무리 중에서 자신들을 이끌 지도자를 선출해 정치체제를 갖추고 외부위협을 막아줄 군대를 육성하고 새로운 도구를 만들어낼 기술자들을 고용해서 이들에게 잉여식량을 제공하고 식량 생산활동을 면제시켜 맡은 일에만 전념하도록 하면서부터 문명 발달이 시작되었다.
인류문명 발전의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작물화', '가축화'였는데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고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했다.
식물을 작물화하기 위해서는 재배 기간이 짧고 독이 없고 쓰지 않고 맛이 있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씨앗을 뿌리면 발아가 잘되고 수확량이 투하된 노력 이상으로 많아야 했는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식물의 수는 약 20만여종에 이르지만 그중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식물은 수천 종에 불과하고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작물화된 것은 수백종에 지나지 않는다고 한다. 현재 인류가 생산하는 농작물 총생산량의 80%를 책임지는 품종은 밀, 옥수수, 벼, 보리 등 12종에 불과하다고 하니 작물화가 가능한 식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 알 수 있다.
야생동물을 가축화 하는 데도 마찬가지다. 기르는 동물들이 적게 먹고도 빨리 크게 커야 하고 성격이 난폭하지 않고 온순해야 하고 무리를 지어 위계질서를 지키면서 살아갈 줄 알아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에 가두어 두어도 번식을 잘해야 했다. 치타와 같은 동물은 감금된 상태에서는 성교하지 않는 습성이 있어 번식을 못 해 가축화되지 못했다고 한다.
인류가 작물화, 가축화를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건을 갖추고 있는 동식물의 개체가 주변에 많이 있어야 했는데 지구상 어느 지역이나 이러한 개체들이 고루 분포되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티그리스강,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문명 발상지인 “비옥한 초승달 지역”으로 일컬어지는 지금의 서남아시아 지역 일대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들 지역은 겨울은 온난 다습하고 여름은 길고 더운 지중해성 기후로 식물성장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 지역에서 인류의 문명 발전이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된 문명을 인류는 주변으로 전파하기 시작했는데 대륙마다 자연생태학적 여건이 달라 어떤 대륙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어떤 지역은 더디게 전파된 결과가 오늘날 대륙 간 문명의 차이를 초래하게 되었다.
세계 지도를 놓고 보면 유럽과 아시아 지역은 동서로 길게 뻗어 있고 중간에 문명 전파를 가로막는 장애물도 별로 없었을 뿐만 아니라 동일 위도상 같은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어 작물이나 가축 재배기술을 쉽고 빠르게 전파할 수 있었으나 남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지역은 지형이 남북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고 사막과 높은 산맥 등이 가로막혀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 간 위도의 차이가 커 현저하게 다른 기후대를 형성하고 있어 '작물화', '가축화' 기술 전파가 크게 제약을 받아 오늘날 문명의 격차를 초래했다.
그러면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 것은 중국은 문명 전파의 유리한 여건을 갖춘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해 있고 거대한 영토와 인구를 갖고 있었음에도 왜 유럽에 문명의 선도적 위치를 내주고 추월을 당했을까?
그 이유는 중국의 '만성적인 통일'과 유럽의 '만성적인 분열'에 있었다고 한다. 유럽은 14세기경에는 1,000여 개의 나라로 나뉠 정도로 정치적으로 분열되어 서로 끊임없이 혁신 경쟁을 하면서 한 나라가 망하면 다른 나라가 혁신을 이어 가면서 문명을 발전시켰는데 중국은 BC221년 진나라로 통일된 이후 독립국이 창건되어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다시 통일되는 역사를 반복해 통일된 제국의 폭군 한 명의 잘못된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문명 발달의 혁신이 중단되는 상황이 벌어져 뒤처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수많은 인종이 존재하지만, 이들 간에 생물학적 우열의 차이는 크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 따라 민족의 운명이 갈라졌다는 저자의 주장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하면서 많은 분에게 재래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의 저서 '총·균·쇠(Guns, Germs, Steel)'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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