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금의 미소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3년 01월 06일(금) 13:18
서비스를 받는 이용자와 이를 제공하는 수행 인력의 관계가 고마움과 감사함, 신뢰와 기쁨, 행복감과 뿌듯함으로 채워질 수만 있다면 다양한 모든 직업에서 지향하고 얻고자 하는 건강한 직장생활의 중요한 가치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노인맞춤 돌봄서비스'의 매뉴얼을 숙지하고 현장으로 나갈 때, 대상자별 맞춤 서비스 체크하고 업무를 시작한다.
관리 대상자 중 온순한 성품과 소녀 같은 미소를 지니신 분이 계신다. 대상자로 선정되시기 전,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의지했던 큰아들 마저 먼저 떠나보내고 상실감과 우울감으로 대문을 잠그시고 집안에 칩거하다시피 살고 계시는 어머니를 만났다. 표정은 밝지 않으셨지만, 말씀이 온순하신 분이셨다. 노인맞춤 돌봄서비스에 대해 안내드리니 방문 관리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을 보이시며 주저하셨다.
방문이 결정되고 상담 하던 중, 아들 먼저 보낸 충격에 귀는 보청기를 해야 들을 수 있을 만큼 약해지셨고, 치아는 틀니에 의존할 만큼 악화된 상황과 살고 계시는 집도 어머니 소유가 아닌 친척 집이었고, 땅도 전혀 없어서 시골에서 그 흔한 푸성귀 조차 재배할 수가 없어 사서 드신다고 털어놓으신다.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좀 더 벌 수 있는 쓰레기 소각장 일을 하시다 교통편이 단절돼 그만두시고 낙심해 계시는 어머니! 우울감을 잔뜩 안고 계시는 어머니께 여러 어르신과 만나 얘기 나누며 시름도 덜고 세상 소식도 듣고, 걸어서 운동 삼아 다녀오실 수 있는 노인 일자리 참여가 어떠하겠냐 여쭈니 일자리 참여 임금만으로는 생활이 곤란하다 말씀하셨다. 기초노령연금 수령하고 계시니 좀 조정해서 써보시고 노인 일자리 참여로 어머니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시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의견 드리니 고민하시고 신청하셨다.
일자리 참여하시면서 대문의 잠금 위치가 안에서 밖으로 변화되었다. 일자리 다녀오신 시간에 뵈러 가면, 일터에서 일어난 일들과 출근 일정들을 조곤조곤 설명해주시고 일자리 어르신들과 교류가 참 좋다고 말씀하시며 내일을 준비하시는 모습에 안심이 되었다. 화초 가꾸기는 것을 좋아하셨다는 어머니, 화초들 시장에서 사다 나르시고 집 화단 가득 채우시고는 화초 박사처럼 이름과 성격과 이다음에 어떤 색깔의 꽃이 피는지 설명해 주신다.
정기적인 방문과 안부 전화 관리에 신뢰를 보이시며 차츰 예쁜 미소를 보여주시는 어머니! 보람은 이럴 때 사용하는 단어인 것 같다.
센터에서 치매 예방 생활교육으로 제공된 색칠 공부 교재와 색연필을 드리니 색칠해서 꾸미는 것을 참 좋아하신단다. 탁자 위 교재 펼치시고 형형색색으로 몰입하셔서 도안들에 색을 채우시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며 완성된 그림을 방문할 때마다 잘 했는지 보라고 보여주시고 칭찬 듬뿍 받으시고는 아이처럼 좋아하신다.
이렇게 에너지를 보이시던 어머니께 작년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진단이 나왔다. 서울의 대학병원 정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 따님의 목멘 결과 소식에 어머니에 대한 안쓰러움으로 가슴이 먹먹했다.
다행히 수술 결과가 좋으셔서 긴 시간 치료와 요양 후 회복하시고 올해 봄 집에 내려오셨다. 많이 야위셨지만, 꼭 안아드리니 눈가가 촉촉해 지신다.
다시 화단에는 예쁜 화초와 꽃들로 가득 채워졌다. 화초 박사의 설명이 시작되었고 미소도 다시 품으셨다.
그 모습이 너무 좋아 센터에서 어르신들 예쁜 모습 담아 액자 선물하기 프로그램 진행에 화사한 꽃 앞에서 소녀 같은 어머니 미소 담아 액자 만들어 안방에 걸어드리고 어머니에 대한 염려로 노심초사하는 자녀분들께도 전송해 드렸다. 어머니는 무척 만족하셨고 자녀분들은 사진 속 엄마가 너무 예쁘다고 감사 인사를 전한다.
방문 하는 일! '어머니~' 부르면 애정 가득 답하시는 목소리에 동화 속 마법처럼, 친정엄마 대하듯 애교가 나온다. 서로 행복함으로 이어지는 독거 어르신 보호 사업 노인맞춤 돌봄서비스! 복지 사업 전반에 롤 모델이 되기를 희망하며, 내일의 출근을 기다린다(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 수기). / 영암지역자활센터 민경미 생활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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