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사람들에게 마한(馬韓)이란?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3년 01월 13일(금) 13:53
박정용 문태고등학교 교사 도포면 영호리 출신 전남대학교 지역개발학 박사과정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개칭하려 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누구의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박수를 쳐줄만한 일이다. 시종(始終)이란 지명은 영암군의 북쪽 첫머리라는 뜻의 북이시면(北而始面)을 일제 강점기인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북이시면의 '시'와 종남(終南)의 '종'을 합하여 시종면으로 했다고 한다. 지금 쓰이고 있는 지명이 시종의 경우처럼 일제 강점기 때에 지역의 역사성과는 거리가 멀게 정해진 이름이 아주 많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고대에 영산 내해(內海) 혹은 지중해(地中海) 동쪽 유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던 영암군 지역에는 마한의 강력한 세력이 존재하였다는 유물이 출토되기도 하였다. 나주 신촌리 금동관에 이어 내동리쌍무덤에서 금동관 파편이 출토된 일이 불과 몇 년 전이다(도굴만 당하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최소한 5세기 말에서 6세기 초에 영산강 유역의 다른 지역뿐만이 아니라 영암지역도 마한의 강력한 중심세력이 존재하였다는 역사 유물의 증거인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추론이 우리 영암 사람들에게 무슨 득이 있다고 이리 호들갑을 떠는지 모르겠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동리쌍무덤만 보더라도 우리가 지금까지 배웠던 고대사의 사실(史實)을 다시 써야 될 정도로 의미 있는 발굴이다. 더불어 영암이 가지고 있던 역사적인 가치가 가중되어 영암이 활용할 역사·문화 자원이 풍부해질 것이다. 이 땅에서 자손 대대로 살아온 영암 사람들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이유가 더해지는 일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지방소멸의 위기에 처한 현재에 주는 의미는 더욱 각별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마한사를 연구하는 많은 학자들은 영산강 유역의 마한 국가들이 최소한 6세기 전반까지는 독자적인 세력을 유지했을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고대사 형성에 많은 영향을 준 곳은 마한이었을 것이고 실제로 옹관묘나 전방후원분 같은 유물로 미루어 보아도 서로 교류가 활발했을 것이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는 인물인 왕인박사가 일본으로 건너간 시기가 백제 17대 아신왕 때인 5세기 초반이라고 알려져 있으니 왕인은 백제의 왕인이 아니라 마한의 왕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또한 고대국가인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의 시작이 대륙에서 유래 하였다면 영산강 내해 지역의 마한 국가들은 해양 문화적 요소도 강하다. 출토된 유물들 가운데에는 옥구슬이 많은데 이를 해양 문화와의 교류 증거로 제시하는 학자들이 많다. 이러한 사실은 오늘날 다문화사회를 구성해 나가고 있는 영암에 주는 메시지가 크다. 고대부터 우리 지역은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고 융합된 지역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구림의 상대포가 국제 무역항이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고, 영암이라는 지명의 유래도 중국 사람과 관련된 설화가 전해져 오는 만큼 고대로부터 영암은 외래문화를 두루 받아들이는 포용성이 큰 지역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여기에 살고있는 후손들에게는 이런 다문화 포용성 DNA가 자연스럽게 몸속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역사·문화적 특성은 어느 지역도 쉽게 가질 수 없는 영암 사람들만이 가진 다원화된 현대를 살아갈 훌륭한 자산이라 할 것이다.
마한과 영암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역사적으로 연관성이 매우 깊다. '마한면'의 출발은 마한문명의 중심지 역할을 꿈꾸어 온 여러 다른 지방자치단체들보다 명분상 우위에 서게 되는 효과를 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앞으로 영암이 우리 지역이 가진 역사·문화자원을 발굴하고 보전하며 이를 관광 상품으로 발전시켜 지역 소멸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새해 소망으로 삼고자 한다. 사족을 붙이자면 기왕 지역 명칭을 역사에서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하는 김에 군서면을 '구림면'으로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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