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 논란

전남도 투자심사 통과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 제쳐두고 별도 활용방안 강구 빈축

월출산 활용 관련 용역 남발 불구 아이디어 빈곤 개발 의지도 부족…여전히 토론만 반복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3년 01월 20일(금) 10:15
암벽등반경기장(선수대기실)
영암읍 천황사로 395(개신리 306-7) 번지에 자리한 영암 암벽등반경기장.
2017년 1월부터 폐문(閉門) 상태인 이곳은 다름 아닌 국립공원 월출산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영암군의 '아이디어 빈곤' 및 군정책임자의 '개발 의지 부족'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온 상징물이기도 하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민선8기 들어서도 예외는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암벽등반경기장(야영데크)
암벽등반경기장(야영데크)
군은 1월 16일 우승희 군수 주재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영암 암벽등반경기장 건물 및 일대를 차별화된 자연·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거점으로 개발해 활력있는 영암을 건설함으로써 암벽경기장 주변의 관심도를 높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폭넓게 발굴하자는 취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인공암벽 주변 산지와 아래 진입부 토지를 매입해 맨발 황톳길, 수국정원, 야간 빛의 정원, 간이천문대, 반려견 공원 같은 야외공간을 조성하고, 암벽등반경기장 건물도 특산물 전시판매장, 어린이 실내놀이동산, 청년창업레스토랑, 카페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암벽등반경기장(화장실)
암벽등반경기장(화장실)
군은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쳐 오는 3월 제1회 추경에 예산을 확보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을 발주하고, 행정절차 이행 및 편입부지 협의매수에 나서며, 오는 5월 중 관련 사업에 대한 국비 지원 건의 또는 공모사업 발굴 등에 나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소요사업비는 대략 100억원 가량으로 전해진다.
암벽등반경기장은 의회의 군정 질문답변 또는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거론되어온 단골 메뉴다. 또 그때마다 답변은 "활용방안을 적극 강구하겠다"였다. 따라서 새해 들어 군수가 직접 활용방안을 챙기고 나섰으니 달라진 모습인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활용방안을 제시한 부서가 도시디자인과 '공영개발TF팀'이다. '청년이 돌아오는 영암'을 위한 영암 재건 프로젝트 추진에 따른 대단위 토지 매입 및 단지 조성, 분양 등의 속도감 있는 업무추진을 위해 신설된 조직인 만큼 군수의 적극적 의지가 실렸을 것이다.
암벽등반경기장
암벽등반경기장
하지만 공영개발TF팀이 내놓은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은 사업 규모나 인근 편입토지 매입 문제 등을 고려할 때 또 다시 장기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100억원에 육박하는 사업비 조달도 문제려니와 편입토지에 얽히고설킨 이해관계를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디어 빈곤' 또는 '개발의지 부족'의 반복이 될 우려가 큰 것이다.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은 민선7기 때 마련되어 전남도 투자심사까지 통과한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을 백지화하고 있는 점은 더욱 큰 문제다.
군정책임자가 바뀌면서 실행이 멈춘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관광 트렌드의 변화에 대응한 영암군의 새로운 관광콘텐츠로 계획됐다.
국립공원 월출산을 활용한 관광자원의 '문화뉴딜사업'으로, 천황사지구의 인공암벽경기장에서 대동저수지 일원까지 7㎞ 구간에 체험형 거점관광지 4곳을 조성하고, 운송수단으로 연결하는 자연친화형 관광상품이다. 국내 2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월출산의 탐방객이 1990년 30만명, 2000년 28만7천명, 2010년 36만4천949명, 2019년 49만3천538명 등으로 답보상태에 있을뿐더러,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타개하려는 전략이기도 하다.
당초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개년 동안 추진하기로 되어 있고, 총사업비는 도비 84억원을 포함해 190억원으로 추산되는 이 사업은 ▲영암 氣 타워 ▲사자 氣 스테이션, ▲천황 氣 스테이션, ▲스카이 氣 스테이션 등 4개 거점을 조성하고, 거점들은 짚라인과 모노레일, 세그웨이, 전기자전거 등으로 연결한다.
특히 천황사지구의 인공암벽경기장 2천932㎡ 부지에 세워질 '하늘을 나는 영암 氣 타워'는 높이 25m의 영암타워와 1㎞의 짚라인, 매표소, 관리시설 등으로 구성되며, 사업비는 39억5천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되어있다.
역시 천황사지구 2만㎡ 부지에 들어서는 '사자 氣 스테이션'은 5대의 열기구 체험장과 매표소 등으로 구성되며, 사업비는 36억원이다. 무화과를 테마로 한 열기구 체험장에 세그웨이 및 전기자전거 대여소, 로컬푸드 직매장도 갖출 예정이다.
'재미있는 천황 氣 스테이션'은 1만5천28㎡ 부지에 모노레일과 플랫폼, 매표소 등이 조성된다. 사업비는 62억원이다. '가족적인 스카이 氣 스테이션'은 1만6천㎡ 부지에 나무 위 자전거길, 트리탑데크, 관리시설 등이 들어서며, 사업비는 52억5천만원이다.
사업타당성 분석결과 사업 준공 다음 해인 2024년부터 순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됐다. 생산유발효과는 379억4천300만원, 부가가치 창출효과는 152억7천600만원, 소득유발효과는 37억2천400만원, 고용유발효과는 992.8명으로 조사됐다.
더구나 이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은 2020년 10월 전남도의 제3차 정기 지방재정투자심사를 통과했다. ▲시설별 규모 적정성 방안 검토, ▲효율적인 시설물 유지 및 운영 관리 방안 마련, ▲시설별 안전관리 대책 강구, ▲민원 최소화 방안 및 자연환경훼손 대책 마련, ▲도비 분담 협의 및 조달방안 마련 등의 조건이 붙었다. 하지만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적이 있는 사업이 투자심사를 통과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받았다. 그만큼 관계공무원들이 심혈을 기울여 내용을 알차게 보완하고 세심한 추진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어렵사리 전남도 투자심사까지 통과한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은 공영개발TF팀이 별도 제시한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 보다도 훨씬 거시적이고 상세하다. 따라서 이를 무시하고 별도 활용방안을 제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실제 도시디자인과는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에 들어있는 짚라인 등의 시설이 유행에 뒤떨어진다는 지적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에 대한 부정적 의견은 민선8기 출범을 앞두고 활동한 '민선8기혁신영암준비위원회'의 백서에도 엿보인다. 창의문화관광분과는 백서에서 영암군의 주요 현안 사업에 대한 검토를 통해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의 경우 "차별화되지 않은 관광시설은 단기간 효과만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선택과 집중, 예산 상황을 고려해 열기구 삭제를 검토해보고 1번 출발점은 정상까지 길이를 연장해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면서, "운영방식에 있어서는 직영, 민간위탁, 공단 설립 등에 대해 다각적인 차원에서 장단점을 비교 분석해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따라서 공영개발TF팀의 별도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 제시는 백서의 방향과 무관치않아보인다. 말하자면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의 '백지화'다. 전남도 투자심사까지 받은 사업계획이 또다시 월출산 활용을 위한 '또 하나의' 아이디어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예산 낭비이기도 하다.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을 위한 사업계획이 마련되기까지 군은 '월출산 100리 둘레길 생태경관조성을 위한 마스터플랜' 등 월출산 활용방안을 위한 숱한 용역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군이 민선6,7기 월출산 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짰고, 그 결과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을 계획해 전남도 투자심사를 통과한 만큼 암벽등반경기장 활용방안은 당연히 사업계획에 들어있는 '영암 氣 타워'와 '사자 氣 스테이션'에서 출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더 나아가 "월출산 스테이션-F 조성사업이 월출산 활용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행계획인 만큼 투자유치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며 이를 재검토할 일이 아니라 보완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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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 암벽등반경기장은?
2003년 2월 국비 4억7천300만원, 군비 2억200만원 등 6억7천500만원이 투입되어 완공됐다.
부지면적 4천600평, 건축연면적 180평으로 인공암벽경기장, 선수대기실, 취사장, 화장실, 야영데크, 주차장 등의 시설을 갖췄다.
완공 후 영암군이 직영하다 2005년 7월부터 전남산악연맹과 영암산악연맹에 위탁 운영을 해왔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2월까지 '산악안전지도자 부재'를 이유로 휴장했으나 2014년3월부터 2016년 2월까지 국가대표 훈련장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안전사고 방지 명목으로 폐문 상태다.
영암군의회 박영배 의원은 지난해 9월 군정질의를 통해 "체육시설로 활용하기 위한 단순 리모델링 사업은 지양하되 동계훈련을 위한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을 유치해 천혜의 경관을 살린 관광 명소로 조성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당시 방정채 홍보체육과장은 "2018년 정밀안전점검 용역 결과 수선유지보수비가 2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조사되었고, 2020년 6월 리모델링 타당성조사용역을 실시해 경기장과 연결한 캠핑장, 가족놀이시설 조성 등을 검토했으나 사업비가 31억원이 소요되는 등 과다해 국비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운영계획에 대해 "리모델링 후 전문산악연맹에 위탁경영하는 방안, 월출산 스테이션F 사업과 연계해 추진하는 방안, 기존시설 보수 후 산악전문관리자를 모집해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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