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종면(始終面)과 마한면(馬韓面)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3년 02월 10일(금) 13:38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우리나라 고대사에서 풀어야 할 숙제 중 한 가지는 마한의 역사를 규명하는 일이다. 마한은 BC1세기∼AD3세기 무렵까지 한강 유역으로부터 충청, 전라도 지역에 분포되어 있던 여러 정치집단의 통칭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진나라 시대 '진수'가 쓴 <삼국지> 위지동이전을 보면 한민족을 비롯한 동방 여러 민족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이에 따르면 마한지역에는 54개 소국이 각자 세력을 형성하여 작은 나라는 수천 가구에서 큰 나라는 수만 가구에 이르는 집단을 이루었고, 작은 나라의 지배자는 읍차(邑借), 큰 나라의 지배자는 신지(臣智)라 하였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마한의 실체를 규명하고 고고학적으로 이를 증명하고자 하는 노력은 미흡한 실정이었다. 단지 영암과 나주 일대에 산재해 있는 고분들을 일부 발굴해 얻은 유물을 토대로 마한은 영산강 유역을 중심으로 강력한 세력을 형성한 정치집단이었을 것으로 추정만 하고 있다.
최근에 영암군이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명칭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시종면의 명칭은 1914년 군·면을 통폐합하면서 종전의 '북이시면'과 '종남면'에서 한 자씩 취하여 유시유종의 의미를 살려 지명을 만들었기 때문에 지역의 정체성과는 동떨어진다는 여론이 있어 마한면으로 변경을 추진하겠다면서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근 나주시에서는 나주문화원과 반남면 주민들이 반대 서명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들은 "나주 반남면은 다수의 마한 고분이 산재해 있고 마한 시대 유물을 전시하는 국립나주박물관이 위치한 마한 역사의 중심"이라면서 "국가지명위원회나 전남도지명위원회에 마한 명칭을 독점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요구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양 자치단체 간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명을 놓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양 자치단체를 보면서 무엇이 중요하고 먼저 해야 할 일인지를 묻고 싶다. 영암군과 나주시가 지명을 두고 마한의 주도권 싸움을 할 것이 아니라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아직까지 역사의 그늘에 깊이 잠들어 있는 마한을 흔들어 깨워 역사의 광장으로 끌어내는 일이라고 본다.
2000여년 전 영산강 유역에서 살았던 우리의 마한 선조들은 영암군, 나주시라는 경계도 다툼도 없었고 비옥한 영산강 유역 넓은 들녘에서 농사짓고 물고기를 잡으며 오손도손 화목하게 살았을 것이다. 영암군, 나주시라는 지역 구분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행정 편의상 인위적으로 획정한 것에 불과할 뿐이고 우리는 다 같은 미한의 후예들이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우리 선조들이 세운 마한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크고 강대했는지, 어떠한 독창적인 문화를 형성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역사와 문화는 한반도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규명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양 시·군이 마한 역사를 규명하는 공동기구를 발족해서 중앙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이끌어 내야 하고 현재 영암군과 나주시가 각각 치르고 있는 마한축제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논의를 거쳐 통합하는 방안도 찾아보아야 한다. 아직 역사의 잠에서 깨어나지도 않은 마한을 두고 자기 지역이 중심이라고 다투는 것은 후손된 입장에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깊은 잠에서 깨워주기를 기다리는 마한 선조들로부터 크게 꾸지람을 들을 일이다.
읍·면·동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현행 지방자치법에 해당 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고 그 결과를 상급자치단체(전라남도)에 보고하게 되어 있어서 절차적으로 영암군의회의 의결만 있으면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다만 시종면을 마한면으로 변경하게 되면 고대문화의 중심지라는 지역의 정체성이 확보되고 지역민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반면에 행정구역 명칭을 변경할 경우 토지 공부는 물론 주민등록을 비롯한 전국의 모든 공부에 나와 있는 시종면 명칭을 마한면으로 바꾸어야 하므로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우려된다. 마한 역사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같은 마한 문화권인 영암군과 나주시가 공동보조를 맞추어야 하는데 행정구역 명칭 변경이 갈등으로 비화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소외되고 지지부진한 마한 역사 재조명 사업 차질도 우려된다.
따라서 헹정구역 명칭 변경은 얻는 것과 잃은 것에 대한 비교형량 검토와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본다. 행정이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서 그 정책으로 기대되는 순기능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에 따른 역기능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은 정책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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