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만에 빗장 풀린 '설악산 케이블카'…월출산에도 영향 줄까?

2012년 6월 국립공원위원회 '시범사업' 선정 부결 이후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

선거 때 일부 공약으로 제시…산악관광지 활성화 위해 체계적 준비 절실 지적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3년 03월 03일(금) 09:37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40년 넘게 추진과 중단을 반복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에 대해 '조건부 동의' 의견을 통보하면서 지난 2012년 6월 국립공원위원회 '시범사업' 선정 부결 이후 사실상 자포자기 상태에 빠진 국립공원 월출산의 케이블카 개설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주목된다.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빗장'이 풀리면서 영암군은 일단 그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등 조심스런 입장이나, 민선6기 때인 2016년 한국관광공사에 용역 의뢰해 나온 '영암군 거점관광지 개발계획' 최종보고서에 월출산 케이블카 개발방안이 제시된 이래 한 번도 다시 거론된 적이 없는 상황이다.
우승희 군수 역시 지난해 지방선거 때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는 검토하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도 있다"며 공약에서 제외해 민선8기에 본격적으로 추켜들기에는 사전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아 당장 재추진은 불가능해 보인다.
반면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은 산악관광지인 월출산의 특성을 감안할 때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는 군민들의 열망이 식지 않은 상태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학술용역을 포함한 체계적인 준비 작업이 필요하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 2012년 국립공원위원회 결정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 움직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2012년 6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이다.
환경부는 당시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시범사업 대상 선정에 나서 설악산과 지리산 4곳, 월출산 등 내륙형 6곳과 한려해상 사천 등 해상형 1곳에 대해 국립공원위원회를 열어 해상형 시범사업만 선정하고 나머지 내륙형 6곳은 모두 부결시켰다.
특히 이해 4월 월출산 케이블카에 대한 두 차례 현장실사를 벌였던 국립공원위원회는 지리산과 설악산에 대해서는 시범사업 필요성을 인정하고 환경성 등의 부적합 사유를 해소하는 등 사업계획을 다시 제시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월출산에 대해서는 아예 "시범사업 필요성이 없다"며 사업계획 보완기회마저도 박탈했다.
더구나 국립공원위원회는 그 근거로 '경제성'이 아닌 '환경성'을 꼽아 지역민들의 분노를 샀다. 2011년 탐방객이 34만명 수준으로 내륙형 국립공원 중 가장 적고, 삭도설치와 연계해 폐쇄할 계획인 산성치 탐방로 이용객도 연간 3만5천명 수준이어서 시범사업 및 탐방로 폐쇄의 실익이 적다고 보았다. 또 케이블카 상부 체류공간이 좁아 대규모 시설공사에 따른 경관자원의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역민들의 반발은 극에 달했다. 월출산 케이블카 설치는 환경부가 제시한 삭도설치 가이드라인인 환경성, 공익성, 경제성, 기술성 등에 견주어 백두대간법에 의한 보호구역에 속하지 않고, 주봉인 천황봉과 1㎞이상 충분히 이격되는 지점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게 되어 탑승객 정상탐방 압력을 받지 않으며 자연환경보호에도 유리하다는 것이 영암군의 주장이었다. 국립공원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보전기금 부담비율도 타 국립공원의 경우 케이블카 운영에 따른 수익금의 일부를 부담하는 조건이나 월출산의 경우는 수익금이 아닌 입장료의 일정비율을 부담하는 방안을 제시해 안정적인 환경보전기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성 등에서도 차별화를 했음에도 심사과정에서 고려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당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의뢰한 경제성(B/C) 검증결과에서도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의 경제성은 다른 곳에 뒤지지 않았다. 지리산권의 구례가 1.03으로 가장 높게 나타고, 같은 지리산권인 남원은 0.89, 산청, 0.70, 함양 0.59 등이었다. 설악산권인 양양은 0.91로 나타났다. 해상국립공원인 사천은 1.18이었다. 반면 월출산은 0.92로, 해상국립공원인 사천을 제외하면 구례 다음으로 경제성이 높게 나타났다.
그럼에도 환경성을 잣대로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을 불허했으니 지역민들의 실망감은 클 수밖에 없었다.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을 공약으로 내걸고 이의 실현에 강한 애착을 보였던 고 김일태 군수는 퇴임식 때까지도 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피력할 정도였다.
■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은?
하지만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이 공식 무산된 이후에도 그 염원은 계속 이어져왔다. 또 민선4,5기 김일태 군수에 이어 민선6.7기 군정을 이끈 전동평 군수 역시 케이블카 개설 필요성을 줄곧 강조하며 정부 정책의 변화가 있기만을 주시했다고 할 수 있다. 2012년 추진했던 국립공원 삭도(케이블카) 시범사업이 이명박 정부 역점사업으로 추진됐었기 때문에 정권이 바뀌면 정책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암군 거점관광지 개발계획'도 이런 전 군수의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한국관광공사에 용역 의뢰해 2016년 7월에 나온 '영암군 거점관광지 개발계획' 최종보고서는 월출산과 영암지역 역사자원을 중심으로 이미 조성되었거나 계획된 관광시설을 5개 거점권역으로 나눠 '리모델링(remodeling)'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월출산의 방문객 유입 확대 및 관광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케이블카의 대안 노선을 제시하고 있는 점이 흥미를 끌었다.
새로운 제안 노선은 케이블카 하부정거장을 바둑테마파크 부지 내 관광시설지구에 조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앞으로 도입되는 관광시설과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였다. 관광시설지구 방문객은 물론 휴양문화시설 거주민의 케이블카 이용을 증진하겠다는 것이다.
최종보고서는 특히 천황사지구와 인접한 케이블카 설치는 등반 소요시간 단축으로 수도권 등 원거리 등산객의 증가와 함께 그동안 월출산 등반코스의 난이도로 접근 또는 이용이 어려웠던 노약자 및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이용률을 향상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최종보고서는 이에 따라 케이블카의 노선 구상은 계획부지의 위치, 각 활동의 특성, 개발규모, 주변 탐방자원과의 연계성, 조성 후 유발되는 기대효과 등을 고려해 2개의 대안을 설정, 각 대안별 장단점을 도출해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따르면 2012년 환경부 시범사업 선정 심의 당시 정해진 기존 노선인 1안의 경우 산성대 등산로 입구 氣 체육공원을 시점으로 하며 천황봉 하단을 종점으로 한 연장 2.0∼2.6㎞ 구간으로, 氣찬랜드, 낭산기념관 등 관광문화시설과 연계 가능하다는 입지적 장점이 있으나 노선 연장에 따른 투자비 증가와 월출산 조망권 및 경관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2안은 바둑테마파크 부지를 시점으로 하고 광암터 주변을 종점으로 한 연장 1.6∼1.8㎞ 구간으로, 천황사지구 및 주변지역 활성화, 특히 관광지로 개발계획을 갖고 있는 바둑테마파크 부지에 대한 민간투자 유치 및 빠른 사업 전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고 월출산 조망권 및 경관미가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고 보았다. 반면 노선과 인접해(300m) 문화재가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됐으나 이는 현상변경 등을 통해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케이블카 조성 공사비는 220억원에서 25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 향후 전망 및 대응방안은?

하지만 이처럼 제시된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방안은 이후 단 한 번도 공식적으로 다시 거론되지 못 한 채 10여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영암군민의 최대 숙원사업이 군정의 관심분야에서 잊혀 진 것이다. 선거 때 일부 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지만 추진력에 진지함을 보여주지 못했고, 실현가능성 역시 희박해 주목을 끌지도 못했다.
반면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혁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로 채택, 그 빗장이 풀리면서 그동안 영암군의 무관심과 공백이 매우 크고 아쉽게 느껴지고 있다. 2012년 군민들의 열정과 2016까지 계속되었던 군정책임자들의 의지가 변함없이 계속되었더라면 어땠을까?
설악산 케이블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은 이제라도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을 위한 준비와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를 분석하는 일에서부터 학술용역 등을 통한 월출산 케이블카 개설의 경제성과 타당성 검토, 케이블카 설치방안, 환경훼손 최소화 계획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2018년 氣찬랜드 내 가야금산조기념관에서 월출산 국립공원 지정 30주년을 기념해 열린 '월출산 보호 및 관광활성화 방안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박종찬 광주대 교수가 했던 말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다.
"월출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산악관광지로서의 가능성이 대단히 크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에 한계가 있다. 월출산의 이미지가 과거에는 대단히 매력적인 곳으로 작용했으나 지금은 다른 지역의 관광활성화와 관광수요가 다양화되면서 영암군은 오히려 관광산업이 정체된 곳으로 인식되고 있고, 월출산의 이미지로 인해 주변지역의 훌륭한 관광 상품이 돋보이지 않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케이블카를 반드시 설치해야 하고, 이것이 어려우면 국립공원 지정 해제까지도 요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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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산 케이블카'는?
대통령 공약 40년 만에 빗장 풀려…환경단체 결사반대
40년 넘게 추진과 중단을 반복했던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2월 27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이 ‘조건부 협의(조건부 동의)’ 의견을 통보함으로써 결국 빗장이 풀렸다.
환경부는 불과 4년 전 환경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며 불허했었다. 이 때문에 환경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국립공원, 백두대간보호구역,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등으로 겹겹이 보호되고 있던 설악산조차 개발 대상이 됨에 따라 국립공원 전역에서 난개발 광풍이 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원주청의 의견 통보로 설악산의 신규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7부 능선을 넘어섰다는 전망이다. 남은 절차는 행정안전부 지방재정투자사업 심사 등이다. 소요 예산은 1천억원을 넘을 것으로 보여 500억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경우 정부의 투자사업 심사를 통해 경제성 등을 검증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사업은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혁균형발전특위가 선정한 강원도 15대 정책과제 중 하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선거공약이기도 하다. 환경부가 사업자인 양양군에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을 허가해 주면서 이미 기존에 전국 곳곳에서 우후죽순처럼 추진되던 다른 케이블카 사업들도 더 활기를 띠게 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다수의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겹겹이 보호받던 설악산조차 케이블카 설치 가능성이 커진 상황임을 감안하면 전국 어느 곳도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곳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본격적인 사업추진과정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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