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즐기기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
2023년 03월 03일(금) 11:47 |
시계추 반동에 의해 몸집을 부풀리는 시간
오후는 두 번의 신호를 거쳐 숲길로 간다
달리는 차들이 서로 눈높이를 맞춘다
호박꽃, 상사화, 고양이, 바람, 내 시선 모두 한 통속
풍경이 제 각을 벗어나 스쳐 지나간 자리,
늘 소음이 절반이다
환절에 떨어진 잎들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는다
저만치 구부러져 흐르는 곡선과 함께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정속 주행을 하는 풍경
고만고만하게,
오후의 속도만큼,
되돌아갈 만큼의 절반을 등 뒤에 쌓아두거나
가볍게 질주하거나
손바닥 위에
딱 그만큼의 노을이 저물고 있는
수상한 오후
임영자
2016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전 솔문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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