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韓牛, 현황과 대책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3년 03월 17일(금) 10:50

한우산업에 불어 닥친 작금의 위기는 그동안 농가들이 여러 경고음에도 불구하고 사육두수를 크게 늘린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우리 한우산업이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가장 먼저 농가들이 솔선해 송아지 및 번식용 암소인 가임 암소의 추가 입식 자제 및 감축 등 자율적인 사육 규모 조절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내 한우 사육 두수는 2015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인다. 심지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한·육우 관측 2021년 12월호를 통해 사료 가격 상승세 속에 사육 두수가 늘어나는 추세가 지속되는 것은 10년 전 ‘파동’ 상황과 유사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실제로 2011∼2013년 사이에는 한우 도축 두수 증가로 도매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료 가격도 함께 상승함에 따라 농가의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유발했다.
한우 사육 두수는 전국적으로 2015년 277만두에서 2022년 12월 354만두로, 영암지역의 경우 2015년 3만8천두에서 2022년 12월 무려 6만두로 급증했다. 전국적으로 한해 18만두씩 연평균 5%나 증가했고, 영암군의 경우도 2015년부터 평균 2천500두씩 증가하다 2022년 6만여두까지 증가한 후 주춤세를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늘고 있는 추세다.
영암군의 ‘전국 한우 사육두수 현황’ 자료를 보면 더 상세하다. 전국적으로는 2015년 277만두에서 2019년 308만두로 31만두가 늘었고, 2021년에는 341만5천두로 33만5천두가 늘었으며, 2022년 352만8천두로 11만3천두가 늘었다.
전남으로만 한정해도 마찬가지 추세로, 2015년 44만두에서 2019년 53만두로 9만두 늘어난 것을 비롯해 2021년 59만9천두로 6만6천두 늘었고, 2022년 62만3천두로 2만4천625두 늘었다.
영암군의 경우도 2015년 3만8천113두에서 2019년 4만8천891두로 1천292두 늘어난 것을 비롯해 2021년 5만7천120두로 8천229두 늘었으며, 2022년 5만9천718두로 2천598두 늘었다.
영암지역 사육 농가는 2015년 1천102호에서, 2019년 1천292호, 2021년 1천314호, 2022년 1천294호를 기록했다.
호당 사육두수는 전국 평균 40.2두인 반면 전남은 평균 42.0두, 영암은 46.2두나 된다. 또 지역별로 경북이 78만두로 가장 많고, 전남 62만두, 전북 45만두, 충남 44만두 순이다.
현재의 한우 사육 상황에 대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한·육우 관측 2023년 3월호를 통해 한우 수급에 있어 공급 과잉 단계가 시작돼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2023년 한우 사육 두수는 가임 암소 증가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치인 357만두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이를 토대로 영암군의 최근 3년 동안 한우 사육현황을 보면 우려는 더욱 커진다.
2020년 12월 5만2천128두였던 영암지역 한우 사육두수는 2021년 6월 5만5천659두, 2021년 12월 5만7천120두, 2022년 6월 6만269두로 그야말로 급증세를 보였다. 여러 경고음이 최대치에 이르자 2022년 12월 5만9천718두, 2023년 1월 5만8천466두 등으로 감소세로 돌아서기는 했으나 문제는 가임 암소의 비율이 너무 높다는 사실이다.
2020년 12월 3만4천372두로 전체 사육두수의 65.9였던 것을 비롯해, 2021년 6월 3만6천363두로 65.3%, 2021년 12월 3만7천417두로 65.5%, 2022년 6월 3만8천885두로 64.5%, 2022년 12월 3만8천834두로 65%, 2023년 1월 3만7천895두로 64.8%로 나타나는 등 영암지역 가임 암소의 비율은 전국 평균(48.1%)뿐만 아니라 전남 평균(49.2%)보다 훨씬 높고 심지어는 인근 장흥군(55%)보다도 높다. 영암지역의 한우 수급에 있어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참고로 가임 암소는 전국적으로 2019년 154만두에서 2022년 169만6천두로 늘었고, 전남의 경우 2019년 30만8천두에서 2022년 34만두로 들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한우 가격 동향 및 전망
2024년 101만두 도축전망 2013년 한우 파동 때 수준 초과
한우가격 작년 추석 이후 폭락세 송아지값도 생산비 이하
한우 사육 두수 급증에 따라 공급 과잉도 심각해진 상황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023년 도축 두수가 전년 대비 8.5% 증가한 94만두, 2024년에는 101만두까지 증가할 전망이며, 이는 10년 전 한우 가격이 폭락했던 2013년 도축 두수인 96만두를 초과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참고로 전국 도축 두수는 2021년 79만4천두, 2022년 85만3천두였다. 또 영암군의 연간 도축 두수는 2020년 1만2천553두, 2021년 1만4천261두, 2022년 1만5천716두였다.
공급 과잉에 따라 한우 가격은 폭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산지 가격 동향을 보면 거세우(비육우 600㎏)의 경우 2013년 521만원, 2017년 665만원, 2019년 693만원, 2021년 797만원 등으로 한우 가격 파동이 있었던 2013년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다 2021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2022년 740만원, 2023년 646만원으로 추락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의 경우 평년 대비 7.5%, 전년 대비 19%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송아지 가격도 2013년 146만원, 2017년 320만원, 2019년 358만원, 2021년 411만원 등으로 정점을 기록한 뒤 2022년 332만원, 2023년 237만원으로 평년 대비 30%, 전년 대비 38%의 낙폭을 보이고 있다.
산지 가격 동향을 최근 1년 사이로 좁혀보면 작년 추석 이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송아지 가격은 생산비 아래로까지 폭락해 있다.
거세우(비육우 600㎏)의 경우 2021년 12월 766만원, 2022년 3월 750만원, 6월 776만원, 9월 779만원을 정점으로, 12월 646만원, 올 들어 1월에는 646만원으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또 송아지 가격은 2021년 12월 378만원, 2022년 3월 321만원, 6월 369만원, 9월 355만원, 12월 255만원까지 떨어진데 이어 올 들어 1월에는 237만원까지 추락했다.
참고로 거세우 평년가격은 699만원, 송아지(암·수 평균)는 365만원이며, 생산비는 사료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거세우는 2020년 717만원에서 2021년에는 760만원, 송아지는 351만원에서 378만원으로 치솟았다. 한우농가들은 지금 생산비도 건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우 가격 하락은 도축 두수 증가 외에도 작금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이른바 ‘3高’ 영향에 따른 소비위축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10만톤에 이르는 수입쇠고기의 무관세 수입 역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참고로 국내 쇠고기 소비량은 2010년 43만1천톤에서 2021년 71만6천500톤으로 매년 2만5천900톤가량 늘고 있다. 1인당 소비량은 2010년 8.8㎏에서 2021년 13.8㎏으로 매년 0.45㎏가량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쇠고기 시장개방의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산 쇠고기 전 세계 수입국 중 1위를 차지하는 등 미국(55.8%), 호주(31.7%), 뉴질랜드(5.2%) 등지의 쇠고기 수입 자유화로 한우자급률은 2000년 78.8%에서 36.8%로 낮아진 것도 위기의 한우산업에 대한 ‘해법’ 찾기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韓牛 산업의 현황과 위기
2010∼2015년 새 사육농가 반 토막 사태 재현 우려 심화
한우 수급 '심각'단계 사육농가 자율적 규모조절 급선무
영암군은 2023년 우리 한우 산업의 3대 위협요인을 ▲도축 두수 증가와 경기침체가 맞물린 가운데 소값(생체) 및 송아지 가격이 동반하락하고 있는 점, ▲러-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세계적인 물가상승 압력으로 인한 사료가격 상승 등 생산비 증가, ▲지구온난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축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 고조 등을 꼽았다.
한우가 우리 민족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고, 인구소멸의 위기에 처한 농촌지역에서는 한우농가 차지하는 비율이 전남의 경우 18.4%에 이를 정도로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한우 번식우 사육의 경우 소규모 고령농가의 주요소득원이 되고 있는 등 한우산업 자체가 농업 및 농촌의 안정화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상황이지만 악재들이 겹치면서 위기국면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우산업이 다른 분야와는 달리 가격결정권이 생산자에게 없어 축산농가들이 불리한 처지인데다, 계절성이 심하고, 생산과정이 장기인데다, 부위별 선호도 차이가 심하며, 도축·육가공·냉장 등을 거치는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높아 쉽게 대응책을 모색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위기상황이 지속될 경우 10년 전 한우 파동 때처럼 일부 한우산업의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과거 경험으로 미뤄 10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는 한우 가격 파동의 가장 최근 사례인 2010년부터 2015년까지 한우농가 현황자료에 의하면 2010년 16만6천200가구에서 2015년 8만9천400가구로 반토막이 났다. 특히 폐업한 농가는 대부분 50두 미만의 사육농가들이었다.
이 같은 경험치를 토대로 할 때 2022년부터 2025년까지의 한우 가격 파동으로 소규모 농가에 대한 충분한 지원이 없을 경우 전체 한우농가 가운데 2만가구 이상이 폐업하게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폐업하게 될 농가 역시 50두 미만 소규모 농가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영암군은 이 같은 한우 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사육농가의 경영안정을 위해 사료구매자금 지원 등을 통한 생산비 절감 및 사업 확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한우고기의 할인판매 확대 및 기간 연장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통한 소비 촉진 대책도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한우 수급이 가장 최고 위기인 ‘심각’단계에 이른 점을 감안해 시급한 대책은 다름 아닌 한우 농가들의 송아지 및 번식용 암소의 추가 입식 자제와 함께, 더 나아가 번식용 암소 감축 등 자율적인 사육 규모의 조절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지자체와 농·축협 역시 사육 확대를 유도할 수 있는 사업 추진을 중단하고, 계획 또는 조기 출하 등을 통해 적기 출하를 지원하는 등 수급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작금의 한우산업의 위기는 그동안 여러 경로를 통한 위기경보에도 불구하고 사육 두수를 늘려온 농가들 스스로의 조절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기도 하다.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 한우가격연동제 시행을 위한 대책 마련을 더는 늦춰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우값은 폭락하는데 한우고기값은 변화가 없는 현재의 구조는 분명 문제가 있다고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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