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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3월 31일(금) 12:17 |
이진 前) 영암군 신북면장 前) 전라남도 노인복지과장 前) 완도부군수 |
봉수제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조선 선조 30년에 등장한 것이 파발이다. 파발은 말을 타거나 사람이 걷고 뛰어서 긴급한 정보를 문서로 전달하는 제도였는데 당시 파발마는 하루에 약 300리(120㎞) 정도를 달렸다고 한다. 파발 문서를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주요 지점에 역참을 설치해 지친 말을 갈아탈 수 있게 했는데 요즘도 남아있는 말죽거리나 역(驛)이 들어가는 지명은 그곳이 옛날 파발마 거점지역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이러한 말(馬)과 사람에 의존해 정보를 전달하던 아날로그 통신 시대를 거쳐 19세기 초 문자를 전기 신호로 바꾸어 원거리로 전달하는 전보가 등장하였고 1920년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이 전화기를 발명함으로써 정보통신산업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었다. 최초의 전화기는 지금처럼 정교한 부품을 만들 수 없어서 전화기 크기가 오늘날 공중전화부스만큼 컸는데 전화기의 경량화를 꾸준히 추진한 결과 1980년대 후반에 휴대전화가 나오게 되었다. 당시 휴대전화 가격은 어지간한 차량 1대 정도의 고가여서 부유층이나 회사 중역 정도는 되어야 들고 다닐 수 있는 고급 통신수단이었다.
그러다가 송신은 되지 않고 수신만 되는 '삐삐'가 등장하여 1990년대 중후반까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일반인들도 제한적이나마 이동통신의 편리함을 누리게 되었다. 이후 휴대전화 가격이 인하되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휴대전화 보급률이 급상승하여 2000년대 초반에는 누구나 웬만하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휴대전화 대중화 시대를 맞게 되었다. 휴대전화의 대중화는 휴대전화를 통한 인터넷 사용을 가능하게 하는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다.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 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게 한 것은 카카오톡이었다. 2010년 3월 첫선을 보인 카카오톡은 스마트폰 주소록의 전화번호만으로 인터넷망을 통해 통화, 문자, 동영상 전송은 물론 해외에 있는 사람들과 영상통화를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탁월한 기능으로 피처폰(통화, 문자만 가능한 휴대폰)시대의 막을 내리게 하고 스마트폰 보급률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려 현재 카카오톡 이용자는 4천800만명에 이르러 명실상부한 국민 메신저가 되었다. 필자도 아이들이 직장 일로 독일과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데 카카오톡을 통해 날마다 손주들과 무료로 영상통화를 통해 얼굴도 보고 이야기도 할 수 있어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지 못할 정도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의 출현은 우리 생활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동통신사에서 통화와 문자발송 기준으로 책정하던 통신요금을 데이터 사용량으로 책정하게 만들었고 통신사마다 요란하게 홍보했던 '국제전화 000'하던 국제전화 유료 서비스도 사라지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카카오톡 그룹 채팅방을 통해 모임이나 애경사를 간편하고 신속하게 알릴 수 있게 되었고 지인들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자유스럽게 의사소통을 하고 동영상, 음악, 문서 등 각종 정보를 서로 교환할 수 있게 되어 우리 생활을 한층 편리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편리한 문명의 이기가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옛날에는 멀리 떨어져 있는 지인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안부를 살피기 위해 정성을 들여 직접 붓이나 펜을 들어 서한을 작성 인편이나 우편을 통해 전달했었다. 당시에 받아본 서한은 보내는 이의 정성과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는데 요즘 엄지손가락만을 이용하여 통신망을 통해 보내는 글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정감을 느끼기 어렵게 한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 세대들이 카톡 채팅방을 통해 보내는 문자를 보면 한글 맞춤법이 무시되고 말을 줄이거나 소리 나는 대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 한글 파괴 우려를 낳고 있다. 또한 삶의 귀감이 되는 좋은 글이나 멋진 영상을 지인들에게 보내 주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일부 글이나 영상은 인터넷상에 널리 퍼져있는 내용들이 중복해서 보내지는 경우도 있어서 그 진정성을 느끼지 못할 뿐만 아니라 카톡 문자는 상대방의 표정이나 목소리에 실린 감정을 느낄 수 없기 때문에 자칫 잘못된 문자 한 자가 상대방의 오해를 불러일으키게 하기도 한다.
발달된 문명의 이기가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하고 있지만 아무리 문명의 이기가 발달했어도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해야 할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정과 진솔한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과의 소통을 카카오톡에만 의지하지 말고 가능하면 지인들과 자주 만나 서로 눈을 마주치면서 대화를 나누고 가슴으로 소통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