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영암왕인문화축제 학술강연회 주요 내용

김정호 전 전남도농업박물관장, "50주년은 새로운 변곡점…지나친 지역성 극복해야"

정성일 광주여대 교수, "왕인박사 연구 거시적이고 다양하며 장기적인 관점 이뤄져야"

박태홍 왕인박사현창협회 이사, "왕인박사 사료관 설치 韓·日 양국 자료 집대성해야"

김한남 영암문화원장, "다음 축제 준비 시기 현행 12월에서 9∼10월로 앞당겨야"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2023년 04월 07일(금) 13:44
‘2023 영암왕인문화축제’의 주제행사인 학술강연회가 3월 30일 왕인박사유적지 내 영월관 2층에서 열렸다.
영암군과 (사)왕인박사현창협회(회장 전석홍)가 주최하고, 왕인문화연구소가 주관한 이날 학술강연회는 ‘왕인박사현창협회 창립 50주년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려, ▲김정호 전 전남도농업박물관장의 ‘왕인박사현창협회 50주년의 갈림길’이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이 있었다. 이어, ▲광주여대 정성일 교수가 ‘왕인박사 연구사업의 회고와 전망’, ▲왕인박사협창협회 박태홍 이사가 ‘왕인박사유적지 정비사업의 회고와 전망’, ▲김한남 영암문화원장이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을 했다.
(사)왕인박사협창협회는 ‘왕인박사의 위업을 바르게 인식시켜 내외에 선양함과 동시에 올바른 한일관계의 확립과 한일 양국의 참된 우호 증진에 도움이 될 기념사업에 일역(一役)을 담당할 것’을 목적으로 1973년 10월 25일 광주에서 출범해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한 이번 학술강연회의 기조 및 주제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註>
■ 왕인박사현창협회 50주년의 갈림길
김정호 전 전남도농업박물관장은 ‘왕인박사현창협회 50주년의 갈림길’이라는 주제의 기조 강연에서 “왕인박사현창협회는 2008년 전남도와 영암군의 지원을 계기로 매년 학술세미나를 계속해왔고, 학술서와 협회지 간행으로 많은 실적을 거뒀으며, 연구소가 새로운 학술대회 주제를 선정해야 할 소재의 빈곤이 눈에 띌 정도”라면서, “50주년 성과에 만족해서는 안 되며, 고 박광순 왕인문화연구소장이 제시한 자료관의 설립과 탄생지 고증은 지속해야 할 과제이고, 50주년은 이제 새로운 변곡점이 되어야 한다”며 미래를 위한 제언을 내놓았다.
김 관장은 “50년 동안 기초를 다져온 왕인박사현창사업은 이제 콘크리트나 아스팔트를 마무리하기 전 활주로에 자갈, 모래 다짐을 끝내가는 단계에 견줄 수 있다. 아직 아스콘을 깔기에는 다짐 공사 뒷손질이 충분하지 않다”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로, 2022년 말 발행한 협회지 <성기동> 제15호의 협회 회원에 실린 회원수는 278명으로, 그 중 영암의 동북부인 금정면과 신북면의 회원수가 5명 미만인 점을 거론하며, “왕인박사현창사업은 아직도 지역갈등을 해소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도민과 국민과 공감대를 이루기 위해서는 고을 민심의 대동단결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이어 “왕인박사현창사업이 고을 영웅화 사업으로 비칠 만큼 지나치게 영암군 출신 인사들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초창기 이선근 박사나 신안 출신 김신근 이사장 체제로 출발했으나 갈수록 외지인사의 참여가 줄어든 것은 협회의 약점”이라면서, “광주 5·18운동이 억압에 대한 저항이라는 세계적인 공감 요소를 갖고 있으면서도 유족이나 부상자 등 공로자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이익단체로 비치자 시기와 질투, 폄하의 대상이 되고있는 것처럼, 지나치게 지역성을 나타내게 되면 지역 이익사업으로 비쳐 이웃고을 사람들의 질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극복과제의 이유를 설명했다.
김 관장은 또 ‘사업 재원의 안정적 확보’도 과제로 꼽았다. “장보고재단은 세 명의 상근직원과 유급 연구소장제로 운영했고, 연구사업도 대학 또는 학술진흥재단 수준 이상의 연구비를 지급해 자존심을 내세우던 학자들이 발굴자료를 들고 찾아오는 것을 보았다”면서, “짧은 단상의 글이라도 고료를 주거나 자료 발굴 보상을 해준다면 왕인박사현창협회 협회지도 훌륭한 학술지 형태로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왕인박사현창협회가 시도해볼 만한 새로운 과제로 “그동안 현창협회사업은 유적지 정화와 왕인탄생지 설득에 집중되었고, 구림이 왕인박사 탄생지임을 증명하려는 노력은 이 정도면 70∼80%는 달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설과 정황만으로 국가사적지가 될 수는 없다”면서, “왕인을 해외에 우리 문화를 퍼뜨린 한류(韓流)의 태두(泰斗)로 상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 관장은 “장보고기념사업도 영화화와 신문연재 등으로 무역의 개척자로 일반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성을 들여서 만든 드라마 세트장이나 장도 성터 재현 등은 반짝 관심 대상이 되었을 뿐 완도군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해외기업인들을 끌어들이는 해외한상(韓商)협회와 회관 건립이었다. 완도군은 이제 이 한상전시관으로 해외기업인들을 초청하고 매년 몇 명씩 표창장이나 공로패를 준다. 이곳 전시관에 그 공적과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옛 장보고를 현재의 장보고로 전환시킨 발상”이라고 덧붙이면서, “왕인박사현창사업도 과거의 왕인에 머물지 말고 현재의 왕인들을 발굴해 초청하고 표창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문화 발전에 공헌한 왕인만을 기리는 것이 아니라 이탈리아, 미국, 브라질, 중국 등 세계 어느 나라에 옮겨가 살면서도 한국 민족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그가 사는 나라에 공헌하고 한국문화 확산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골라 선양하는 한류선양단체로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두 번째 과제로 ‘보완 발굴’을 제시했다. “문산재 곁 성벽 발굴과 영암 고대 철광지 조사로, 동구림리 발굴은 부분적으로 이뤄졌으나 월출산 서남부 산록과 장천리 등에는 철을 생산했음 직한 땅 이름들이 일곱 곳이나 있다. 영암에서 수습했다는 철기 거푸집의 출처를 규명하는 것은 고대 영산강 유역의 주도 세력 규명에 절대적인 자원이 될 것”이라고 김 관장은 주장했다.
김 관장은 세 번째 과제로 “아직도 잔존해 있는 도선에 대한 애착과 왕인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도선 선양사업도 필요하다”면서, “도선의 참모습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도갑사나 도선의 탁발지 표석이 있는 미암사 유적지 등 적당한 곳에 한국풍수관과 도선국사 관련 자료를 전시한다면 또 하나의 영암군 관광자원이 될 것이다. 구림이 왕인과 도선의 마을이라면 도선도 선양해야 균형이 맞고 애착을 갖고 있는 성씨간의 갈등도 해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관장은 아울러 시도해보아야 할 네 번째 새로운 과제로 “왕인박사현창사업이 영암군 소득 지원으로 지나치게 치중된다면 이웃 고을의 시새움을 받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거듭 충고했다.
■ 왕인박사 연구사업의 회고와 전망
광주여대 정성일 교수는 ‘왕인박사 연구사업의 회고와 전망 - 왕인박사 영암 출생설 연구를 중심으로’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왕인박사가 영암 구림에서 태어났는가에 대한 입장은 긍정과 부정의 둘로 나뉜다. 왕인박사의 출생에 관한 문헌 기록 또는 명문과 같은 유물이 없는 현실에서는 왕인박사가 영암 구림에서 ‘출생하였음을’ 증명하기도 어렵고, 마찬가지로 ‘출생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어렵다”면서, “직접적(절대적)인 문헌 기록이 없다 보니 월출산과 그 주변에 남아 있는 유물과 유적에 대한 해석과 평가를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여전히 엇갈린 두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그 주장이 논리적이고 실증적인가 하는 것은 반드시 확인되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왕인박사의 출신에 대한 ‘중국인설’, ‘백제인설’, ‘영암출생설’ 등을 제시하면서, “근현대기로 시기를 한정해 언급한다면,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이 등장하게 된 배경과 관련해서는 당장은 1876년 개항부터 1919년 3·1독립운동에 이르는 시기의 지역사에 관한 연구를 더욱 심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친일(親日)’의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근대지향성(近代志向性)’이라는 문제도 함께 있는 것이기 때문에, 1880∼1900년대 전남지역에서 전개되고 있었던 근대교육과 민족교육의 역사에 대해서도 추적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이어 “외부에서 들어온 사상과 제도 등도 고려해야 한다. 연구의 대상 지역도 현재의 영암으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광주 등 다른 전남지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면서, “언제, 누구에 의해서, 어떻게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이 등장하게 되었는지를 일본 제국주의 식민지 지배 정책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편협된 시각이 아닐 수 없다. ‘친일(親日)’의 프레임에 모든 것을 가둘 일이 아니라, ‘조선인의 근대지향성’이라는 좀 더 주체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조선 전기의 신숙주를 비롯해 조선 후기 통신사 사행원들과 실학자들이 왕인박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도 함께 시야에 넣으면서, 거시적이고 다양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왕인박사에 관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도록 왕인박사현창협회의 연구사업도 더 진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1920년대 초반에 ‘존재’했던 ‘왕인박사 영암 출생설’을 담은 문헌이 100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역사를 ‘기억’하지 않으면, 그리고 역사를 ‘기록’하지 않으면,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 왕인박사유적지 정비사업의 회고와 전망
왕인박사현창협회 박태홍 이사는 ‘왕인박사유적지 정비사업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오감만족의 왕인박사유적지로 가꿔 미래 세대들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확보한 시설들을 어떻게 잘 운용할 것인지에 따라서 지방자치의 성패가 갈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 첫째로 ‘왕인박사 사료관’ 설치를 꼽았다.
박 이사는 사료관이 설치되면 학예사를 배치해 왕인박사와 관련된 한일 양국 자료들을 모아 정리 전산화해 인터넷을 통해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왕인박사현창협회와 일본 히라카타시 왕인총수호회 등이 소장하고 있는 각종 자료들을 집대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이사는 두 번째 과제로 “새로운 세대들에게 새로운 방식의 ‘사이버 왕인사당’을 제공해 MZ세대들이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학문적 성취나 취업을 기원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단기적으로는 영암읍의 기찬랜드와 연계해 300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민박과 펜션을 확보하도록 적극적인 행정을 펼쳐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화려한 월출산국립공원의 격에 맞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확보해야 한다”면서 세 번째 과제로 ‘방문객 이용시설과 먹거리’를 제시했다.
박 이사는 또 ▲왕인공원을 토종식물공원으로 조성하는 일, ▲‘학문의 신’ 왕인박사 마케팅, ▲기품 있는 왕인 동상 제작, ▲성천(聖泉) 재정비 등도 과제로 꼽았다.
■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회고와 전망
김한남 영암문화원장은 ‘영암왕인문화축제의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왕인문화축제의 장점이자 단점은 일본에서 ‘학문의 신’, ‘아스카 문화의 원조’로 추앙받고 있는 왕인박사라는 위대한 스승의 이미지와 일찍이 화해와 상생의 글로벌 정신을 펼친 인물의 축제여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마냥 노는 난장 품바 노래자랑 등이 너무 조심스럽고 어렵다는 것”이라면서 “왕인박사의 이미지와 정신을 기리는 등 가능한 정체성을 고수하면서 흥겹고 재미있는 분위기의 축제를 연출해야 한다는 것이 기획의 고민”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또 왕인문화축제의 과제로 축제와 벚꽃 개화시기를 맞춰야 하는 점을 꼽고, 기획사 선정시기(다음 축제 준비시기)를 현행 12월에서 9∼10월로 앞당겨야 하며, 원활한 교통관리와 주차장 확보, 셔틀버스 운영 정례화, 다문화가정의 ‘영암화’를 위한 프로그램 확충, 영암 특유의 기념품 개발과 판매장 활성화, 도시형 거리 먹거리 유치 등을 제시했다.
영암군민신문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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