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성

영암군 여성백일장 공모전 우수상 / 정다은 (영암여고2)

정다은 www.yanews.net
2009년 07월 13일(월) 10:34
오십 줄을 넘긴 엄마는 고요한 성에 갇혀 산다. 전깃줄을 제 맘대로 쥐었다 폈다 하는 참새 같으면 좋으련만, 십여 년 전 떡애기를 안고 다락방을 벗어난 엄마는 모든 게 너무나 기뻤다. 부지런히 일한 덕에 마을 앞엔 엄마의 이름으로 시작하는 슈퍼가 들어섰다. 콩나물마냥 쑥쑥 자라는 아이들을 마침내 대학에 떠 보냈을 땐 엄마는 여태껏 그래왔듯 이 것 역시 기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카론의 배를 타고 가는 것 마냥 스물을 갓 넘은 자식들은 이미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리 엄마는 성을 쌓았다. 천천히, 모나지도 않게. 자식을 키울 때처럼. 그리 엄마는 성에 갇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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