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한역사문화센터 영암군 유치 의미와 전망

가야문화센터 입지 등 감안 치밀한 준비 민선8기 국책연구기관 첫 유치 성과

고분 등 유적 집중 시종면과 영암읍 연계 역사문화관광벨트 구축은 현안과제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2023년 04월 28일(금) 09:49
내동리쌍무덤전경
4개 시·도 10개 시·군이 치열한 경합을 펼쳤던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후보지로 영암군이 최종 선정됐다. 특히 영암군은 지난해 경남 김해시에 착공한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의 입지선정 사례를 면밀하게 분석하는 등 치밀한 준비 끝에 유치에 성공함으로써 민선8기 국책연구기관 첫 유치라는 굵직한 성과를 일궜다.
반면 과제도 남겼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가 지역의 서쪽에 치우쳐 삼호읍 나불도로 정해지면서 마한 관련 고분 등 유적이 집중된 시종면 일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일대 전기가 절실하게 필요한 영암읍을 연계하는 역사문화관광벨트 구축이 지난(至難)한 현안과제로 대두된 것이다.
나불도부지
나불도부지
특히 영암읍은 오는 5월 3일 입지가 최종 결정되는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에 이어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 선정과정에서도 '접근성 부족 및 기반시설 부족'을 이유로 '외면'당해 영암읍민들의 상실감이 더욱 커졌다.
또 나불도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의 파급효과가 영암군 보다는 목포시 등에 더 크게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각종 공공기관 유치에 번번이 외면당하고 있는 영암읍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전략이 조속히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
■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역사문화권 정비에 관한 특별법'에 마한사가 포함돼 고대 마한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법적 계기가 마련됨에 따라 논의가 시작됐다.
특히 가야 유산의 체계적 수집·관리를 위한 시설인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가 오는 2024년 하반기 개관 예정으로 지난해 3월 경남 김해에서 착공식을 가져,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도 건립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역사문화센터 순차적 건립 추진'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됐고, 12월에는 2023년도 정부 예산에 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 타당성 연구용역비가 반영됨으로써 올들어 지난 2월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용역에 착수한 바 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는 '마한(馬韓) 연구의 거점 클러스터'로, 부지면적 4만㎡, 건축연면적 1만㎡, 지상 2층, 지하1층 규모로, 2023년 착공해 2027년 완공 예정이다.
소요사업비는 국비 400억원(공사비 302, 용역비 2, 설계·감리 18 공원조성 78)으로, 아카이브(기록보관소), 문화재 전문도서(자료)관, 연구 및 교육시설, 전시 및 체험관 등을 갖춘 종합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연구·조사, 전시 및 체험기관인 센터의 주요 기능은 ▲마한문화자원을 연구·조사에 활용하고 자연과 함께 휴식을 주는 문화시설의 기능, ▲새로운 마한문화권 인식에 대한 교육 및 홍보의 기능, ▲마한사 연구인력 양성 및 영·호남의 지역 벽을 허무는 사회통합 기능 등으로 요약된다.
■ 영암군 후보지 결정 안팎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센터 건립 후보지를 추천해줄 것을 전남도를 비롯한 전국 7개 시·도에 요청하면서 본격적인 유치전이 시작됐다. 전남과 광주, 전북, 충남 등 4개 시·도로 압축된 가운데 진행된 본선 경쟁에서는 영암군을 비롯해 나주시와 해남군, 광주광역시 등 모두 6개 지역이 저마다 강점을 앞세워 그야말로 사활을 건 유치전을 벌였다. 이를 딛고 영암군이 최종 후보지로 선정된 것은 그동안 ▲마한 역사의 대중화 노력과 ▲고분 발굴을 통한 각종 유물 발굴 및 학술적 규명의 성과, 그리고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작업 등이 시너지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군은 2003년 국내 최초로 시종면에 '마한역사공원'을 조성해 마한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답사 코스를 개발했다. 2015년부터는 마한축제를 개최하기 시작했다. 조성된 마한역사공원 운영의 미흡이나 마한축제의 빈약한 프로그램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는 했지만 마한 역사의 대중화 노력은 유치경쟁을 벌인 타 지역에 견주어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또 내동리 초분골 고분과 옥야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독무덤으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이래 30여 차례에 걸쳐 이뤄진 각종 유물 발굴과 마한역사연구회(회장 유인학) 등을 중심으로 한 학술적 규명 노력은 마한의 역사를 널리 알리고, 영암군이 '마한의 중심지'임을 홍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종적으로는 전국 6개 지역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영암군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 작업이 주효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가 건립 후보지를 공모하자 군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후보지로 고분이 산재한 시종면을 필두로 영암읍 氣찬랜드, 그리고 삼호읍 나불도 등 3곳을 선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 문화관광과 신환종 과장은 "이들 3곳 가운데 어디를 최종 입지로 선정해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후보지 선정과정에 유리할지 판단하기 위해 국립가야역사문화센터 후보지 결정에 관여한 인사를 초빙해 영암 관내를 샅샅이 검토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연구·조사 및 전시, 체험 기능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무엇보다 '접근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과 ▲국가기관임을 고려해 근무자들의 근무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마한 관련 유물과 유적을 전시, 체험할 수 있는 ▲국립나주박물관과 일정 거리를 둬야 한다는 점 등을 감안해 나불도를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는 것이다.
특히 나불도는 마한 문화의 발상지인 영산강변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삼호읍을 비롯한 목포시 옥암동 등 배후주거단지가 갖춰져 있고, 교통 등 접근성에 있어서도 월등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했다. 반면 시종면의 경우 고분 등이 밀집해 있고 마한역사공원 등의 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적지로 꼽혔으나 접근성이 떨어지고 외지 공직자들이 근무할 여건이 미비한 점, 특히 바로 인근에 국립나주박물관이 위치해있는 점 때문에 후보지에서 멀어졌다.
■ 남은 과제 및 전망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지가 삼호읍 나불리와 산호리 일대로 결정됨에 따라 전남도 소유인 부지를 영암군이 확보하는 절차부터 시작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의 공사 착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전망이다. 전액 국비가 투입되어 진행되는 국책사업인 만큼 부지 확보 외에는 전남도와 영암군의 경우 행정적 지원업무가 해야 할 일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암군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지역의 서부권, 특히 목포시와 최근접지인 나불도에 자리하게 된다는 점에서 센터 건립에 따른 파급효과를 영암군에 온전히 끌어들이기 위해 마한 고분 등 유물과 유적이 집중된 시종면과 영암읍 등 동부권과 연계한 역사문화관광벨트 구상을 조속히 끝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또 나불도가 전남도 주도의 관광개발지역인 점도 영암군에는 불리한 상황이다. 따라서 나불도 개발에 대해 영암군 나름의 구상을 가다듬되 전남도와 긴밀한 업무협의를 위한 인적 채널 구축도 절실해졌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사업주체인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영암군에 나불도 개발방향에 대해 긴밀하게 상의해줄 것을 요구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지가 확정된 만큼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건립에 따른 파급효과를 최대한 영암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민선8기 영암군의 최대현안으로 부각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번에도 '외면'당한 영암읍 어쩌나?
월출산국립공원 생태탐방원의 입지가 당초 영암읍 천황사지구에서 군서면 동구림리로 변경된데 이어, 이번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 선정에서도 배제된 영암읍에 대한 활성화 전략 마련은 '발등의 불'이 됐다. "식사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는 말로 대변되는 이유로 각종 공공기관 입지 선정 때마다 외면당하고 있는 영암읍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전국의 군청소재지 중 가장 먼저 소멸하는 지역이 될 수도 있는 위기감까지 느껴진다.
생태탐방원 입지 변경은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의 요구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입지 선정 배제는 접근성과 정주여건 미비 때문이다. 영암읍이 인구가 늘어날 요건인 일자리와 정주여건, 그리고 접근성을 각각 높이는 특단의 대안이 없다면 공공기관들부터 빠져나가는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자족도시를 만드는 일, 명문학교(특히 중·고교)를 육성하는 일, 전원택지 개발을 통한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일, 고속도로 진입로 개설 등을 통한 접근성을 개선하는 일, 월출산을 활용해 보다 많은 체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대책 등이 종합적으로 맞물려 추진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한다는 얘기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후보지 확정은 축하하고 반길 일이나, 영암읍 활성화 대책은 이제 더욱 급한 불이 됐다.
이춘성 기자 y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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